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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88만원 세대 (2014.8.11.-13.)


우리 세대 이야기.

 

이 책을 드디어 읽었다.

2007년에 출간된 책.

내가 고3때 나온 책.

 

 

서문

 

1부 대한민국 10대와 20, 그들의 운명

 

1장 첫 섹스의 경제학: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에 빠졌던 것은 16세 때의 일이다. 춘향이와 이도령이 어른들도 식겁할 정도의 고급 체위로 섹스를 했던 것도 16세 때의 일이다. 역사적인 자료들을 보면, ‘이팔청춘이라 부르는 이 나이면 대개 이미 결혼을 했고, 또 아이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남자들의 경우, 생물학적으로 16세에서 18세를 성적 에너지가 가장 높은 나이로 보는데, 이 연령대의 성에 대한 충동은 살인의 충동만큼 높다고 많은 의사들은 말한다. 따라서 잘 디자인된 사회라면 이 나이에 정상적인 섹스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편 여성들의 경우는 남성보다 성숙도가 훨씬 빠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왕비들이 처음 궁에 들어가 세자와 결혼하는 나이가 바로 그 나이였던 셈이다. 지금의 13세 소녀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이지만, 예전 기준으로 하면 그 나이에 벌써 섹스는 물론이거니와 한 나라의 어머니가 되었다. 조숙한 소녀들이 13세에 벌써 세자빈이 되어 국모가 될 훈련을 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16세 이상의 나이는 육체적으로도 완전한 어른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어른이었던 셈이다.

물론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 소년 또는 소녀가 섹스를 즐기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했다가는 집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이게 알려진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 그리고 선호도라고 부르는 선호 함수만으로 놓고 보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16세 이상의 성인들에게 섹스를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긴 인류의 역사로 보면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상황을 표준경제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예산제약이라는 용어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섹스 혹은 결혼생활인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이 없기 때문에 섹스도 참고, 결혼도 뒤로 미루어야 하는 것이다. 좀 복잡하지만 이것을 우리 식으로 쉽게 말하자면, 그냥 돈이 없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나이에 성적 충동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어서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면 경제학의 연구 대상이라기보다는 심리학의 연구 대상에 더 가깝다.(p30-31)

예전엔 이런 이야기 봐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젠 뭔가 알 거 같은.. 10대 때가 한창.

 

독립을 하려면 일단 살 집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평균 주거비용, 더구나 서울의 평균 주거비용을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부모한테 용돈을 받아서 휴대폰을 샀지만, 그 휴대폰 요금마저 감당하기 벅찬 10대들에게 주거비용은 상상해볼 수 있는 범위 밖의 금액이다. 10대에 독립한 청소년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는 쪽방’, ‘반지하’, ‘옥탑이 세 가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체 국민의 50%가 집이 없는 현재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10대나 20대 초반 동거 커플의 주거권 같은 얘기들이 사회적 의제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

외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기에 18세에서 20세 사이에 독립이 가능한 것일까? 물론 주거비용이 싼 것도 큰 작용을 한다. 방 하나 혹은 두 개를 빌려서 산다고 가정할 때, 4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그리고 지방에서는 이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나이에는 당연히 소득이 적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는 혼자 살거나 혹은 커플로 동거를 하더라도 50%에서 60% 정도의 월세보조금을 지급한다. 동거의 경우에는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방단체도 있고, 학생의 경우 학생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 저소득층에 적용되는 사회안전망이 당연히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커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조금 큰 틀에서 유럽을 살펴보면 그 사회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권과 생활지원을 보장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하지만 동성애 커플의 경우는 때때로 팽팽한 토론이 벌어지는 주제가 되기도 한다.

