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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

Love Letter 손호연 단가집(2012.10.22~24.)

 

 

  

러브레터

 

하늘나라

어느 역에 내려야

그대 계신 곳 찾을 수 있을까

 

하늘나라 은하수 거리

그대 앞으로 부치려고

써놓은 편지

 

같이 살 때는 쓰지 않았네

그대 만날 수 없는 이제

써서 부치고 싶은 러브레터

 

향기로운 계절에

오는 편지는

다 연서와 같아 정겨워지네

 

감나무 잎사귀 앞뒤로

빼곡히 써내려간

가을마다 오는 그대의 편지

 

열어보지 않아도

또 써보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이 제야의 밤 다시 쓰네

 

 

 

 

빛나는 유품

 

평소에 님이 쓰던 것

유난히 빛나 보이네

유품이 되고 나니

 

아주 작고 광채는 약하지만

그대가 제비 뽑은 그 반지

아직도 나는 끼고 있네

 

그대와 같이 고른

연둣빛 캐시미어 담요

그 담요 몸에 덮고 가신 님

 

가신 님 쓰다 남긴 향수병

내 흐르는 눈물 모아

담아나 볼까

 

칫솔도 은수저도 님이 쓰던 것

입술을 대보니

그리운 향기가

 

개켜놓은 그대와 나의 스웨터

포개서 겹치는

기쁨이 있어

 

그대 손에 길들여진 만년필

가신 님 그리는

시 써갈 줄이야

 

남기고 간 구두

깊이 손을 넣어보니

끝에 그 발가락 내 손에 잡히네

 

그대 감기 들어 썼던 마스크

빨지 않고

깊이 넣어두네

 

그대와 커플로 산

선글라스 꺼내 쓰면

하늘이 흐려지고 마음이 흐려지고

 

 

 

 

 

 

끝 없는 나그넷길

 

우리가 같이 하던

산책길에 자주 보던 사람

영국 신사라고 그대를 불렀지

 

'아직도 한창 일하실 나이에'

그대 아쉬워하는 말

내 마음에 위로가 되네

 

'그리운 그대'라고

종이에 가득 써보니

더 보고 싶어지는 사랑하는 그대

 

끝없는 나그넷길에서 만나게 된

억만 명 중의 한 사람

그대

 

끝없는 나그넷길 길목의

그대와 나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 만나지 못하나

 

 

나란히 가던 길

 

나란히 가던 길

갑자기 좁아져

그대 손 놓고 한 줄로 갔었지

 

'아이 추워'

그대 곁에 다가가

오버 주머니에 손 넣고 싶네

 

나란히 가던 그대와 나

내 차가운 손 그대 호주머니에

살며시 넣었었지

 

멀어져 가는 나를

부르는 듯한 그대 목소리

뒤돌아보니 노래비만 서 있네

 

 

 

 

시는,

_좋다.

이 한 마디면 끝..

 

 

201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