이 책은 알라딘에 기웃거리다가 충동적?으로 산 책이다. 제목만 보고. 지은주, 프랑크 브링크라는 어느 평범한 사람의 결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인 여자와 네덜란드인 남자의 결혼 이야기가 가벼운 수필 형식으로 담겨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군데군데 담겨 있고. 2014년에 나온 책이다. 한 달도 안되어 3쇄가 나온걸 보면 많이 팔린걸까!? 결혼이 있다는 걸 깜빡할 때가 많아서 종종 이렇게 책으로나마 되새기고자 읽었다.
하객을 선정하는 일만 해도 그랬다. 네덜란드에서는 통상적으로 시청에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 소박한 웨딩의 특성상 하객 수는 최대 50~60명을 넘지 않는다. 여기에 예식 후 열리는 피로연에는 30여 명의 정예 인원을 다시 추려야 한다. 다행히 나는 한국에서 오는 가족 외에 따로 초대할 사람이 없으니 고민할 일도 없었지만, 친구들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몹시 힘들어 보였다. 가장 놀랐던 것은 어머님이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 목록을 그에게 전달했을 때다. 열 명도 채 안 되는 소박한 인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속한 아들의 눈은 몇몇 이름들 위에서 멈춰섰고, “이분은 나를 잘 모르시잖아요”라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들의 말에 “그렇긴 하지. 그럼 파티는 말고 식장에만 초대하는 걸로 하자”라며 순순히 아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어머님의 반응에 불편해진 건 오히려 나였다. 아들의 결혼식을 알리고 사람들을 대접하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도 몰라주는 아들이라니, 복잡해진 심경으로 이내 말이 어 없어지자 그가 의아한 얼굴로 괜찮은지 물었다. 나는 그에게 한국의 결혼 문화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문화 차이인지 생각의 차이인지 혼란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꽤나 진지하게 내 말을 듣고 있던 어머니와 아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어머님이 내게 말했다.
“너희 둘의 결혼식이잖니!” (p40-42)
- 하객을 ‘선정’할 수 있다니. 연예인 결혼식에서나 들을 법한 이야기이다. 대개는 많이 와주길 바라는데. 이것도 문화차이려나. 문화차이인 것 같은데, 부러운 문화… 아니 뭔가 나랑 맞는 문화인 것 같다. 결혼식의 다른 것들도 당사자들이 정하듯 하객도 당사자들이 정하는게 맞지 않을까.
하객들 사이를 지나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던 그와 나.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옆에 섰다. 며칠을 고심하며 직접 고른 음악이 잔잔하게 홀에 울려퍼지고 시청 소속 주례 담당관의 주례가 이어졌다. 그녀의 주례사는 우리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사랑을 키워왔는지에 대한 한 편의 러브스토리였다. 사실 결혼식을 몇 주 앞두고 우리는 시청 주례 담당관과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시간에 걸친 면담 시간 동안 그녀는 우리의 이야기를 노트에 꼼꼼히 적었다. 당시에는 그녀가 뭘 그렇게 적는 걸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주례사는 국제결혼의 배경을 궁금해하던 하객들의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해줄 만큼 멋지고 감동적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흐르는 우리의 이야기가 영화의 필름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에게 그였기에, 그에게 나였기에 결혼을 결심했다”던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눈가가 붉어지고 목이 메었다.
“여기 모인 우리는 모두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언어는 어디에서나 통용되죠.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모든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오늘의 가장 중요한 언어입니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축복합니다. 오늘보다 더 행복한 매일을 사십시오.” (p46-49)
- 와...
신호등이 없는 지금의 삶이 가끔은 두렵다. 빨간불이 켜진 지는 오래인데 모르고 지나친 건 아닌지. 애써 못 본 척하려는 건지. 신호등 없는 오늘을 산다는 건 자유롭지만 때론 과거의 굴레가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란 스스로 선택한 울타리 안에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다고 푸념하던 엄마의 말이 오늘따라 마음 깊숙이 와 박힌다. (p64)
-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다.... 스스로 선택한 울타리 안에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절약 정신은 선물에서도 잘 나타난다.
남편과 절친했던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아 고민 끝에 가격이 조금 나가는 독특한 디자인의 티포트를 선물했다. 남편과 각별한 사이인 만큼 좋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포장을 뜯어 고급스러운 티포트를 살피던 친구는 고맙다는 말과 세 번의 키스를 건네고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정말 고마워. 그런데 어쩌지? 네 선물이 우리에겐 좀 과분한 것 같아. 이렇게 예쁜 선물을 해줘서 고맙지만, 우린 이미 티포트가 있으니 네 마음만 받을게.”
이건 뭐지? 선물을 거절한 건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황동하고 멋쩍은 상황에 불편했던 마음을 남편에게 토로했다. 적당히 편을 들어주던 남편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당황했지? 하지만 그게 네덜란드인들의 문화야. 익숙해져야지. 선물을 받는 사람이 기쁘게 쓸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 받고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안 주느니만 못하지 않겠어? 기쁘게 준비했다면 그걸로 됐어. 우리가 잘 쓰자.”
그날 저녁에 무안해진 감정 탓에 그의 말을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상대가 정말 필요한 선물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만 원에서 이만 원 정도의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을 준비하는 이 소박한 사람들은 꽃과 와인 정도의 선물로 퍽이나 감동하고 행복해하는 눈치다. (p139)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결혼한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이런 문화가 참 좋은 것 같은데, 한국에서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결혼식을 하는 것, 결혼해서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은 종종 떠오르는데 어차피 혼자 생각해봐야 별 의미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둔다.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201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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