국민소득이라는 잣대로 보면, 유럽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18세에 삶을 독립하는 새로운 시민들, 즉 젊은 동거인들에게 어떻게 사회안전망을 적용할 것인가라는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소득 15천 달러, 늦어도 2만 달러 즈음에서 기본적인 제도의 정비가 끝났다. 물론 국가별로 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젊은 동거인들을 사회의 첫 번째 단위로 인정하자는 합의가 나오는 단계는 국민소득 15천 달러 무렵이다. (p41-42)

 

진지하게 자신의 독립을 생각하는 10대들이 두 번째로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대학등록금과 같은 교육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등교육으로 세상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런 효율적인 제도를 만드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p45)

 

조숙한 청소년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스스로 일궈나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곧 현실적 벽에 부딪혀 절망하게 될 것이다. 결국 독립이나 동거생활 같은 불투명한 미래에 몸을 맡기기보다는 부모와의 삶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 구조 속에서 보면, 조금 더 부모에게 의존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구조가 잘못된 것이다. 이들이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이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사회 시스템이다. (p65)

 

 

220대가 만나게 될 세상

 

지금의 20대는 전 세대가 가졌던 경제적 독립의 기회, 즉 창업의 기회가 훨씬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도 유럽만큼이나 많은 자영업의 기회가 있었고, 또 적은 자본을 가지고도 오퍼상이라 불리던 소규모 수출 대행업을 창업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또 지금의 30대 중반 세대는, IMF 직후 아주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벤처 창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 덕분에 20대에 사회적으로 데뷔하고 경제적으로도 독립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몇 개의 흐름들은 시대가 만들었던 탈출구같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20대 특히 20대 초중반의 세대에게는 앞의 세대가 가졌던 기회의 문이 거의 열려 있지 않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흔한 답은 저성장 시대때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1~2%대의 성장률을 보이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4~5%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고성장 국가다. 이런 정도의 세대 지체현상은 다른 선진국들이 같은 성장률을 보이던 시기에 발생한 적이 없다. 게다가 IMF 직후의 벤처 열풍이 불던 시기가 지금보다 성장률이 높거나 경제가 더 좋은 상태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뭔가 전혀 다른 설명 틀리 도입되지 않으면 이 기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p89)

 

유럽의 시민단체가 기존의 경제조직에 비해서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자신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독자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큰 법률 회사나 컨설팅 회사 같은 곳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자신의 독자적인 일을 갖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큰 조직이 갖는 당연한 특성인데, 언제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시민단체의 경우 활동가는 물론 전문가들도 대개 자신만의 실무를 가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세대 간 경쟁이라는 눈으로 본다면, 시민단체의 경우는 윗세대의 간섭을 덜 받고 쉽게 자신의 고유 영역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자신의 고유한 일들을 가지고 관리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독자성이라는 또 다른 보상이 생길 수 있다. (p120-121)

 

지금처럼 승자 독식 게임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제어나 균형 장치 없이 20대에게 불리한 세대 간 게임의 양상은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경쟁에 패한 20대를 환영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곳은 불법 다단계밖에 없다. 조폭도 되기 어렵다면 그 다음에는 불법 다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기존의 질서가 급격하게 해체된 동구 국가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혼란이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발칸반도의 알바니아의 경우는 국민소득의 30%에 해당할 정도로 다단계가 커지고 국민의 3분의 1이 가입할 정도로 극도의 혼란상을 겪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렇게까지 전체가 급속하게 붕괴할 위험은 없지만, 20대에게는 워낙 움직일 수 있는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p134)

뭔가 씁쓸한 이야기..

 

 

220대에 숨통을 10대에 생존을

 

1장 위기의 20: 자멸인가, 세대착취인가?

 

2장 다안성 1세대를 위한 크리스마스 캐럴

 

노무현 시대에 생산비에서 그렇게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 임금을 줄이기 위해서 숙련노동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비숙련공의 단순작업으로 전환해서 대규모로 비정규직을 전환하는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공정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의 등장이 전체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꼭 내부에 두지 않아도 되는 일의 일부를 외부에 넘기는 것을 아웃소싱이라고 부르는데, 외국 기업의 경우는 아웃소싱할 것과 반드시 내부의 숙련공의 몫으로 남겨둘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1원을 놓고 경쟁하게 되는 국제 경쟁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이 기업이 어려워지는 것만큼 더욱 더 비숙련공의 비율을 높여서 임금을 줄이는 것으로 만회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굉장히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높아지게 만드는 진짜이유이다. (p233)

 

