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0-11BLC 때 정인이가 사준 책. 드디어 읽는다.
2000년에 장 지글러가 썼다. 저자는 스위스 사람으로 기아문제에 대한 전문가이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아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글을 썼다.
우리나라엔 07년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정리를 해야하는데..
이 책에서는 여기저기 세계 각국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생소한 나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므로 구글 지도를 활용하는 걸로.
해제 기아에 관한 어느 국제 전문가의 비망록
이 책은 전체적으로 지글러가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곡물 잠재량만으로도 전 세계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 생산으로 유럽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전 세계적 식량 과잉의 시대에 수많은 어린이 무덤이 생겨난다는 사실은 우리를 과연 제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도자를 만나고, 그것을 참회록의 느낌으로 써 내려간 이 책은 현재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문제의 해결을 가로 막는 이유를 워싱턴 합의(...)에서 찾고 있다.(P16-17)
한국어판 서문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1장 일상풍경이 된 굶주림
소말리아에는 서로 적대적인 군벌들이 대립해서 대포와 칼리슈니코프 소총, 칼을 들이대고 싸우고 있어. 모두가 자신들의 군벌 대장에게 복종하고 있지. 각 군벌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권력과 부와 가축을 독점하는 것이야.(p29)
기근이 심한 남부에는 메르카라는 작은 항구가 있는데, 거듭되는 전투로 부두가 파괴된 상태야. 그래서 쌀을 잔뜩 실은 국제구호단체의 화물선은 항구 인근에 닻을 내리고는 소형 증기선으로 쌀자루를 항구로 운송해야 하지. 지원되는 식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양이란다. 게다가 부두에서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무장한 남자들이 자기네 몫을 요구하지. 그러고는 그 쌀자루들을 짐차에 싣고 가서 북부시장에 내다 판단다. 더 기막힌 것은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과거 이탈리아 식민정부가 건설해놓은 모가디슈 항이 있다는 거야(p29)
인도양에 면해 있는 항구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모가디슈 항은 크레인이나 사일로(곡물저장탑), 컨베이어 벨트 같은 좋은 설비를 갖추고 있어서 할에 수천, 아니 수만 톤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단다.
하지만 이 모가디슈항은 폐쇄 상태에 있단다. 이곳 동부의 군벌들이 전투를 벌이는 바람에 국제원조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거든. 약탈에 대한 공포로 어떤 외국선박도 그곳에 정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야. 선원들은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지. 소말리아는 걸핏하면 납치나 인신매매가 행해지는 나라거든.(p30)
2장 8억 5,000만의 굶주리는 사람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구의 18퍼센트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단다. 아프리카에서는 인구의 35퍼센트,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약 14퍼센트가 굶주리고 있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4분의 3은 농촌 지역 사람들이야 나머지 4분의 1은 제3세계 대도시와 그 주변의 빈민촌 사람들이고.(p32-33)
3장 자연도태?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
현재로서는 문제의 핵심이 사회 구조에 있단다. 식량 자체는 풍부하게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어. 그런 식으로 식량이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매년 수백만의 인구가 굶어 죽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은 충분히 있다는 건가요?
그뿐 아니란다. 지구는 현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어. 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 정도되지. 하지만 1984년 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 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구는 120억의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거였어. 먹여 살린다는 의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2,700칼로리 정도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지. (p37)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단다.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거야.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소비하고 활동하다 보면 지구는 점차 질식사의 길을 걷게 될 텐데, 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적당하게 조절되고 있다고 믿는 것이지. 그런 사람들은 기아를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단다. 산소부족과 과잉 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거야(p38)
그런 엉터리 개념을 맨 처음 사용한 건 누구였나요?
18세기 말 영국국교회 성직자였던 토머스 맬서스라는 사람이었어. 맬서스는 1798년에 인구법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어. 이 논문에서 맬서스는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25년마다 두 배가 되지만, 식량의 증가는 산술서열을 따르므로, 가난한 가정은 자발적으로 산아 제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자나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어.(p41)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뒤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p42-43)
4장 문제가 집중되는 나라, 소말리아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소말리아 사태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지. 군벌끼리의 갈등, 내전, 불안한 사회제도, 가뭄이나 사막화 같은 자연재해,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의 미정비, 유엔이나 인도적 지원조직의 협력을 거부하는 따위의 문제들이 겹쳐 있단다. 그래서 식량, 식수, 비타민 부족 등으로 소말리아 사람들은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거야(p47)
5장 생명을 선별하다
FAO는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별하고 있어. 대략 설명하자면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를 말한단다. 이를테면 가뭄이나 허리케인이 덮쳐 마을과 경작지, 도로, 수원지가 파괴되거나, 혹은 전쟁으로 집들이 불타고,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상점들이 파괴되고, 다리가 폭파되기도 하지. 그러면 갑작스럽게 식량이 바닥나고 수백만의 인구가 다음 날이 되면 금세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거야. 국제적인 도움의 손길이 재빨리 미치지 않으면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되지.
