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청춘의 성(性)과 교회의 성(聖), 누가 더 센가 - 뉴스앤조이원본 URL: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6589 |
결혼하지 않은 기독 청년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한국교회탐구센터-글로벌리서치 2013년 11월 자료). 혼전 순결을 당연시해 왔던 교회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목사의 이중직' 기사에 이은 두 번째 팀별 기획물입니다. '교회의 성(性), 잠금 해제?' 한국교회탐구센터 4차 포럼 스케치(1), 교회의 순결 서약과 서약 청년들의 사례(2), 청년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성' 상담 고충(3), 자녀를 둔 기성세대들의 입장(4)을 하나씩 올립니다. - 편집자 주 |
▲ 한국교회탐구센터는 4월 26일(토) 서울 창천교회에서 제4차 교회탐구 포럼을 개최했다. 패널로는 김지윤 소장(좋은연애연구소),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이상원 교수(총신대), 송인규 교수(합동신대)가 참여했다. 포럼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됐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비우지 않고 패널들의 강의에 집중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는 4월 26일 신촌에 위치한 창천교회에서 '교회의 성(性), 잠금해제?'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오실 줄 몰랐다." 사회자의 말처럼 창천교회 맑은내홀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이날 포럼은 청년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주최 측은 애초 150명으로 등록 인원을 제한했지만, 참가 희망자들이 몰려 추가로 60명을 더 받았다. 현장에서 직접 등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포럼은 인터넷으로 생방송됐다.
강연은 '기독 청년의 이성 교제와 성(性) 그리고 스킨십'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됐다. '청춘, 연애, 그리고 섹스'란 제목으로 강의한 김지윤 소장(좋은연애연구소)은 기독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실제적인 성생활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들려줬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작년 11월 글로벌리서치 주관으로 시행된 기독 청년의 성 의식과 성 경험 조사 결과를 분석·보고했고, 이상원 교수(총신대)는 성욕과 성교에 대한 신학적·성서적 분석을, 송인규 교수(합동신대)는 스킨십이 갖는 의미와 이상적 스킨십 방법에 대해 각각 강의했다.
'선망하는' 교회 전도사와 잠자리 후 죄책감에 시달려…단편적 사례가 아닌 중첩된 사건들
▲ 김지윤 소장은 '성'과 '연애'에 관한 명강사로 알려졌다. 방송뿐 아니라 300여 교회와 선교 단체를 오가며 청년들의 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첫 번째 강사로 나선 김지윤 소장(좋은연애연구소)은 IVF 출신으로 기독교 단체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방송에서도 연애와 성에 관한 한 인기 강사다. 김 소장은 300여 교회와 선교 단체들을 오가며 만난 기독 청년들과의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를 풀어갔다. 그는 면 대 면 상담뿐 아니라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도 수많은 기독 청년들이 상담을 요청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자못 충격적인 사례들을 잇달아 들려주며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선망하는' 교회 전도사와 교제하며 잠자리까지 가졌지만 결국 헤어져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여성, 부모의 다툼으로 집 밖을 서성이다 '친절한' 교회 오빠들과 지속적인 성관계 후 임신과 낙태를 경험한 여성, 수련회 후 서로의 기도 제목을 나누다 성관계로 이어진 경우, 교회 기도실에서 기도하다 깊은 스킨십으로 이어진 사례 등을 차례로 얘기했다. 듣고 있던 청중은 물론이고 강사로 자리한 교수들 역시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쓴웃음만 삼켰다.
김 소장은 위와 같은 사례가 단편적이고 특별한 사연이 아닌 중첩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는 누군가에 쉽게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많은 청년이 성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교육과 상담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보며 "교역자들이 스스로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르치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기독 청년 중 남성 59.4%, 여성 44.4% 성관계 有…"막연한 예감, 명확히 드러나"
정재영 교수는 기독 청년의 성 의식과 성 경험 설문 결과를 분석·보고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12월 6일까지 ㈜글로벌리서치의 주도로 온라인으로 시행됐다. 조사 대상 선정은 조사 대상과 조건이 유사한 패널을 100배수 선정해 메일을 발송한 뒤 참여를 희망하는 2, 30대 기독 청년 1000명을 추출했다(신뢰 수준은 95%이며 표본 오차는 ±3.10%이다).