언젠가는 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정규직화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것은 국제적 경쟁이 포디즘 방식이 아니라 다품종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하게 되면 지금의 비정규직화를 갖고 이 시스템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는 지금의 승자도 사실 상대적 승자에 불과하다. (p236)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런 세계적인 프랜차이징과 함께 국내에서 만들어진 프랜차이징의 2중 구조가 진행되는 중이니까,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20대가 자신의 가게를 차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현명한 일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 보이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하나 발견되는데, 가격 경쟁력을 선택한 프랜차이징이 품질 경쟁력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격 경쟁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다. 이 현상은 경제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데, 예를 들면 유럽에서는 50년쯤 영업을 했던 스테이크 하우스보다 프랜차이징 스테이크 하우스의 제품이 당연히 싸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역전이 되었다. 정크푸드라는, 안전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맥도날드가 우리나라에 들어 올 때 고급 식당인 것은 그 당시 우리나라에 국민소득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된 지금 상태에서도 프랜차이징 업체가 자영업 식당에 비해서 비싼 현상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이걸 뒤집으면 품질 경쟁력을 포기하고 가격 경쟁력을 선택한 프랭차이징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도 포기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징은 현재 다른 어느 업종에 비해서도 떼돈 버는장사가 된 셈이다. 이걸 이해하면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징이 대부분의 자영업자를 물리치는, 선진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왜 급격히 퍼져나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시장의 특징상 비쌀수록 사는사치재처럼 프랜차이징 업체를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텐데, 이것은 문화현상이기 떄문에 경제학에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자장면을 파는 중국집에서는 왜 프랜차이징이 벌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서민들의 식단이었던 설렁탕에서의 프랜차이징이 약한지는 이걸로 설명할 수 있다. 이미 자장면과 설렁탕은 서민의 음식이라는 사회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랜차이징을 통한 고급화로 사람들을 속이기가 쉽지 않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쉽게 말하면 싸구려 음식을 비싸게 속여 파는일이 너무 쉽게 우리나라에서는 벌어지는 셈이다. 동경보다 비싼 서울의 스타벅스 커피 가격은 이런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프랜차이징은 비쌀수록 우리나라에서는 잘 된다. (p250-251)

 

약간 어렵기는 하지만 풍력 발전과 같은 경우에도 기존의 화력 발전에 비해서 1.5배 정도 고용이 증가하게 된다. 원리는 간단한데, 화력 발전은 설비들이 발전을 하지만 풍력 발전기와 같은 분산형 시스템에는 오퍼레이터라고 부르는 관리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용이 필요하다. 이는 사람 손이 더 많이 가는 대신에 에너지가 덜 들어가고, 이에 따라 생태적 편익도 발생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인 에너지 체계에 대한 점검과 함께 10만 명 정도의 신규 고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괜찮은 대안이다. (p267-268)

 

 

3장 바리케이드와 짱돌의 기원에 관한 고고학적이며 기능론적인 고찰

 

 

에필로그 - ‘희망고문을 멈추기 위하여

 

지금 한국의 10대와 20대를 싸가지 없고 불평만 많다” “아무 생각 없는 주제에 반항적이다라고 경멸하는 기성세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들의 과거 모습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말로 이들이 기성세대에 반항씩이나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과도한 일반화를 무릅쓰고 말하건대, 오늘날 한국의 10대와 20대는 승자독식이라는 무서운 룰을 내면화하고 있으면서도, 기성세대의 질서에 굉장히 순종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바늘구멍만한 생존기회를 다름 아닌 기성세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바늘구멍조차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20대에게 네가 노력을 안 해서 취직을 못하는 것이라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문화께 인사들이 몇몇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청년백수들에게 카운슬링을 가장한 모욕을 퍼붓고는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걸 읽은 20대들 상당수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읍해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통쾌한 지적이다” “주옥같은 명문이다라며 사방팔방 친구들에게 권한다. ‘희망고문이 주는 고통이 급기야 쾌락으로 전도된 셈이다. 일종의 집단착란 증세이고, ‘세대 간 사도-마조히즘이다. 이런 행태는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뿐더러 사회가 병들어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일 따름이다. (p322-323)

 

7년전 이야기인데 달라진건 없는 거 같다. 대안이...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은 그냥 예언서가 되어 버린 거 같은.........

201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