그리고 ‘구조적 기아’는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해. 그 나라의 경제발전이 더딘 데 따른 생산력 저조,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인프라의 미정비, 혹은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단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비타민 결핍이나 단백질 부족에 따른 소아 영양실조 등의 다양한 질병을 앓으며 서서히 죽어가게 되지(p48-49)
난민 캠프 앞에서는 젊은 에티오피아 간호사가 피난민들을 선별하고 있었어.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조처였지. 120만 평방킬로미터가 넘는 광대한 에티오피아 국내외의 수백 명의 의사, 간호사, 사회활동가들도 그런 작업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었어. 어떤 선별작업이었냐고? 긴 여정에서 살아남아 아고르다드 난민 캠프에 도착한 피난민들은 대개 특별한 영양 섭취와 집중치료를 필요로 했어. 하지만 식량이나 의약품은 한정되어 있어서, 간호사들은 누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지, 기르고 그 순간의 상태로 보아 누구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지를 결정해야 했어.(p51)
6장 긴급구호로 문제해결?
긴급구호는 쉬운 일이 아니고, 아주 잘 훈련된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영양불량이 심각한 아이들은 면밀한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치료해야 해. 굶주린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먹을 것을 주면 오히려 위험하단다. 자칫 생명을 앗아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지. 굶주림에 시달린 몸은 몹시 쇠약해져 있어서, 구호센터에 모습을 드러낼 즈음에는 신진대사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소화기관이 너무 약해져 있는 경우에는 정맥에 영양주사를 놓아야 한단다. 그런 다음 경험 많은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기력을 차츰차츰 회복시켜야 해. 기본적인 신체기능을 서서히 다시 작동시켜야 하거든. 이 모든 일은 정확한 진단과 신중한 처방에 따라야 하고. 보통 3~4주가 걸린단다.
의료진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위험할 수 있어.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에게는 대개 분유를 물에 타서 먹이는데, 이 우유에는 설탕, 비타민, 미네랄이 들어있지. 그런데 쇠약해진 몸에는 설탕이 오히려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고, 또 우유는 물에 들어있는 박테리아를 더 번식시킬 수도 있단다.(p58)
7장 부자들의 쓰레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먹을거리
8장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무덤
1분에 250명의 아기가 이 지구상에 새로이 태어나는데, 그중 197명이 이른바 제3세계라 불리는 122개 나라에서 태어난단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곧 이런 ‘이름도 없는 작은이들의 묘’에 묻히는 운명을 맞는거야.
9장 자금부족으로 고민하는 국제기구
세계식량계획은 식량이 부족한 나라들에서 활동하고 있어. 처음에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부터 남아도는 식량을 지원받았지. 그러다가 활동방식이 점차 바뀌어서, 이제는 지원국들이 자금을 지원하면, 그 돈으로 식량이 부족한 나라의 이웃나라에서 남아도는 식량을 사들여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지.
초기의 방식은 문제점이 있었거든. 이를테면 스위스가 남아도는 치즈를 세계식량계획에 보냈다고 해봐. 그러면 그것을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 분배해야 하는데, 그 나라는 치즈를 먹지 않는 나라인 거야. 또 미국에서 여분의 밀가루를 지원받았다고 해봐. 하지만 도와주어야 할 나라는 전통적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인데 어쩌겠어.(p68)
10장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왜 세계시장에는 충분한 곡물이 없다는거죠?
카림, 너 혹시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을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
미국은 아주 달라. 소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는 방법으로 비육되지. 그래서 소들이 먹어치우는 곡물이 연간 50만 톤에 달한단다. 미국 중서부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소들이 온도조절이 되는 ‘피드 롯’이라는 거대한 시설에서 사육되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곡물사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 되어 있다는구나.
물론 소들은 움직일 수가 없지. 정해진 공간 내에서 그저 질서정연하게 서 있을 뿐이야. 이런 비육축사 한 곳에만 1만 마리 이상의 소들이 수용되어 있단다.