▲ 정재영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교회 안에서 혼전 성관계를 무조건 정죄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과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녀 비율만 놓고 본다면, 남성이 59.4%, 여성이 44.4%였다.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38.7%,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가 61.3%로 나타났다. 현재 지속적인 성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도 주 2-3회 5.4%, 주 1회 16.1%, 월 2-3회 22.4%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84.7%가 교회 안에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교회에서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7.7%로에 불과했다.
성관계 상대자 수는 전체 평균 4.8명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경우 상대가 5명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43.3%나 됐다. 남성의 평균은 6명, 여성의 평균은 3.2명으로 조사됐고, 27.5%의 청년들이 성적 호기심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정 교수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막연하게 예감했던 변화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도 중심층에 가까울수록, QT 빈도와 교회 참석률이 높을수록 성관계 경험 비율이 낮게 나온 것은 고무적으로 보았다. 이는 신앙을 통해 성 의식이나 태도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이상원 교수, 혼전 순결은 종말의 날까지 추구해야 할 '거룩한' 질서
▲ 이상원 교수는 "혼전 순결은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총신대학교에서 기독교윤리학을 가르치는 이상원 교수는 '성(性)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성에 대한 신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성관계는 결혼 관계 안에서 가져야 한다는 전통적인 기독교 성 윤리 의식이 크게 약화됐다. 이에 대한 신학적·철학적·윤리적 이유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성욕을 '두 당사자가 함께 즐기는 사랑(아가페)의 표현'으로 보았다. 따라서 인간의 성은 인격성 안에 통합되어야 하며,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쾌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영속적이고 영적인 만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성적 존재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후 성이 왜곡됐다"며 성적 쾌락만을 추구한 채 인격적 연합과 사랑의 교제로부터 분리된 성교는 죄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성욕은 신앙적 연단을 통하여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고 보았다. 또한, 진정한 인격적 연합과 사랑은 현실적으로 결혼밖에 없으며, 성교는 결혼 관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이 사실은 종말의 날까지, 시대가 어떻게 변해도 기독교인들이 추구해야 할 질서임을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스킨십은 이별 후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비기독교인들과 구별된 모습 보이자"
▲ 송인규 교수는 IVF 간사로 오래 활동했다. 그런 까닭인지, 기독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문란해지는 기독 청년들의 성생활을 언급하며 안타까워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송인규 교수(합동신학대학원 조직신학)는 '스킨십'에 집중했다. 송 교수는 통계 자료를 언급하며 "신자들과 비신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기독 청년들이 오늘의 세태와 풍조에 그대로 휩쓸려 있다"며 별반 다를 바 없는 기독 청년들의 성 의식을 지적했다. 그는 교회 지도자들 역시 성 문제를 방치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스킨십이 갖는 문제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 것 마냥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기 힘들고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더불어 잦고 깊은 스킨십은 여성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성욕의 생식기적 측면이 강해 스킨십을 통해 이러한 욕구를 채우려는 경향이 강하고 여성은 남성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스킨십을 거부하지 못하고 그대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적정 스킨십 정도는 손잡기·포옹·껴안기·가벼운 입맞춤이다. 이 정도 스킨십이면 헤어진 뒤에도 청년부에 나올 수 있다." 송 교수의 이 같은 말에 포럼장에는 한동안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송 교수 자신도 조금은 비현실적이란 것을 인정하지만, 이 정도 범위의 스킨십만이 이별 후에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친구 사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킨십에 대한 많은 견해가 있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신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로 축약된다며 자신과 데이트하고 있는 대상을 세우고, 온전케 하며 성숙케 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성'문제, 개인 차원만이 아닌 구조적 차원에서의 접근 필요…혼전 성관계는 불가
모든 강의 후에는 패널 토의와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상원 교수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 기성세대가 부동산 투기를 너무 많이 해서 집값이 올라 젊은이들이 연애도 결혼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 역시 이상원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결혼 연령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성적 충동과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혼전이라도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다며 성 문제를 개인의 성 의식이나 윤리 차원으로만 돌리는 것이 아닌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 청년들이 가장 궁금해한 질문은 "혼전 성관계 정말 안 되나?"였다. 이에 대해 이상원 교수는 "혼전 순결은 크리스천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며 혼전 성관계를 했다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 결혼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인규 교수 역시 창세기와 고린도전서를 근거로 혼전·외 성관계는 죄며, 어쩔 수 없이 관계한 경우라면 회개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라고 했다.
