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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2013.12.15.-20.)

 



 

표지에 다 나와 있듯이..

<오마이 뉴스> 오연호 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인터뷰한 내용을 편집한 책이다.

인터뷰 내용 뿐 아니라 노 대통령의 저서 이곳 저곳도 인용하고 있다.

 

097월에 출간된 책.

 

 

 

신희망 씨, 정말 이상한 대통령이죠? 현직 대통령이 각성하는 시민을 믿는다. 그 믿음이 없으면 내겐 아무 희망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시민운동은 권력을 제어하는, 권력의 불법이나 권력의 남용을 제어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죠. 이제는 대안까지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말하자면 그야말로 주권자로서, 권력의 주체 세력으로서 시민을 양성해 나가야 되는 거죠.”

그만큼 대통령 노무현은 달랐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든 권력의 일인자가 아니라 정치권력의 일인자일 뿐이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희망 씨, 대한민국에는 정치권력 못지않은 경제권력이 있습니다. 언론권력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체험을 통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정치권력만 바꿔서는 안 된다. 경제권력과 언론권력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할 진짜 실세, 시민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p28-29)

시민권력. 결국 사람 한 명 한 명이 바껴야 한다는 이야기.

 

 

글쎄요. (임기 말인데) 안 되는 일을 왜 하냐, 안 될 것 같은 일을 왜 하냐, 좀 피할 땐 피하지 왜 하필이면 그렇게 집착하냐, 이런 것이죠. 그런데 안 되는 일이라는 게 없지요. 어떤 일이라는 것은 일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작은 씨앗이 변화를 수용하면서 그 안에 작은 싹을 키우고, 자라고,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 열매가 맺는 것이지요.”

노무현의 자기 사랑은, 역사에 대한 믿음과 연결되어 있었다.

열매가 그렇게 맺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많은 싹이 다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싹이 있어야 하나의 열매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결실이 있는 일인지는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하고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는 많은 일들이 다 하나하나 싹을 틔우고...... 말하자면 물을 주고 키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안 된다고 전제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고, 멀리 보면 결국은 다 그렇게 가게 되어 있는 일 중에 내 몫이 얼마인지 몰라서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시야를 짧게,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지 진짜 안 되는 건 없다, 하물며 노력할 가치조차 없는 것은 정말 없다, 나는 그렇게 보는 것입니다.”(p41-42)

어딘가에 내 몫이 있을 것이다. 결실을 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역사의식이구나.

 

결정적인 것은 이인제 씨 때문이죠. 이인제 씨가 2002년 대선 전에 우리 민주당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였죠. 내가 그때부터 이거 큰일 났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때 나는 이회창 씨 쪽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내 상대는 이인제 씨였어요.”

그러니까 이인제(18대 국회의원) 씨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내가 출마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왜 그토록 이인제 씨를 의식했던 것일까?

그때 아마 내가 노여움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을 ㄱㅂ니다. (이인제 씨의 행태를 보면서) 이게 정치냐, 이대로 가도 되냐, 그렇게 노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이 그때 가지고 있었던 분노는 반칙에 대한 것이었다.

경선 불복했던 사람이 이번에는 우리 당으로 와서 여기서 또 후보하겠다고 하는데...... 그 설명할 수 없는, 이치에 닿지 않는 현상, 그리고 그 현상에 영합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임과 세력을 보면서 이게 뭐냐, 이게 정치냐, 이대로 가도 되냐고 분노했지요.”(p102-103)

 

 

우리가 지도자를 얘기할 때 너무 기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도자 또는 지배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윤리의식, 가치 형성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게 돼 있어요. 그 윤리와 가치의 핵심이 신뢰입니다. 신뢰.”(p104-105)

지도자는 롤모델. 권력을 가진 사람의 판단과 선택을 보고 따라하게 되는 것 같다.

 

 

노무현은 20011210일 서울 힐튼 호텔에서 2002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출마 선언 연설의 핵심은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였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러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 감고 귀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셨던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였습니다.

19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였습니다.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 역사가 이뤄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의 비겁한 교훈을 당당한 교훈으로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떳떳한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 노무현은 스스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그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고졸 출신 변호사로 정계에 입문했던 비주류 정치인이, 어려움 속에서도 원칙을 지켰던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오름으로써, 정계 최고의 성공을 보여줌으로써,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p109)

정의는 승리하는 것일까. 아직 멀게만 보인다. 어쩌면 별똥별과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잠깐 반짝하고 마는.. 그래도 옳은건 옳은거 어쩌겠나.

