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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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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으로 가는 길(2012.10.30.) 산경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산벚나무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가지마다 살갗이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겨울에 대하여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호들갑떨지 않았다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길이 보이기..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13.3.7.)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2012.9.25~10.12.)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은 시집. 시는 고요하게 만들어 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힘과 용기의 차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의문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전체의 뜻에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학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서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누군가에게 기대기 ..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2012.10.30.) 딸에게김용화너는지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내에게 날아온 천상의선녀가하룻밤 잠자리에 떨어뜨리고 간 한 떨기의 꽃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정안면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오늘 만나고 싶다언제 보아도 언제나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마음이 따뜻한 사람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세상의 모든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언제나 마음을 하늘로 열고 사는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언제나 청순한 마음으로 사는사슴 같은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용혜원의 시(2013.3.14.~20.)
Love Letter 손호연 단가집(2012.10.22~24.) 러브레터 하늘나라어느 역에 내려야그대 계신 곳 찾을 수 있을까 하늘나라 은하수 거리그대 앞으로 부치려고써놓은 편지 같이 살 때는 쓰지 않았네그대 만날 수 없는 이제써서 부치고 싶은 러브레터 향기로운 계절에오는 편지는다 연서와 같아 정겨워지네 감나무 잎사귀 앞뒤로빼곡히 써내려간가을마다 오는 그대의 편지 열어보지 않아도또 써보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이 제야의 밤 다시 쓰네 빛나는 유품 평소에 님이 쓰던 것유난히 빛나 보이네유품이 되고 나니 아주 작고 광채는 약하지만그대가 제비 뽑은 그 반지아직도 나는 끼고 있네 그대와 같이 고른연둣빛 캐시미어 담요그 담요 몸에 덮고 가신 님 가신 님 쓰다 남긴 향수병내 흐르는 눈물 모아담아나 볼까 칫솔도 은수저도 님이 쓰던 것입술을 대보니그리운 향기가 개켜놓은 그대와 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