▲ 질의응답 시간에는 "애인이 1박 2일 여행 가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 "신앙 때문에 스킨십도, 성관계도 거부했는데 애인과 헤어졌어요.", "남성의 자위행위보다 여성의 자위행위가 더 큰 죄인가요?" 등 평소 기독 청년들이 궁금했지만, 누구에게 물어볼 수 없었던 질문을 패널들에게 던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포럼에 참가한 기독 청년들의 호불호는 엇갈렸다. 남자친구와 함께 참석한 신보라 씨는 "성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이성 교제 시 어떤 부분에 주의해야 하고 깊이 고민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며 이번 포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는 반대로, 직장인 김충만 씨는 강의가 너무 이론 중심으로 진행됐고 실제적 사례가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딱히 새로운 것이 없었다. 늘 교회에서 듣던 내용이었다. 포럼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성경을 제외하고는 강사들의 논리를 뒷받침할 내용이 부족했다. 기독교인들 간의 이성 교제에서는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겠지만, 상대가 비기독교인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 바쁜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이 포럼장을 찾았다. 교회나 선교 단체에서 그룹으로 방문한 이들이 다수였지만, 교제 중인 남녀가 함께 참석한 경우도 여럿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기획2] 이팔청춘의 '순결', 욕망 앞에 무릎 꿇다 - 뉴스앤조이원본 URL: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6598 |
[기획2] 이팔청춘의 '순결', 욕망 앞에 무릎 꿇다
결혼하지 않은 기독 청년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한국교회탐구센터-글로벌리서치 2013년 11월 자료). 혼전 순결을 당연시해 왔던 교회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목사의 이중직' 기사에 이은 두 번째 팀별 기획물입니다. '교회의 성(性), 잠금 해제?' 한국교회탐구센터 4차 포럼 스케치(1), 교회의 순결 서약과 서약 청년들의 사례(2), 청년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성' 상담 고충(3), 자녀를 둔 기성세대들의 '순결' 입장(4)을 하나씩 올립니다. - 편집자 주 |
"막상 스킨십 순간이 되면 순결 서약은 생각도 안 나요." 오재민 씨(30·남·보험업·가명)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혼전 순결을 서약했다. 교회에서 증표로 나눠 주는 은반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은반지를 갖게 된 기억이, 대학생이 된 재민 씨가 처음으로 여자 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날부터 다른 이성 친구를 만나 성관계를 나누는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결혼 전까지는 성관계를 자제할까 한 번쯤 생각해 봤다. 좀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될까 싶어서이지, 순결 서약을 의식한 건 아니다.
▲"TRUE LOVE WAITS(진정한 사랑은 기다리는 것)" 1993년 미국 남침례 교회의 혼전 순결 서약 운동 캐치프레이즈다. 사람들은 '혼전 순결' 하면, 으레 교회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미혼 기독 청년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교회 앞에 내놓였다. 실제 청년들의 '성' 이야기와 교회의 현실을 짚어 볼 때가 됐다. 사진은 The Keep Calm 시리즈. |
혼전 성관계에 자유로운 재민 씨의 사례가 교회 안에서 특이한 걸까. 최근 한국교회탐구센터가 발표한 기독 청년들의 성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미혼자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이 있다(남 59.4% 여자 44.4%, 2013년 말 기준). 기독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는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주 2~3회 5.4%, 주 1회 16.1%, 월 2~3회 22.4%). 한국교회가 공공연하게 혼전 순결을 강조해 온 것에 비해 많은 미혼 청년들이 성관계를 갖고 있었다.
순결, 서약으로 사수하라!
교회는 말만 하지 않았다. 청년들에게 혼전 순결을 서약으로 다짐할 것을 권했다. 재민 씨가 순결 서약의 증표로 받은 은반지는 데니 패틴 목사가 처음 고안했다. 그가 1995년부터 펼친 '은반지 끼기(Silver Ring Thing)'라는 순결 서약 운동에 미국 전역과 호주 등 9개 나라에서 약 55만 명이 참가했다. 참석 대상을 기독교 여성으로 한정한 순결 서약 운동도 있다. 2012년 헤더 린지는 'The Pinky Promise'를 설립하고 매년 컨퍼런스를 열어 순결 서약식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1만 3000명의 여성들이 결혼 전 순결을 '하나님 앞에서' 약속했다.
