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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도가니 (2011.10.22.)



 



이 책은 법조윤리 과제를 하려고 읽게 되었다. 


처음보는 나를 믿고 그들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던 청각장애인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들을 위해 헌신하던 분들을 생각하면 가끔씩 내가, 삶은 결국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빠지는 것이 죄송그럽다.


이 세상에 그렇게 천사들이 많은지 모르고 지낼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답지 않게 자주 아팠고, 초교, 재교를 보고 나서 한번씩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열에 들떠 며칠씩 누워있어야 했지만,


그런의미에서 나는 이 글을 쓰며 행복했다.


(P293)


다.. 읽고 나니 과제할 힘이 나지 않는다.


너무 마음이 힘들다. 모두 다 일어날 법한 일이라...서..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라서.. 


조금만 더 과장해서 써줬더라면 마음이 가벼웠을텐데.....


아., 과제 어떻게 하지.....


아.. 나는 어떻게 살지?..




새로운 학교에 부임한 주인공에게 학교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도


큰 교회 목사님의 설교부분도..


성폭행이 일어나는 것도


경찰의 반응도


장학사의 반응도


행정공무원의 반응도


변호사를 수임하는 과정도


재판의 과정도


언론의 반응도


주인공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도


돈으로 고소 취하를 얻어내는 과정도


주인공이 마지막에 남긴 편지의 내용도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도


국무총리의 연설 내용도


모두 하나같이 일어날법한 일들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내가 그 공무원이고, 내가 그 검사이고 내가 그 판사였어도....


절차상..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 말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아니..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나는.. 귀찮아 하며 피하지 않았을까 .?..


내가.. 그 교회에 앉아서 그 설교를 듣고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람은.. 왜이렇게 약할까?.. 또 사람은 왜 이렇게 악할까?.. 평화의 하나님은 어디에 있을까....



학교발전기금 내는거, 그게 뭐가 나빠? 만일 우리에게 처음부터 돈이 많았다면 일부러라도 장애인학교에 돈을 냈을지 몰라. 그걸 낸다고 해서 뭐가 나쁘지? 그리고 눈 한번 감고 그 돈을 내면 선물은 너무 많아. 요즘 같은 세상에 교사가 된다는 일이 그렇게 쉬울 줄 알았어, 당신? (P35)

강인호의 아내가 강인호에게 하는 말...


다음날 아침, 강인호는 쇼핑백을 들고 행정실 문을 노크하면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이 배반을, 타협을, 무책임을 긍정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그가 서른네 해를 살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뻔뻔함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아내 몰래 술집여자와 잠자리도 몇번 가졌고 사업하는 동안 소득도 조금 누락시켰다. 출세해서 고급 외제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나타난 동창 놈이 빠른 시일 내에 폭삭 망하기를 바라기도 했고, 의외로 미인인 친구의 아내에게 이상한 욕정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구차하게 자신을 달래가며 출근을 해본 적도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번 아내의 말을 떠올렸다. 그가 부자였다면, 부모를 잘 만나 거대한 땅이라도 물려받았더라면 청각장애아들을 위해 이 액수의 열 배쯤을 기부했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좋으신 하나님!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이런 날벼락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 겁니까? 저는 그들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진정 그들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렇다고 저는 그 불쌍한 어린 학생들을 결코 의심하지 않으렵니다. 그렇다면 주님,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입니까?"

"아멘"

"주님은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묻고 또 묻고 또 묻고 또 물었습니다. 땀이 밤새 비오듯 흘러내렸고 제 옷은 축축하게 젖었습니다. 저는 귀지 않고 주님께 물었습니다. 새벽이 오고 말았죠. 주님은 이렇게 저를 모른 척하시나보다 낙담하려는 순간, 저는 답을 얻었습니다. 조간신문을 보는 순간 저는 하니님께서 제게 응답하심을 알았던 겁니다."

...

