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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내면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4.3.23.)


.. 이런 영화가 있었구나.

 

노래와 가사와 분장이 대박.

 

앞부분에 하류층의 삶을 보여줄 때는 화면을 보기 있기가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직장이 없어지만 이렇게 되나.. 지금도 이렇게 되나......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살지 않으면 좋겠다. 나도 다른 사람도.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 개념이 등장했다고 배웠다. 그런다고 해결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벌써 20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여전한 걸 보면 복지제도만으로 되는건 아닌 것 같다. 뭘 어떻게 해야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100년 전에 헨리 조지가 얘기했던 이야기가 자꾸 마음속에 떠오른다.

 

토지사유제를 취하는 부유한 국가에서 자녀에게 어느 정도의 재산이라도 물려줄 수 있는 가장은 5%도 채 안 되며 대부분은 자신의 장례비도 남겨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일부 가정의 자녀는 아버지로부터 기대 이상으로 부유한 유산을 물려받습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토지사유제 때문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혜택마저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생존하고 일하기 위해 타인의 허락을 간구해야 하며 평생 힘들게 일해도 그 소득으로는 기아와 빈궁을 면하기 어렵습니다.(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 교황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p61)

 

젊은이는 결혼을 두려워하고, 결혼한 부부는 애 낳기를 두려워하고, 어린이들은 적절한 영양 섭취와 보살핌이 없어 죽어 가고, 공부하거나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힘든 노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성인이 되더라도 상당수는 영양 결핍, 신경과민, 정신적 미숙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단순한 고통만이 아니라 범죄를 예고하지 않습니까? 감옥과 사창가를 예고하지 않습니까?(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 교황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p64)

 

 

 

영화를 보다가 뭐가 이렇게 많나 싶었다. 이야기가 너무 많다. 원래 장발장 내용에 혁명에 참여하는 내용도 나오는가?

 

덕분에 이 영화가 인기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아서.

 

 

+ 장발장이 자신의 비밀을 숨기는 장면을 보며, 나의 정체에 대해서, 나의 모습에 대해서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지, 어디까지 이해해 줄지에 대한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때론, 자주?,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감옥엘 간 적은 없지만.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어디까지 이야기 안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하겠지. 진짜 바라기는 모든 걸 다 이야기해도 될 사람을 만나는 것?

 

+ 죽을 때까지 자신을 알아 주지 않는 장면에서는, 누군가를 짝사랑 하는 사람의 마음. 사람의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과 사랑 사이의 갈등. 이것도 전 인류의 고민이 아닐까.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풀어갔을까 문득 궁금하다.

 

+ 죽을 때까지 남는 사람과 살기 위해 떠나는 사람. 이것도 누구의 잘 잘못을 이야기 하기 어려운 것 같다. 굳이 죽어야하나, 또 굳이 떠나야하나. 둘 다 의미가 있겠지. 다만 다 떠나고 남은 몇몇의 마음이 어떨까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아직 나는 소수자 마인드가 아닌가보다...

 

+ 사회의 안정을 위해 정해져 있는 법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마음도 백번 이해된다. 이럴거면 법을 만들지 말던가. 기껏 만들어 놓고 이건 불쌍하니까 봐주고 이건 실수니까 봐주고 상황봐서 이거빼고 저거 뺄 거면 법을 만들지 말지.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법을 만들 때, 규정을 만들 때 잘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앞의 책으로 돌아가서,

 

불의가 존재하는 곳에서 자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자선은 불의로 인한 영향을 부분적으로 완화시켜 줄 뿐입니다. 자선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습니다. 또 자선이 할 수 있는 것조차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근본적이고 일차적인 덕성이 결여된 차선책 내지 부차적인 덕성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입니다. 침착도 덕성이고 근면도 덕성입니다. 그러나 침착하고 근면한 도둑은 더 위험합니다. 인내도 덕성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참으면 잘못을 용인하는 결과가 됩니다. 지식을 추구하고 지력을 높이는 노력은 덕행입니다. 그러나 악한 자가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되면 악을 행하는 능력도 커집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악마는 늘 영리합니다.

정의를 저버리고 부인하는 사이비 자선은 부작용도 낳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부금 수령자의 기를 꺾고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합니다.(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 교황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p107-108)

 

+ 불의한 곳에는 답이 없다. 영화에 나오는 저런 자선도, 한 사람의 사랑이 한 사람에게 가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그러니 화난 군중이 저렇게 많은게 아닐까. 불의가 존재하는 곳에서 자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 자기가 할 일을 끝내고 떠나는 사람. 나도 언젠가 저렇게 끝날 날이 오겠지. 살면서 종종 끝이 있다. 헤어질 때가 있다. 죽음이 있다. 이제까지는 졸업이 그랬고, 임관할 때도 그랬고, 아마 전역할 때도 그럴꺼고.. 끝날 때, 죽을 때 아쉽지만 따뜻하면 좋겠네.

 

+ 한 사람의 사랑으로 변화되는 또 한 사람. 앞에서 자선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고 적었지만, 그래도 그 한 사람이라도 구하는게 또 어딘가.; 이 이야기가 떠오르네.

 

한 젊은이가 해변을 걷다가 물 밖으로 밀려나온 불가사리를 줍는 노인을 보았다. 가까이 가보니 노인은 불가사리들을 일일이 바다로 되돌리고 있었다. 젊은이는 노인에게 다가가 왜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지고 계세요?”라고 물었다. 노인은 안 그러면 불가사리들이 죽어라고 대답했다. 젊은이는 하지만 이 세상에는 수천 개의 해안에 수많은 불가사리들이 있어요. 그것들을 할아버지가 다 살릴 순 없어요. 그래봤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구요!”라고 말했다. 노인은 허리를 숙여 한 마리의 불가사리를 집어 들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이 한 마리는 살릴 수 있잖아.”

_ 에린 그루웰,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내 삶을 바꾼 한 구절 p23)

 

 

 

 

+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똑 떨어지는 생각 보다 아.. 저럴 수 있겠다. 이런 마음이겠다 싶은게 많다. 공감을 이끌어 내고 동의할 수 있는 모습들, 행동들. 판단해야하고 선택해야하는 것들.. 왠만한건 다 모르겠다. 사는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ㅎㅎ..;;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노래 가사가 짠하다.

 

투쟁과 사랑은 다르지 않다는// 둘 다 사람을 향한 사랑이라는 걸 말해주려는 건가?

 

 

 

감동 받으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하던데,

기억에 오래오래 남겠다.

 

2014.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