우리나라 기독교 사립학교인 한동대도 혼전 순결 서약 행렬을 잇는 곳 중 하나다. 한동대학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순결 지키기'를 주창한 1995년, 한동대만의 축제로 '순결 서약식'을 기획했다. 학교 설립 첫 학기에 시작한 '순결 서약식'은 올해로 37회를 맞았다. 학기마다 거행된 서약식을 통해 많게는 120명, 적게는 30명의 학생들이 순결 약속을 해 왔다. 대체로 여학생들의 참여율이 높고 학년 구분 없이,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이뤄진다.
한동대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화와 지면 인터뷰로 직접 들어 봤다. 접촉한 학생들 대부분 서약식만큼이나 이전 한 달 동안 이뤄지는 세 번의 순결 강의를 중요하게 여겼다. 서약하는 학생들은 몸·사회·영으로 나뉜 순결에 관한 세 번의 강의를 이수해야 한다. 남자 친구와 함께 2012년 순결 서약을 한 A 씨(22·여)는 강의와 서약식을 결혼 과정에 비유했다. 세상에 눈 돌리지 않고 신부 되신 그리스도를 모시겠다는 약속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했다. 처음엔 서약을 내켜 하지 않던 A 씨의 남자 친구도 세 번의 강의를 들으면서 순결을 다짐했다. A 씨 커플은 서약에 따라, 고민스러웠던 스킨십 수위를 정했다.
A 씨는 오는 6월 7일, 37회 순결 서약식의 디렉터다. 그의 역할에는 서약 신청자들의 대부 혹은 대모를 섭외하는 일도 포함된다. 서약은 개인이 하지만, 약속의 증인 되고 이후의 삶을 함께하겠다는 이들이 바로 대부나 대모다. 보통 서약하는 학생이 직접 교수나 부모,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요청하는데 여의치 않으면 행사 진행자들이 대신 섭외한다. 대부나 대모가 보는 앞에서 서약한 학생들에게는 은반지가 주어진다. 늘 끼고 다니며 '순결' 약속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한동대가 매 학기 진행한 순결 서약식이 오는 6월, 37회를 맞는다.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순결 서약식은 사전에 세 번의 강의를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사진은 순결 서약 증서를 쓰는 모습, 대모가 서약 학생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 서약식 전체 모습. (한동대 서약식 홍보 영상 갈무리) |
'순결' 다른 말은 '죄책감'? 기독 청년들은 '참' 괴롭다
사람들 앞에서 순결 서약을 한 학생들이 '순결' 못지않게 빠뜨리지 않고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 '죄책감' 혹은 '자괴감'이다. 22살에 순결 서약을 한 B 씨(25·남)는 서약 여부와 관계없이 혼전 순결을 지키지 못한다면 죄책감이 클 거라고 예상한다. 교회 분위기 자체가 순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B는 기독 청년들이 어차피 순결을 지켜야 할 바에야 서약식을 하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보면, 한동대에 재학 중인 C 씨(25·여)가 서약식에 참여한 건 당연했다. C는 평소 순결을 잃는 것을 대죄로 여겼다. 그러던 중 최근 연애를 시작하면서, 혼전 순결이 무조건 주장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순결을 '강박관념'처럼 요구하는 이들이 이따금씩 불편하다. 그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잣대로 혼전 순결이나 서약을 들이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의 정죄하는 듯한 시선 때문에 가중된 고통을 겪는 기독 청년들이 보인다고 했다.
▲많은 기독 청년들에게 순결은 지켜야 할 가치인 것과 동시에 죄책감을 주는 무거운 짐이다. 젊은 시절의 성욕과, 교회에서 배우는 가치관의 충돌에서 이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장이 필요하다. (Wikimedia Commons 제공) |
6년 전 순결 서약을 한 D 씨(26·남) 같은 경우다. 그는 "한때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다."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한 후 그가 지키지 못한 건 순결만이 아니었다. 지인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자괴감이 D를 오래 괴롭혔다. 순결 서약식이 대부와 대모 등 여러 사람 앞에서 이뤄지다 보니 어려움이 더 크게 찾아왔다. 성관계에서 죄책감을 느낀 D는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지속할 수 없었다. 인간관계도 힘들었고 나중엔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것도 어려웠다. 모범 청년으로 알려진 D는 성관계를 경험하고 오히려 혼전 순결이 꼭 지켜야 할 것이라고 여기게 됐다.