프랑스의 르네 두몽이라는 농학자가 연구한 바로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피드 롯의 절반에서 연간 소비되는 옥수수의 양이,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면서도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잠비아 같은 나라의 연간 필요량보다 더 많다는 계산이 나왔어(p73)
또 다른 문제는 세계시장에 비축된 식량의 가격이 종종 인위적으로 부풀려진다는 데 있어.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거의 모든 농산품 가격이 투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니?
미국 시카고의 미시간 호숫가에는 위압적인 건물이 솟아 있어. 바로 시카고 곡물 거래소야. 서계의 주요 농산물이 거래되는 곳이지. 이곳은 몇몇 금융자본가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어. 사실 거래는 몇 안 되는 거물급 곡물상의 손에서 결정돼. 그들은 몇 사람 안되지만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앙드레 S.A.(스위스), 컴티넨털 그레인(미국), 카길 인터네셔널(미국), 루이 드레퓌스(프랑스) 등이야.(p73-74)
11장 시장가격의 이면
국제적인 거래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물론 이른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정해진단다. 그러나 또한 일부 곡물 메이저회사와 그 밑의 투기꾼들의 조작을 통해서도 결정돼. 덤핑 전략이나, 또는 반대로 시장에서 상품을 거두어들이는 전략을 통해서 말이야. 투기꾼들이 갑자기 시장에 대량의 곡물을 방출하면 가격이 무너져 덤핑 효과가 나타나고, 반대로 곡물을 사재기하여 인위적인 품귀현상을 불러일으키면 가격이 오르게 되지. 투기꾼들은 대량의 곡물을 곡물저장탑(사일로)에 보관한단다. 가격은 단 한 가지 원칙에 복종해 바로 이윤극대화라는 원칙이지. 시카고 거래소를 주름잡는 사람들은 차드, 에티오피아, 아이티 같은 가난한 나라의 정부가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따위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아.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매주 수백만 달러를 더 벌어들이는 것이지. 배고픈 자들의 고통? 맙소사, 그들을 위해서 유엔이 있고 국제 적십자가 있잖아 하는 식이란다.
그래서 너도 알 수 있듯이 중요한 것은 첫째는 수확량이고, 둘째는 시카고 거래소 투기꾼들이 유엔이나 세계식량계획, 여러 인도적 지원단체, 그리고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는 나라에 제시하는 곡물가격이야.(p75-76)
12장 세계에서 식량을 가장 쓸모없게 만드는 남자
부유한 나라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폐기처분하거나, 법률이나 그 밖의 조치를 통해 농산물의 생산을 크게 제한하고 있단다. 생산자들에게 최저가격을 보장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지.(p78)
유럽연합은 나름의 논리를 따르고 있어. 자국의 농민들을 살려야 하고, 그 때문에 농산물 가격을 높게 유지해야 하거든. 배고픈 사람들을 돕는 것은 FAO나 WFP의 과제일 따름이지. 하지만 이들 국제기구는 우선적으로 긴급한 지역만 도울 수 있을 뿐이야. 8억 명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는 ‘구조적 기아’,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식량의 가격이나 생산량의 결정, 그리고 식량의 공평한 분배 등에 대해 FAO나 WFP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야. 세계시장만이 힘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시장은 아주 잔인하단다.(p80)
13장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
기아와 그 끔찍한 결과는 세부적이고 정확한 분석을 필요로 해. 하지만 학교는 침묵하고 있어.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있지. 그런 탓에 학생들은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를 가지고 졸업할 뿐, 기아를 초래하는 구체적인 원인과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단다.(p82)
14장 설상가상의 전쟁
전쟁은 삶의 터전을 잃게하고 산업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집과 땅의 훼손시킨다. 그리고 구호물자가 오히려 전쟁을 연장시키고 체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15장 무기로 변한 기아
미국의 대통령은 약간 부드러운 방식을 택하고 있어. 예를 들어 미국의 이집트에 대한 정책을 보자꾸나. 이집트 사람들의 주식은 밀이나 조를 빻아서 만든 에이시라는 빵이야. 그런데 에이시의 여섯 개 중 하나는 미국과 이집트 간에 맺어진 식량원조 협정에 따라 미국산 밀로 만들어지지. 이른바 ‘PL-480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되는 거야. 이 프로그램은 이집트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 협정으로 미국은 자국의 잉여농산물을 이집트에 팔아넘길 수 있었던 것이란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은 미국의 조종을 받고 있는 셈이지. 무바라크는 미국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불과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단다. 무바라크는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어. 미국의 용병 역할에 순응하든가 아니면 자국의 극심한 기아에 따른 반란으로 축출당하든가 말이야.(p96)
16장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
세계 제2위의 식품회사인 스위스의 네슬레와 관련한 유명한 이야기 한 가지만 들려주마. 1970년 1월 1일, 칠레의 좌파정당과 노동조합이 연대한 ‘인민전선’이라는 동맹이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했어. 그중 제1항은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들의 후보가 승리할 경우,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겠다는 것이었지.