젊은 목사는 신문 하나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어제 방송이 나간 뒤, 그동안 자애학원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들은 무진의 오랜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며 전 무진 영광제일교회 목사였고 지금은 `교회 없는 교회' 목사로 일하는 최요한 목사를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젊은 목사가 잠시 성도들을 둘러보았다. 일순 침묵이 다시 이들을 내리 눌렀다. 짧은 탄식을 애써 억누르는 사람도 있었다. 최요한 목사는 지금의 담임목사인 아버지 목사와 함께 무진 영광제일교회를 초창기부터 일군 목사로서, 담임목사가 자신의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려하자 반기를 들었고 그 불화를 견디다 못해 오년 전 이 교회를 나갔다. 그때 그를 따르는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났고 영광제일교회는 아직도 그 상처를 다 치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P159-160)





그렇다면 당신은 무진시민 모두와 싸워야 할 거요. 사방에서 거짓말을 하며 서로서로를 눈감아주고 있어요. 시의원과 건설업자의 처남이, 운전면허시험장 직원과 병원장 사모님이, 룸쌀롱 마담과 경찰서장이, 밤무대 무명가수와 외로운 사모님이, 유부녀와 목사가, 교수와 교재출판업자가, 시교육청과 입시학원 원장이 서로를 봐준다며 눈을 감고 거짓말을 해대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직도 정의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쩌면 그들은 더 많은 재물은 가끔 포기할 수 있어요.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거예요. 한번만 눈감아주면 다들 행복한데, 한두 명만 양보하면 세상이 다 조용한데, 그런데 당신은 지금 그들을 흔들고 있어요.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변화를 하자고 덤빈단 말이지요. (P255)

관계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된 일일까? 대체 누가 이 사태를, 이 어이없음을 책임져야 할까? 장경사는 아주 조금 수사를 늦추었을 뿐이야. 수사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늦게 그리고 약간 소극적으로 했을 뿐이지. 황변호사는 평생 단 한번 있는 전관예우의 기회를, 그의 수많은 동기와 선배들이 그러하듯 그렇게 딱 한번 사용하고 있을 뿐이고 그 사람 훌륭한 판사였다고 하더라. 청렴했기에 그만큼 모아놓은 돈이 없었고 변호사 활동을 하려면 서울 강남의 법원 앞 빌딩에 사무실을 열어야 했고, 그 비용은 청렴한 판사  출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그로서는 부귀도 마다하고 이십년을 국가에 봉사해왔으니 이제 이 정도의 보너스는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했겠지. 아니, 물질적인 이유말고도 그에게는 오십여년간 무진의 복지를 책임진 이강석 형제를 보호하고 싶은 동기가 있었을지도 몰라. 그게 자신의 고향, 무진을 위해 할 수 있는 훌륭한 일이라고 나름대로 판단했을지도 말이야. 장애아들 몇 때문에 이 오랜 자애학원의 봉사활동을 무위로 돌리고 그 무진의 상류층과 무진의 명예를 더럽힐 수 없다고 말이야. 산부인과 의사 또한 그래. 약간의 여유가 있었을 뿐인지도 몰라.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소녀의 처녀막이 파열된 상처를 가지고 자신의 동창의 남편이자 무진 골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을 한 다리만 건너면 그 집 숟가락이 몇개인지 다 아는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을 오욕의 구덩이 속으로 밀어넣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제눈으로 강간의 현장을 확인한 바도 없고 피를 철철 흘리는 아이를 데리고 급박하게 병원을 방문한 것도 아니잖아. 박선생과 윤자애는 실제로 교장과 행정실장을 좋아하고 있고 그들이 고매한 인격을 지녔는데 누명을 썼다고 판단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 그렇다고 쳐봤지. 그러니까 웃기데. 검사는 부모가 합의서를 써주면 자동으로 기소 자체가 취소되는 이런 법률을 만든 사람이 아니고, 판사는 그런 검사가 고발하지 않는 사건을 어떻게 다룰 수도 없어. .... (P264~265)

누구의 잘못인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이상한 상황.....


국무총리는 추위 때문에 소름이 오소소 돋은 얼굴로 단상에 서서 내빈들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메카이며 인권신장의 발상지, 무진에 오게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P286)

인권이 뭘까?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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