미국에서 순결 서약 운동을 주동한 데니 패틴과 헤더 린지도 결혼 전 무분별한 성관계를 맺었던 그들 자신의 과거가 운동의 동기였다. D는 그들과 달리 후배들에게 서약식을 추천하진 않는다. 순결이 서약으로 지켜지지 않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스스로 그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글 앞에서 만난 오재민 씨는 D와 생각이 좀 다르다. 서약식 자체로 성욕을 제어할 수 없다는 입장은 같다. 하지만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명제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가 생각하기엔 남자 나이 평균 30세에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결혼 전 15년쯤,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가장 넘치는 성욕을 참아야 한다는 말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나이 어릴 때 맺는 성관계가 무분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재민 씨도 인정한다. 여자 친구와 맺고 싶은 육체관계만큼 대화가 깊어져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재민 씨는 교회가 정작 청년들이 고민하는 부분에서 '성' 얘기는 금기시한다고 했다. 그는 혼전 순결만 강요할 게 아니라 성욕과 이성 교제에 이해를 돕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일반 청년들은 느끼지 않을 순결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기독 청년들은 건전한 삶을 살기가 더 힘들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팔청춘'의 호랑이보다 무서운 성욕, 길을 찾아라
성교육·성 상담 전문 기관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 박현이 부장은 죄의식으로 성을 억압하게 되면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일렀다. 아하가 성관계에서 결혼 전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하게 설정하고 있는 교육 부분은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과 안전하게, 생명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판단이다. 아하는 성관계가 자신의 정황에 맞는가, 상대방과 충분한 소통을 했는가, 성관계 이후의 상황에 대한 정보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한다. 교육받은 이들 중에는 성관계에서 비롯되는 상황을 예상하고 스킨십의 선을 정하는 사례가 많다.
▲전문 성교육 기관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성관계에서 중요하게 설정하고 있는 교육 부분은 결혼 전이냐 아니냐보다 당사자가 '성' 문제에 주체로서의 힘을 갖췄느냐이다. 사진 위는 박현이 부장이 성 문화 토론회에서 설명하는 모습. (아하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회장은 청년들이 혼전 순결을 지키지 않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교회의 성교육 부재에 있다고 봤다. (낙태반대운동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
아하에 성교육을 의뢰하는 기관들 중에는 교회도 있다. 박현이 부장은 전체에서 극히 적은 수라고 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회장은 이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조사된 기독 청년들의 높은 성 경험 수치는, 그간 성교육이 부재했던 교회 현실이 드러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청소년, 청년들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리 교육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회는 생리 교육 단계를 넘어서 남녀의 특성 및 성생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생애 주기별로 교육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김현철 회장은 교회가 실제적인 성교육을 하지 않고, 청년들의 순결을 지켜 주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성 실태 조사를 실시한,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소장 송인규 교수에게도 이메일로 의견을 구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두 가지 면에서 성적 이슈에 부적합한 모습을 취했다고 진단했다. 첫째, 이미 많은 청년들이 성 경험을 한 상황에서, 덮어 놓고 혼전 순결을 강조해 죄의식을 가중시켰다. 둘째, 정죄하는 식의 위압적 조치로 성 고민을 제대로 돕지 못했다. 송인규 교수는 교회가, 개개인이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 줘야 한다며 무턱대고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대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백소영 교수는 남자 친구와의 성관계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게끔 몇 가지 질문을 건넨다. 백 교수는 순결을 여자 쪽에만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성 문제에서 여자가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교회가 오늘날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순결 문제에 대해 자가 진단과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송 교수는 말했다. 그는 혼전 순결 서약식이 유혹을 견딜 동기를 주는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지만, 서약 이후 그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교회가 지켜 주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문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기독교사회윤리학을 전공한 백소영 교수(이화인문과학원 HK연구) 역시 혼전 순결이라는 교리화된 정답을 이 시대에 던지는 건 무익하다고 본다. 백 교수는 자신과의 성관계를 원하는 남자 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더러 만나는데, 아래와 같은 8가지 질문을 그들에게 건넨다.
1. 두 사람 모두 성 경험이 기쁘고 만족스러운가? 의사 결정에 힘의 균형과 자기 결정권이 충분히 작용하는가?
2.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성이 더욱 견고해지고 자라는가?
3. 둘의 관계로 인해 다치는 제3자는 없는가?
4. 상처 입을 3자는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가? 그 사람과의 관계성을 숙고해 보자.
5. 1번의 기쁨과 3번의 고통 중에서 당신은 어느 것에 더 무게를 두는가?