...
1970년 9월 드디어 대통령 성거가 실시되었고, 인민전선의 후보인 살바도르 아옌데가 36.5퍼센트의 득표율로 당선되었어.
...
그런데 당시에는 분유와 유아식을 판매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던 다국적기업 네슬레가 이 지역의 분유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어. 네슬레는 우유공장을 경영하며 목축업자들과 독점계약을 맺고 판매망도 장악하고 있었단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기 위해서는 네슬레와의 원활한 관계가 필요했지. 하지만 아옌데는 결코 네슬레에 분유를 공짜로 달라고 하지 않았어. 제값을 주고 사려 했지.
1971년 스위스 베베이의 네슬레 본사는 칠레 민주정부와의 협력을 모두 거부했단다.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그 보좌관 헨리 키신저가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 정책을 꺼리고 있었기 때문이야. 또 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칠레의 자립성을 높이고 국내적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아옌데 정권의 개혁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면, 미국의 국제기업이 그때까지 누려온 많은 특권들이 침해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란다.
...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매일 0.5리터의 분유를 배급하겠다는 아옌데의 공약은 수포로 돌아갔어. 아옌데가 추진한 개혁 정책의 대부분은 엄청난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지. 1973년 9월 11일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의 군부쿠데타를 도왔어. 아옌데와 그의 동지들은 대통령궁인 모네다궁에서 무력으로 저항했지. 오전 11시 아옌데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마지막으로 했고, 오후 2시 30분에 살해되었단다.(p99-102)
17장 국가 테러의 도구가 된 기아
18장 사막화로 인한 환경난민
아프리카 대륙의 3분의 2는 원래 사막을 포함한 건조지대라서, 경작이 가능한 건조지대의 73퍼센트 정도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단다.
그럼 아시아는 어떨까? 역시 경작이 가능한 건조 지역의 71퍼센트, 약 14억 헥타르에 걸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어. 지중해 남쪽의 건조지대는 이미 그 3분의 2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말이야.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약 10억의 인구가 가까운 장래에 사막화의 위협에 직면할 거라고 예측된단다. 수억의 인구가 이미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식량과 식수 부족을 겪고 있고, 수백만의 ‘환경난민’이 새로 거처할 곳을 찾아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야(p107-108)
19장 삼림파괴
말레이시아나 콩고 민주공화국, 가봉, 그리고 남미 아마존 일대에는 원시림이 남아 있지만, 매년 수만 헥타르씩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단다. 거대한 플랜테이션 농장이 들어서거나, 목재 판매회사들의 불법벌채로 마구 파괴되기 때문이야. 원시림 파괴가 지구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끔찍해.(p110-111)
20장 사막화 대처에 430억 달러?
21장 르 라이으를 찾아서
세네갈의 다카르에 머물렀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마. ... ‘르 라이(Le Rail)라는 곳으로 ... 다카르 일대에 들어선 60개가 넘는 빈민촌 중 하나였어.
다카르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지막한 구릉에 녹슨 함석 지붕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어.(p118-119)
그곳 환경난민들은 두 가지 큰 걱정거리를 안고 있단다. 바로 불도저와 상수도야. ... 하지만 시내에서 거의 7킬로미터를 걸어 르 라이으로 돌아올 때마다 그들의 뇌리에는 악몽이 떠나질 않아. 낮 동안 어떤 투기꾼이 지방경관의 도움을 받아 불도저로 내 함석집들을 쓸어버렸으면 어쩌지, 집과 함께 아이들과 가재도구를 싹 밀어버렸으면 어쩌지 하는 악몽이 떠오르는 거야.(p121-122)
22장 계속 늘어나는 도시 인구
환경난민이 2억 5,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 10년 사이에 그 숫자는 10억 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구나.(p125)
도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어. 농지의 피폐와나 사막화, 그리고 각국의 농산물수출 확대 정책도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어. 또한 농업의 집중화, 기계화, 공업화가 강력하게 추진되면서 농업 생산이 확대되는 한편, 인력이 불필요해진 농촌에서 농민들이 방출되어 대도시로 흘러들었던 거야.(p126)
유엔에서는 그런 슬럼가 주민들을 가리켜 ‘비공식 부문’이라 일컫는데, 2000년 라틴아메리카 총 인구의 45퍼센트가 이 ‘비공식 부문’으로 파악되고 있단다.
