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1주차 - 나는 왜 글쓰기 공부모임을 하는가?

나는 왜 글쓰기 공부모임을 하는가?

경북대 식품공학, 사회학전공

10 이정인

  나는 어릴 적 글과 담을 쌓고 지냈다. 내 인생의 첫 안내자였던 부모님으로부터 그러한 유산을 물려받지 못한 탓이었다. 그 책임은 순전히 글(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부모님의 무지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상 엘리트가 아니고서는 글의 중요성을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오히려 가슴 아픈 하나의 사건, 즉 부모님의 이혼이 그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10대가 되기도 전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어머니가 나를 책임지게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나가야 했기에 나를 돌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20년 가까이 외할머니 손에 길러졌다. 부모님 대신 나의 새로운 안내자가 된 외할머니에게 교육적인 측면에서 부모의 역할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자연스레 나는 ‘노는’ 것에 익숙해졌고, 컴퓨터를 구입했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게임이 나의 전부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교과서가 아니고서는 글을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집에 있는 책이라고는 한글을 배울 때 읽었던 아동서적이 전부였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준다.

  글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불과 최근의 일이다. 대학교 3학년때부터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언어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언어의 두 가지 옷인 말과 글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말과 글은 의사소통에서 그 나름의 장점을 가진 표현 수단이다. 그중에서 나는 기록되어 오래도록 보존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글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더욱이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계속 하고자 했기 때문에, 학문의 세계에서 말보다는 글이 지식을 나누는 수단으로서 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나에게 글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글을 쓰려면 풍부한 어휘력과 논리적으로 문장과 문단을 다듬고 구성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무살때까지 교과서로만 글을 읽었던 나에게 그런 능력이 준비되어 있을리 만무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IVF라는 선교단체를 하며 스물 한 살때부터 약 3년 동안 100권에 가까운 책(대부분이 기독서적이었다)을 독파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읽었던 책이 체계적으로 논리를 구성한 신학서적이었기 때문에 글을 짜임새있게 구성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어휘력에서 부족함이 드러났다. 내가 알고 있는 어휘는 신학에만 한정되어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이 쓰는 일상어휘나 정치 및 경제와 같은 비교적 대중과 맞닿아있는 학문들의 어휘는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해 교수님과 사회학과 60주년 스토리북 작업을 하면서 드러난 사실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글쓰기 연습을 하려 했으나 막막했다. 천성이 게으른 탓일까 계획한 것들은 작심삼일이 되었다. 더군다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서 한 동안 펜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다행히 최근에 사건이 수습되었고, 나는 다시금 마음을 잡아 사회학을 계속 하려는 의지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했다. 마침 그때 형빈이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글쓰기 공부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불과 몇 주전의 일이었다. 나는 흔쾌히, 감사한 마음으로 형님의 제안을 수락했다. 철두철미한 형님과 함께라면 게으름을 극복하고 나의 부족한 글쓰기 실력을 좀 더 체계적으로 다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스터디 모임을 통해 나는 문장력 향상과 더불어 고질적인 문제인 부족한 어휘력을 보충하고 이로써 사회학 공부를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잘되어야 할텐데. 나 자신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