6. 만약 3번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가 1번의 기쁨보다 크다면, 이것은 연인인 두 사람의 관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7. 건설적인 해결책을 위해 둘은 진지하고 솔직하게 대화했는가?
8.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무엇일지 기도하며 묵상했는가? (교회 전통이 가르친 성 윤리가 아닌 신앙 단독자로서, 자유혼으로서, 하나님과 교통하는 과정으로서의 기도)
백소영 교수는 성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마음 열고 찾아오는 곳이 교회가 되길 바랐다. 청년들이 자신의 성을 바르고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회가 적실한 담론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기획3] '선 넘은' 청년들, 답 없는 사역자들 - 뉴스앤조이원본 URL: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6607 |
[기획3] '선 넘은' 청년들, 답 없는 사역자들
"답이 없다." 청년 사역자들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미혼 기독 청년 52%가 성관계를 경험했다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다. 사전 예방에도, 사후 처방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이다. 청년들에게 혼전 성 문제가 심각한 고민거리라는 것은 알지만, 사역자들은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그러다 한 번씩 이런 통계를 접하면 땅이 꺼질 것처럼 한숨만 쉰다. 단지 통계 때문만은 아닐 터. '필드'에서 뛰고 있는 캠퍼스 선교 단체 간사와 교회 청년부 목사들은 통계가 사실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다. "이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텐데. 비기독교인과 별로 차이 없지 않아요?" 기자에게 되묻는 사역자도 있다. A 간사는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통계를 받아들고 고개는 끄덕이지만, 막상 자신이 사역하는 곳의 청년들이 그렇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성관계 후 대부분 죄책감 느껴…위로·공감해 주지만 효과는 '글쎄'
통계를 들고 CCC·IVF·SFC·JOY 등 캠퍼스 선교 단체 간사들과 대형 교회 대학·청년부 목회자를 만났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청년 사역을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통계에 비해 청년들이 섹스에 대한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B 목사는 다른 상담을 하다가 알게 된 경우는 있어도, 14년 동안 당사자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 학기에 한 번 꼴로 성 상담을 한다는 C 간사가 그나마 많은 축에 속했다. 고민을 털어놓는 청년들은 대부분 성관계 후 죄책감을 한 짐씩 짊어지고 있었다. C 간사는 상담을 요청해 오는 청년이 전부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몸을 버렸다", "더러워졌다"부터 "결혼이 두렵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D 간사는 특히 여자들이 죄책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모태 신앙일수록 더 깊은 죄책감에 눌려 있었다고 E 목사는 말했다. 이런 일을 만나면 사역자들은 일단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최대한 위로하고 공감하려 한다고 했다. 더러워진 것도, 결혼 못하는 것도, 인생 종 친 것도 아니라고 말해 준다.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에서부터 대화를 풀어 나가 성경적인 관점을 교육한다는 E 목사. 당사자가 음지로 숨지 않게 소통의 창구가 되어 주는 것이 일순위라는 D 간사. 신학적인 접근보다 여자가 임신하게 됐을 때 개인·사회적으로 겪게 될 실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한다는 A 간사…. 사역자들은 개인의 내면과 신앙, 사회적 관계까지 언급하며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처하지만 효과는 어떨까. 기자가 만난 사역자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웃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대처가 현실성이 떨어졌다. D 간사는 성 문제를 계속 소통하자고 독려했지만, 이런 권면을 불편해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사후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리 없이 선교 단체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E 목사는 성 문제를 극복하려면 긴 시간 고민이 필요한데, 그 고민을 교회 내에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섹스 얘기 못하는 교회 + 성욕 자극하는 사회 = 혼전 순결? 이렇다 할 답이 없었다. 사역 경력이 쌓이면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기는 면도 있지만 실효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속한 선교 단체나 교회에서 공동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멀고 먼 이야기다. 한국교회는 전반적으로 성 담론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대책은커녕 현실 감각이 상당히 뒤처진다. E 목사는 교회가 사랑·용서 등 추상적인 말만 하면서 정작 섹스 얘기는 쉬쉬한다고 말했다. 앉아 있는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갈 데까지 가 본' 상황인데, 교회나 선교 단체에서 하는 성, 이성 교제 강의는 아직도 '순진한 교회 청년들'을 전제하고 있다. A 간사는 "결론이 뻔하니 학생들이 팔짱 끼고 듣는다. 이미 사역자들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말했다. C 간사는 젊은 사역자들 사이에는 새로운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강의는 없는 실태라고 말했다. 