‘비공식 부문’은 정해진 일자리나 거주지가 없고, 사회 보장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말한단다.(p128)
23장 치유되지 않는 식민지 정책의 상흔
식민지의 권력자들은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유럽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즉 유럽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작물을 경작하도록 했어. 그리하여 식민지 차드에서는 종주국 프랑스의 직물공장에서 쓸 면화를 재배해야 했지. 그리고 가나의 삼림지대인 아샨티에서는 영국의 초콜릿 공장을 위해 카카오 농사를 지어야 했고, 탄자니아는 사이잘삼을, 부룬디와 르완다에서는 차 농사를 지어야 했어.
또 카리브해의 자메이카와 마르티니크, 브라질에서는 영국이나 프랑스, 포르투갈을 위해 사탕수수를 집중적으로 재배해야 했단다. 이런 집중재배 시스템을 만든 것이 식민지 정책이지.(p132-133)
세네갈은 프랑스 식민지였는데, 오로지 땅콩 농사에만 매달리도록 강요받았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런 수출만을 위한 단일경작(모노컬처)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은 방대한 양의 땅콩을 생산해. 그리고 정부는 그것을 사들여 유럽으로 수출하지. 하지만 정부의 수출가격에 비해서 농민들은 너무나 헐값으로 농산물을 넘긴단다. 기생적인 관료들과 지배계급은 이렇게 농민들의 피땀 어린 노동을 착취하여 얻은 차액으로 엄청난 사치를 누리고 있어.(p133)
세네갈정부는 땅콩을 수출해서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로 태국이나 캄보디아, 혹은 그 밖의 나라에서 쌀을 대량으로 구입하지. ... 1997년 세네갈 국가예산을 보면 17.4퍼센트가 곡물 수입에 지출되고, 빵에 11.8퍼센트, 야채에 10.9퍼센트가 지출되었어. 이렇게 곡물 소비량이 많은 이유는 대체로 동물성 단백질 소비가 줄어드는 데 있지. ... 다시 말해서 세네갈은 해마다 식량의 외국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야. ... 게다가 식량 수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정부의 허가가 필요해. 그래서 고위 관리들이 식량 수입의 독점권을 가지고 막대한 재산을 모으고 있단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자국의 식량 생산 증진에는 관심이 없지.(p134-135)
24장 토마스 상카라와의 만남
부르키나파소는 구종주국인 프랑스에 휘둘리다시피 하면서 정부가 너무나도 무력했지. ... 남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토의 대부분이 경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라버려서 소출을 내지 못했단다. ... 곡물수확량은 헥타르당 540킬로그램에 불과했지. 프랑스의 경우가 헥타르당 4,883킬로그램인 데 비하면 턱없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
부르키나파소도 부패한 관료들 밑에서 신음하고 있었어. 3만 8,000명의 관료가 국가예산의 70퍼센트 이상을 자신들의 급여로 챙기고 있으니 더 말해 뭐하겠어.(p139-140)
25장 메말라가는 대지, 사헬
26장 용기 있는 개혁자, 상카라
그는 어떤 나라가 자급자족을 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어도 사회정의가 이룩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p144)
‘자주관리 정책’을 채택하여 국내의 30개 행정구를 자치제로 전환하고 주민들 자신이 그 지역을 다스리게 했단다. 관리도 직접 뽑을 수 있게 했고. 그래서 도로건설이나 수도사업, 보건의료사업 등 자신들의 실제 생활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실시해나가도록 했지. 행정 구역 설정은 대체로 각 종족들의 거주지와 일치하도록 고려했어.(p145)
상카라가 실행한 또 하나의 개혁은 바로 인두세를 폐지하는 것이었어. ... 일부도시주민 외에 대부분의 가장들은 그런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었지.
그러면 마을의 징세담당자는 소나 양, 비축해둔 곡식을 강제로 가져가거나, 때로는 미납분의 대가로 여성을 요구하기도 했지. 그렇게 돈이나 곡식으로 감당할 수 없는 농민들은 마을 우두머리의 토지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어.(p146-147)
상카라가 인두세 폐지에 이어 취한 조치는 개간 가능한 토지의 국유화였어. ... 토지는 각 가정의 수요에 따라 재분배되었지. 그래서 어떠한 강제적 징수도 없이, 농민들은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단다.(p147-148)
개혁의 성과는 어땠나요?
정말 놀라웠지! 4년도 지나지 않아 농업 생산량이 크게 늘었어. 국가지출도 줄어들었고. 그래서 자금이 도로나 상수도 건설, 농업교육의 보급, 지역의 수공업촉진 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투자되었지.