 

 

나는 감히 말한다. ‘역경 속에서 연마한 건전한 상식을 가진 링컨이 없었다면 미국의 정치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낮은 사람이,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든 전형을 창출한 사람. 그가 곧 링컨이다. 그는 옳은 길을 갔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그 길을 가 성공했기에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옳지 못한 길을 가야 하고, 정직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그릇된 관념이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의식, 이러한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한 차원 높은 사회 발전도, 역사 발전도 불가능하다. 이제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자존심이 활짝 피는 사회, 원칙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자 정치를 하는 이유이다.(p113-114)

 

 

해외 다니면서, 외교하면서 제가 받은 느낌인데요, 한국이 국제 무대의 당당한 일원으로 등장한 때는 국민의 정부부터입니다. 지도자의 정통성이 국가 위신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많이 실감하고 다닙니다. 제가 국민의 정부의 정책을 다시 한 번 평가해 보면서 과연 지도자의 자리는 머리를 빌려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 같다. 해박한 지식, 지식과 정보에 대한 탐욕, 깊이 있는 사고력, 잘 정리된 가치와 철학이 꼭 필요한 자리인 것 같다. 저는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p120)

김대중의 역사적 정통성.

 

 

정치인들은 두 부류가 있습니다. 대세에 편승해서, 상황과 민심에 편승해서 표만 받으려는 사람이 있고, 역사의 진보에 꼭 필요한 전선에 마주 서서 상황을 돌파하고 때로는 민심을 새롭게 일으켜서 이끌고 가려고 깃발을 세우는 그런 정치인이 있습니다. 나는 역사에서 적어도 그런 지도자가 될 정치인이라면 후자여야 한다고 봅니다.”(p152)

 

대통령의 조건으로 유독 역사적 안목을 강조했던 정치인 노무현, 그는 남북문제를 풀 때는 더욱 그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천 년의 역사 속에서 봐야 해결의 원칙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한건주의, 성과주의로는 절대로 남북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은 이미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대결 구도의 일부일 뿐이지요. 멀리 보면 임진왜란 때부터 시작된 대륙과 해양 세력 사이의 대결관계입니다. 근대화 이후에는 그 대결관계의 각축이 더 확실히 있었던 장이 한반도거든요. 이 세계 지도의 구조 소에서 분단이 나온 것이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이 전체의 구조를 가지고, 동북아 질서 전체를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병행하는 그런 안목을 가지고 작업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단발성 이벤트를 가지고는 역사적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죠.”(p177)

 

행동하면 그것이 옳은 일인 줄 알면서도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p179)

 

정치인 노무현은 국내 문제를 다룰 때와 국제 문제를 다룰 때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국내 정치에서는 탄핵을 일부러 유발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타협을 몰랐다. 언론 문제, 특히 조중동과의 싸움에서는 타협을 고려하지 않았다. 임기를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도 언론을 개혁하겠다고 기자실 문제에 집착했던 그다. 그러나 그는 파병 문제, 북핵 문제 등 국제외교 분야에서는 끈질기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결국 현실적인 타협을 했다.(p188)

 

 

개방은 시장을 넓히는 전략입니다. FTA와 적극적인 해외 투자, 이런 것인데 개방도 이제는 단순히 소극적으로, 수동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관해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교류하지 않은 문명은 전부 쇠약하고 소멸했습니다. 세계의 역사, 이른바 물질적 측면의 세계 역사는 통상 국가가 주도해왔습니다. 물질문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이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러나 지배받지 않으려면, 지배력에 대항하려면 적어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통상국가가 돼야한다는 것이지요. 선진적 통상국가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방하고, FTA도 해야 합니다.”(p193)

사람마다 고유의 말투나 논리 흐름이 있다. 이 사람은 뭔가 모를 똑부러짐이 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나보다.

 

우선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에게 역사의 사실을 존중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과거로부터 법칙을 배우고 그 법칙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 아닙니까. 진보주의자들이 주로 개방 문제와 관련해서 그동안 주장했던 것이 그 이후에 사실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예를 이렇게 들었다.

예를 들자면, 1980년대 초반에 외채망국론, 나도 열심히 강연하고 다녔습니다. 책 읽고 팸플릿도 읽고. 그런데 일면의 논리는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반대도 했지요. 그런데 만약 그때 우리가 WTO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한국이 어떻게 되었을 거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그때 야당 국회의원이라서 쉬운 대로 안주거리처럼 OECD 가입을 반대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OECD 가입이 지금 와서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맞지 않은 것 같고요....”(p196-197)

개방..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하여, 가치 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가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것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싸우고, 허물고, 쌓아올리면서 긴 세월을 달려왔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고,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실패의 기록뿐, 우리가 추구하던 목표는 그냥 저 멀리 있을 뿐입니다.(p207)

 

 

그럼 보수는 뭐고 진보는 뭐냐? 보수는 이런 겁니다. ‘세상은 강자가 지배하는 거야, 무슨 소리들 하고 있어.’ 보수를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모든 보수는 우수한 사람, 잘난 사람, 힘센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 성공하지 못한 사람, 힘없는 사람은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있어라. 그러면 디는데 왜 자꾸 시끄럽게 구느냐.