혼전 순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도 비현실적이라고 C 간사는 말했다. 교회가 이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성경에서 금지한다'는 명제로만 주입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고민 없이 몸만 커져 버린 기독 청년들은 스킨십이 깊어지는 상황을 만나면 '끝까지 가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역자들은 이런 사람들이 섹스 후 필요 이상의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혼전 순결이 절대적인 명제로 강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교회도 교회지만,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고려하면 더욱 '답이 없게' 된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평균 30세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혼전 순결이란 결국 성욕이 가장 왕성한 10년 이상 동안 '버티라'는 말이다. D 간사는 이런 상황에서 결혼이라는 유일한 기준을 두고 그 전에는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스스로도 기만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제 밥벌이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시대에, '참기 힘들면 결혼을 빨리 하라'고 말하기도 뭣하다. 게다가 요즘같이 성욕을 자극하는 문화도 없다. F 목사는 청년들이 어디서 배우지 않아도 혼전 성관계를 경험한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온갖 미디어가 욕구를 건들고 섹스를 권하는데, 교회가 하는 일이란 청년들을 모아놓고 '혼전 성관계는 안 된다'고만 되뇌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역자들은 빨리 공론의 장을 만들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지만, 정작 한국교회는 혼전 성 경험 52%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그렇다고 사역자들이 혼전 성관계를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상담 사례를 보더라도 결혼 전에 하는 섹스가 서로에게 좋은 결과로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우리나라에서 20대 초반은 서로를 책임지기 어려운 나이고, 주체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성관계는 만족보다는 후회가 큰 게 사실이었다. 성경 해석에 대해서는 사역자마다 차이가 있었다. 성경이 혼전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섹스에 대한 성경 해석이 너무 근본주의적이라며 해석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결혼 전에는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게 경험적으로도 나은데, 혼전 순결을 얘기하자니 이미 선을 넘은 청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앞으로라도 참으라'는 말은 그다지 효과도 없고 사회 상황을 봐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렇다고 피임법이나 질병을 막을 수 있는 실용적인 성교육을 하자고 주장하면, 한국교회 정서상 돌이나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청년 사역자들은 뭔가 뾰족한 수를 궁리해 보지만, 사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
[기획4] 화성에서 온 부모, 금성에서 온 자식 - 뉴스앤조이원본 URL: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6617 |
[기획4] 화성에서 온 부모, 금성에서 온 자식
결혼하지 않은 기독 청년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한국교회탐구센터-글로벌리서치 2013년 11월 자료). 혼전 순결을 당연시해 왔던 교회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목사의 이중직' 기사에 이은 두 번째 팀별 기획물입니다. '교회의 성(性), 잠금 해제?' 한국교회탐구센터 4차 포럼 스케치(1), 교회의 순결 서약과 서약 청년들의 사례(2), 청년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성' 상담 고충(3), 자녀를 둔 기성세대들의 '순결' 입장(4)을 하나씩 올립니다. - 편집자 주 |
▲ "음행을 피하라 사람이 범하는 죄마다 몸 밖에 있거니와 음행하는 자는 자기 몸에 죄를 범하느니라"(고전 6:18). 송인규 교수는 지난 26일 열린 한국교회탐구센터 포럼에서 이 성경 구절을 근거로 기독 청년들의 혼전 순결을 강조했다. 자녀들의 혼전 성관계를 반대하는 기독인 부모들 역시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성서의 가르침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한국교회 안에서 혼전 성관계는 술·담배와 더불어 3대 죄악 중 하나로 치부된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기독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기독 청년 중 남성 59.4%, 여성 44.4%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 (관련 기사 : 청춘의 성(性)과 교회의 성(聖), 누가 더 센가)[1]
<뉴스앤조이>는 조금 난감할 수 있는 질문 몇 가지를 기독인 부모들에게 던졌다. 대답한 부모들 90% 이상이 자녀들의 혼전 성관계를 반대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자녀들이 '순결'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고, 혼전 순결은 기독교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덕목으로 여겼다. 그러나 통계대로라면, 자녀가 둘인 경우 한 명은 이미 성 경험이 있다.
부모들은 혼전 성관계를 반대하는 이유로 대개 성서의 가르침과 기독교 교리를 내세웠다. 생명의 소중함을 들어 무분별한 성관계에서 오는 폐해들(성병, 낙태)을 지적하기도 했다.