부르키나파소는 4년 만에 식량을 자급자족 할 수 있었고, 다민족의 복잡한 사회구성은 한층 민주적이고 정의로워졌단다.(p148)
27장 상카라의 최후
부르키나파소가 경험한 개혁의 희망은 정치부패에 시달리고 있던 이웃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쳤어. 코트디부아르의 우프에 부아니 대통령, 가봉의 봉고 대통령, 토고의 에야데마 대통령 등의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이지.
이런 정권들은 하나같이 프랑스의 꼭두각시였어. 프랑스 본국 정부의 일부 세력은 상카라의 개혁을 반기지 않았지. 예언자는 살해되어야 했어. 상카라는 결국 자신의 동지이자 참모였던 콩파오레에 의해 살해되었지. 콩파오레는 현재 부르키나파소의 대통령이란다.(p149-150)
28장 진정한 활로를 찾아서
에필로그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먹는 것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최우선 과제는 먹을 것을 섭취하는 일이다. 먹을 것이 없으면 피조물은 죽는다. 식물은 물이 없으면 시들고, 먹이가 없는 동물은 기진해서 쓰러진다. 식량을 구하지 못한 인간은 기력을 잃고 사경을 헤맨다.
모든 생명체의 두 번째 과제는 번식하는 일이다. 번식하기 위해 식물은 성숙 단계를 거쳐야 하고, 동물은 번식 가능한 나이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손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병들거나 죽지 않고 번식 가능한 나이에 들기 위해서는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p154-155)
또 한 가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바로 글로벌화한 자본주의 내부에서 한 가지 자본, 즉 금융자본이 산업, 무역, 서비스 등의 자본들을 제치고 주된 자본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리하여 금융자본의 이윤극대화법칙은 오늘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p159)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이런 패러다임 변화 – 사회적 양극구도의 몰락과 숨 막히는 기술혁신 - 는 금융자본의 거의 완전한 글로벌화로 이어졌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 유통된 금융자본은 이 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보다 63배나 더 많았다.(p160)
이런 투자가집단과 이들에게 부의 운용을 맡기는 세계 부의 과점자들은 과연 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p161)
세계 225명의 대재산가의 총 자산은 1조 달러가 넘는다. 이것은 전 세계 가난한 자들의 47퍼센트(25억 명)의 연간 수입과 맞먹는 수치이다. 빌 게이츠의 자산은 가난한 미국인 1억 600만 명의 총 자산과 맞먹는다.
오늘날 개인들은 국가보다 더 부유하다. 세계 15대 부호들의 총 자산은 남아프리카를 제외한 사하라 이남의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내총생산을 넘어선다.(p161)
한쪽에는 민족을 초월한 소수의 과두체제에 지배되는 정치적・경제적・이념적・학문적・군사적 힘의 집중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미래가 불투명한 삶, 몇 억 인구의 절망과 기아가 있다.(p162)
1) 인도적 지원의 효율
우선적인 과제는 인도적인 구호조처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 이런 도움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구조가 부실하고 부패한 나라로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 기득권 세력을 강화하고, 부당한 사회 구조를 고착시키고, 가난한 사람들을 비참함과 수백 년간에 걸친 약탈에 방치해두게 되는 것이다.(p164)
2) 원조보다는 개혁이 먼저
혁명적인 행동은 인도적인 구호를 뛰어넘는다. 모든 혁명의 목표는 희생자를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자로, 역사의식을 가진 주체로 변화시키는 것이다.(p165)
혁명적인 행동은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다. 가령 인도는 오늘날 자급자족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능력이 잇다. 그런데도 인도에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수가 7,000만 명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2.5배에 이른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수출국에 속한다. 그런데도 대도시와 시골에서 아이들이 매일같이 굶주리고 있다. 지주의 1퍼센트가 경작지의 43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2000년의 경우, 1억 5,300만 헥타르의 땅이 경작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고, 500만의 농민들이 땅이 없어 가족과 함께 이 거대한 나라의 거리를 배회해야만 했다.(p167)
기아에 관한 한 시장의 자율성을 맹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못해 죄악이다. 우리는 기아와 투쟁해야 한다. 기아문제를 시장의 자유로운 게임에만 방치할 수는 없다.
