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하늘나라
어느 역에 내려야
그대 계신 곳 찾을 수 있을까
하늘나라 은하수 거리
그대 앞으로 부치려고
써놓은 편지
같이 살 때는 쓰지 않았네
그대 만날 수 없는 이제
써서 부치고 싶은 러브레터
향기로운 계절에
오는 편지는
다 연서와 같아 정겨워지네
감나무 잎사귀 앞뒤로
빼곡히 써내려간
가을마다 오는 그대의 편지
열어보지 않아도
또 써보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이 제야의 밤 다시 쓰네
빛나는 유품
평소에 님이 쓰던 것
유난히 빛나 보이네
유품이 되고 나니
아주 작고 광채는 약하지만
그대가 제비 뽑은 그 반지
아직도 나는 끼고 있네
그대와 같이 고른
연둣빛 캐시미어 담요
그 담요 몸에 덮고 가신 님
가신 님 쓰다 남긴 향수병
내 흐르는 눈물 모아
담아나 볼까
칫솔도 은수저도 님이 쓰던 것
입술을 대보니
그리운 향기가
개켜놓은 그대와 나의 스웨터
포개서 겹치는
기쁨이 있어
그대 손에 길들여진 만년필
가신 님 그리는
시 써갈 줄이야
남기고 간 구두
깊이 손을 넣어보니
끝에 그 발가락 내 손에 잡히네
그대 감기 들어 썼던 마스크
빨지 않고
깊이 넣어두네
그대와 커플로 산
선글라스 꺼내 쓰면
하늘이 흐려지고 마음이 흐려지고
끝 없는 나그넷길
우리가 같이 하던
산책길에 자주 보던 사람
영국 신사라고 그대를 불렀지
'아직도 한창 일하실 나이에'
그대 아쉬워하는 말
내 마음에 위로가 되네
'그리운 그대'라고
종이에 가득 써보니
더 보고 싶어지는 사랑하는 그대
끝없는 나그넷길에서 만나게 된
억만 명 중의 한 사람
그대
끝없는 나그넷길 길목의
그대와 나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 만나지 못하나
나란히 가던 길
나란히 가던 길
갑자기 좁아져
그대 손 놓고 한 줄로 갔었지
'아이 추워'
그대 곁에 다가가
오버 주머니에 손 넣고 싶네
나란히 가던 그대와 나
내 차가운 손 그대 호주머니에
살며시 넣었었지
멀어져 가는 나를
부르는 듯한 그대 목소리
뒤돌아보니 노래비만 서 있네
시는,
아_좋다.
이 한 마디면 끝..
20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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