소수이지만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야 한다고 답한 부모들도 있었다. 자녀가 누구의 간섭이 아닌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른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을 원했다. 아무리 부모라지만, 성인인 그들의 성 문제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으며, 단독자로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인 부모들, 적절한 스킨십은 '손잡기·어깨동무'…"절제의 복 사모하자"
▲ 많은 부모는 손잡기·어깨동무까지를 연인 사이에 가능한 스킨십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80% 이상의 기독 청년들은 굳이 연인 사이가 아닌 남녀라도 그 정도 스킨십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갈무리) |
부모들이 생각하는 적정 스킨십 역시 청년들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다.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기독 청년 1000명 중 845명이 친구 사이에도 손잡기나 어깨동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이성 간 손잡기·어깨동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인 부모 중에서는 연인 사이라도 키스나 포옹은 안 되며 손잡기·어깨동무까지만 가능하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키스는 결혼을 전제로만 가능한 스킨십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적정선'을 넘어가면 제어가 안 된다고 말했으며, 성적 충동은 '절제의 복'을 사모할 때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보았다.
둘만이 떠나는 여행. 연인이 생기면 가장 해 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부모들에게는 이것 역시 어림없는 소리였다. 자녀가 이성 친구와 여행을 간다고 한다면, 무조건 막겠다고 했다. "단둘이 있을 때 일이 터진다", "이성 친구와 단둘이 있을 때 요셉처럼 유혹을 만난다", 급기야 "정말 가야 한다면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답한 부모도 있다. 이와는 달리, 여행을 허락한다는 한 부모는 "마냥 반대한다고 막을 수 있나. 차라리 피임을 꼭 하라고 현실적으로 충고하겠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자녀의 혼전 순결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었다. 자녀가 이성 친구와 성관계를 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조언)을 하겠냐고 묻자, 대부분의 부모는 "일단 멘붕", "생각하기도 싫다", "슬퍼서 아무 생각도 안 들 것 같다", "너무 절망할 거 같다"라고 답했다. 자녀들이 혼전 순결을 어기는 건 말 그대로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엄마·아빠한테는 절대 말 못해요"…숨기기에 급급한 '성'
▲ 통계대로라면 기독 청년 중 둘에 한 명은 성관계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의 혼전 순결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자녀들은 부모에게 성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뷰티세이 홈페이지 갈무리) |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에게 성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기 어려운 형국이다. 대학생인 A는 남자 친구와 성관계 후, 부모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생각에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고민 끝에 A는 친구인 B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B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 자신만의 일이 아닌 듯해 조금은 안심했지만,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을 한동안 떨칠 수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독 청년 중 성관계 후 죄책감에 시달릴 때, 부모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지속해서 섹스를 하는 기독 청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그들의 고민은 종교적인 죄책감보다는 "줄 거 다 줬는데 상대방이 책임감 없이 떠나면 어쩌지"라는 고민이었다. 기독 청년들은 '첫 경험' 이후 잠깐 자괴감에 빠지지만, "남들도 다 하는데 뭐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서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이내 성관계에 익숙해진다.
자녀들 성 문제에 속수무책인 아버지…예나 지금이나 말 못하는 건 매한가지
근래의 부모와 자식은 허물없이 지낸다고들 한다. 하지만 '성' 문제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듯했다.
"엄마는 그나마 낫다. 어떤 조언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히 잡히지 않는다." 자녀들과 성 문제를 나누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한 아버지의 반응이다. 두 딸을 둔 50대 남성 C는 자녀들이 이성 친구가 생긴 걸 알게 됐을 때 "항상 조심해라. 너무 깊은 관계가 되지 않도록 해라" 정도로 조언해 준 게 고작이라고 했다. 자녀가 남자인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 문제를 자녀들과 툭 까놓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자녀가 자위행위를 한 휴지를 보거나 포르노를 보는 걸 알아도, 못 본 척 지나가는 게 현실"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는 아버지도 있었다. 대개의 아버지는 자녀들의 성 문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 역시 청년 시절에 성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상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50대 남성 D는 "어렸을 적부터 엄격한 청교도 신앙을 배우며 자랐다. 그런 탓인지 여자 앞에 서면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성 문제를 부모님께 얘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겸연쩍어했다. 40대 남성 E 역시 "교회에서는 무조건 죄라고 하고, 부모에게는 말 걸기도 어려웠다. 어떻게 이런 얘기를 꺼낼 수 있었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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