이에 세계경제의 모든 메커니즘은 한 가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한 가지 대전제는 바로 기아는 극복되어야 하며 지구상의 모든 거주민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p168-169)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라고 했던 아도르노의 말마따나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에 행복의 영토는 없다. 우리는 인류의 6분의 1을 파멸로 몰아 넣는 세계질서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지구에서 속히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으면 누가 인간성, 인정을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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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이다.(p170-171)
후기
테러와의 투쟁은 기아와의 투쟁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것을 알고 있다. 2001년 10월 7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폭격기는 밤마다, 아니 낮에도 페르시아만의 항공모함과 터키의 미군기지를 출발했다. 식량을 운송하는 C-17 군용수송기 역시 시간마다 독일의 램스타인 공군기지를 떠났다.
‘스노드롭’ 작전은 쉽지 않다. 폭격 중간 중간, 불타는 도시와 마을의 5,000미터 상공에서 C-17기가 물품을 떨어뜨린다. 중간 정도 크기의 노란색으로 포장된 식량자루들로, 눈송이처럼 천천히 회전하면서 땅에 사뿐히 내려앉게끔 고안되었다. 팩에는 두 끼 분의 식량과 초콜릿, 당콩버터가 들어 있고, 포장에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로 된 설명서가 붙어 있다.(p178)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무기를 가진 자가 식량도 갖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무엇보다 탈레반들을 먹여 살린 셈이 되었다.(p179)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나라의 유일한 수출 품목은 가축인 경우가 많다. 흑인 농부들과 유목민들은 수백만 마리의 낙타, 소, 양, 염소들을 가지고 있다. 미네랄을 함유한 토양 덕분에 서아프리카의 가축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독트린에 충실하게, 국제통화기금은 ‘국립 수의사국’을 민영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제 거의 아무도 레바논 상인들이나 다국적 제약회사가 파는 혈청, 비타민, 구충제 등의 높은 의약품 가격을 지불할 수 없다. 가축을 기르는 농가들은 몰락하고 있다.(p180)
‘워싱턴 합의’는 1970년~1990년에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과 미 재무부 및 국제 금융조직 사이에 맺어진 비공식적 신사협정이다. 이 합의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어느 시대에나 적용될 수 있는 네 가지 원칙을 내용으로 한다.
바로 민영화, 규제철폐, 거시경제 안정, 예산 감축이 그것이다.(p181)
식량권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인권으로서, (망명자의 피보호권처럼) 새로운 국제 법규로서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p182)
부록-신자유주의를 말한다.
‘자유주의’는 대개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본주의와 연관해서 이해되고 있다. 정부의 통제를 최대한 줄이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질서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말하자면 자본활동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이어서 일반 대중이나 모든 개인의 보편적인 자유와는 꽤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p186-187)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책무 없이 마음껏 부를 축적하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더없이 반가운 이야기였다.(p187)
이런 세계화의 흐름에 이론적 무기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국가의 관리로 존재하는 모든 국경들을 허물고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여 오직 시장기능만이 모든 경제활동과 삶을 밑받침하게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게 된 것이다.
이런 세계적 신자유주의를 배경에서 지원하고 움직이며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초국적 자본이다. 각 국가에서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지향할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하나의 시장으로 삼아 언제 어디서든 돈벌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되어가는 것이다. (p193)
신자유주의가 지니는 장점...
첫째, 자본활동의 제약을 최소화해 자유롭게 시장 원리에 따라 이윤을 추구함으로써 투여한 자본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부의 창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의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가 긴장하며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함으로써 기능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한눈팔지 않고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여 능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셋째, ‘욕망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성취욕을 자극하여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적 본능이나 이기심을 자극하여 이루고자 하는 에너지를 더 많이 생성시킨다는 것이다.
단점...
첫째, ‘자유’의 전제가 잘못되어 그 개념과 현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모든 간섭을 없애고 자유를 줄 테니 알아서 마음껏 하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조건이 다른데 알아서 하라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다.
...
둘째, 지나친 경쟁주의로 치달으며 약육강식의 냉혹한 질서가 자리 잡아서 다수의 약자들이 소외되어버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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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자유주의는 자본가들의 자유를 위한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셋째, 자본의 욕망이 끝없이 확대되어 불필요한 영역들까지 시장으로 편입시킴으로써 인간의 모든 삶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점이다.(p194-196)
신자유주의는 그 개념과 논리상 자본의 자유와 기득권을 지키거나 확대하고자 하는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여서 사회적 자유와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자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정부 정책이나 기업 운영 등에 있어 신자유주의가 채택되는 일이 원체 많아서 그것을 비판하는 일도 일상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 비판이 때로는 ‘비판을 위한 비판’ 또는 ‘개혁을 반대하기 위한 비판’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생긴다. 원래 불평등과 소외의 모순이 존재하는 현실을 변혁하려는 목표가 강한 것은 진보주의 쪽인데 자본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잘못된 개혁 방향을 비판하다보니 얼핏 보기에는 보수주의가 오히려 더 개혁적으로 느껴지고 진보주의가 더 수구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p196-197)
내가 덜 먹고 덜 입고 덜 쓰고. 그것부터 시작해야겠지만 그걸로 충분하진 않은 것 같다. 내가 천원을 낸다고 해도 곡물의 시장가격에 따라 좌지우지되어버리니. ‘통일・북한 이슈 100’을 읽고 나서도 그랬지만, 이런 제도적인 문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알고 나면 더 열심히 공부해서 무엇인가 되어야 할 수 있는게 많아 보인다. 어느 정도의 지위가 있어야, 권위가 있어야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다. 괴리감 느껴지는 이야기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있는데 그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구조의 문제. 지금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고 그거 따라 투표하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까?