신자유주의든 구자유주의든 다 덮어놓고 보수의 핵심은 그겁니다. 성공한 사람이 주도해간다. 맡겨라, 통째로 맡겨라.

그럼 진보는 뭔가? 진보는 그게 아니올시다.’입니다. 진보는 보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게 아니고요. 그건 기회를 평등하게 해주고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면 우리도 다 잘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 하십니까.’ 권력도 나누고 지혜도 나누고 평등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강자에게 맡겨라.’ 이 말은 보수가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진보는 이렇게 말하는 거지요. ‘지배하지 말고 합의해서 합시다.’(p252)

정말 보수가 이런건가? 그러면 보수는 무슨 가치가 있나? 그냥 나쁜것일 뿐인가?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든다. 어느 집단이든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모두가 평등하다고 하면 사사건건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하고 다툼이 날거고 그러면 될 일도 안되는,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할텐데 이런건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결국 시민이 최종 선택을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시민사회를 재조직해보자는 겁니다. 참 그건 벙벙하기는 한데, 그러나 어떻든 지난날 노사모가 역사의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런 경험을 다시 되살려서 새로운 시민사회를 한번 조직해보자. 시민들이 조직되어서 정책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현재의 이해관계와 미래의 이해관계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래서 마침내 정확하게 선택해 나가야 한다. 시민의 운동이죠.(p257)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원칙적인 법칙주의, 이것만으로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러면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협상을 해서 결론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통합의 과정이 부드럽게 이루어질 때라야 비로소 민주주의의 통합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입니다.”(p263)

 

 

보수가 무엇이며 진보는 무엇인가, 보수는 강자의 사상, 기득권의 사상입니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노력의 결과이므로 강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강자의 자유를 보장하여 강자가 주도하는 대로 따라가면 모두 좋아진다는 생각이 보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경쟁시장을 넓히기 위하여 개방을 하자고 하면서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나 지원에는 반대합니다. 힘에 의한 질서를 강조하며 갈등은 힘으로 제압하고자 합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며 대외적으로는 대결주의를 주장합니다. 그래서 냉전적 정책을 좋아하는 것이지요.

진보란 무엇인가. 힘 있는 사람이 누리는 권력을 약자도 함께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 힘없는 사람의 연대와 참여를 중시하는 생각입니다. 시장경제를 필요한 것으로 인정하나, 시장의 한계와 실패를 주목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개방을 반대하고 대외정책은 평화주의를 지향합니다. 보통 그렇다는 것입니다.”(p264-265)

 

 

 

인터뷰 형식이긴 하나 한 사람의 이야기만 담겨있으니 당연히 한계도 있겠지. 그런데 이 책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는 역사의식에 비춰봤을 때 이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반칙과 싸워서 최고가 되어 본 사람. 그게 우리 역사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는데 어째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각종 일탈이 범람하는, 반칙을 해도 떳떳한 세상이 되었으니.

 

이 책 덕분에 많이 많이 많이 배우고 간다. 내가 꼭 정치인이 되어야만 이러한 것들을 써먹을 수 있는게 아닌 것 같다. 살다보면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게 되고, 자연스레 상하좌우의 사이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 때 이런 리더십, 이런 철학, 이런 가치관을 활용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ivf할 때, 특히 4학년 때가 떠올랐다. 그런 작은? 무리에서도 이런 리더십을 알았더라면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권력이라는 과제를 던져준 사람. 그 덕분인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아니 사회,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아 진건지도 모르겠다. 오지랖이 넓어졌다 해야하나. 지금은 아웅다웅 정신없고 혼란스럽고 시끄러워서 되래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성장해 가는 과정이겠지? 혼자사는 세상이 아닌 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고 필요하고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쫌 시끄러울 수 있지만 그게 싫으면 혼자 살던가.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이 확고한 것 같다. 읽으면서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믿음? 비스무리함을 발견했다.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 그리고 마지막 날에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고대하는 심정과 같지 않을까. 상황은 나쁘지만 역사는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꿋꿋이 살았던 것 처럼, 나도 상황이 어떻든 내 모습이 어떻든 꿋꿋히 할 거 해야지.

 

읽고 나서 ! 이거다!’하는 깨달음은 없었다. 그래서 별 다섯개는 안될.. 근데 뭔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 같다. 사람에게 가치관과 철학, 역사 의식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준 책.

 

 

201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