어젠가? 트위터에서 본 짧은 글이 생각난다. “한국에서 ‘우파 인터넷 신문’이라든지 ‘우파 논객'이 대체로 그저 그런 건 원래 별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건 좌파들이나 갈 데 없어서 하던 거고. 고시봐서 중앙정부에 가면 그런 논객, 신문 한 트럭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은데 뭐하러..” 조직사회에 있어보니, 높은 자리에 있으면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지 알 것 같다. 높은 자리에서 어떤 일은 한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많은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은 현실이니 부정할 순 없다. 더 열심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하는거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며 알고 알고 알아봤자 지위가 없으면, 권력이 없으면 할 수 있는게 없다. 기껏해야 이렇게 글쓰고 누군가에게 알리는 정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알리고 전하는 정도. 아무리 옳은 이야기 많이 해봤자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당장 할 수 있는게 없는 것처럼. 독을 품고, 욕망하며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하는 것 아닐까 싶다.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만 아는 것 만으로 세상이 바뀌진 않는 것 같다.
안타깝다. 가장 큰 충격은 소가 먹을 식량은 있고 사람이 먹을 식량은 없다는 거. 구글지도로 피드롯을 찾아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저렇게 드넓은 땅에 저렇게 다양하게 토지를 활용하면서 저렇게 많은 가축이 있는데 지구 반대편에선 먹을게 없어 굶어 죽다니.
구글 지도(구글 어스가 되면 더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컴퓨터에 그래픽 카드가 없는 관계로 볼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래픽카드도 달걸.)로 본 아프리카의 모습도 충격적이었다. 정말 온통 사막이고 고층건물이 없는 어느 나라의 수도도 보았다. 나라 대부분이 사막인 곳도 있었다. 정말 답이 보이지 않는 나라였다. 농사 짓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나라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공평한거 맞나. 하나님 이게 공평한거 맞나요? 누군 저렇게 녹색 가득한 땅에서 태어나고 누군 저렇게 노란 땅에서 태어나고. 태어나니까 그런 나라인데, 나라의 80% 사막인데 어쩔..
우리나라에서도 추수철이 되면 밭을 뒤엎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곤 한다. 북한에선 그걸 못 먹어서 죽어가고 있을텐데. 그런데 정치적 이유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곡물 가격이 생산에 드는 비용에 못 미쳐서 손해보는 농민들도 허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해야할까.
휴.. 다 욕심 때문이다. 시장경제를 활성화해서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것도,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분명 자국민에게 도움되는 일이지만 그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것도 다 욕심 때문. 정의는 멀고, 탐욕은 가까운 것 같다. 나부터도 그런데 누구를 탓하겠냐마는...
‘가치란 무엇인가’에서 읽었던 짧은 문장이 생각나네.
충분하다,
나누기만 한다면.
그리고 이 말이 떠오른다.
공평하다,
나누며 함께 산다면.
f.b. 책공망.
이 책은 유명?한 책으로 알고있습니다~ ㅎ 이슈가 된 적도 있었던 것 같고.
세계의 기아 문제에 대해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데 왜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을까요?
이 책은 이에 대해 대답합니다.
경제 구조의 문제, 환경 파괴의 문제, 정치적 문제 등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책 읽고 난 뒤에 정리하면서, 낯선 지역들은 구글 지도로 찾아봤는데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ㅠㅠ
온통 푸르른 미국 중부의 모습을 보다가 아프리카의 노란 땅들을 보니, 항구라고 하기엔 너무나 조용한 소말리아의 해변을 보니, 이게 과연 공평한 세상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이 책, 이런 책(구조와 제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다보니,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될 수 있지만 그런 권력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대선의 과정을 봐도 그렇고, 아무리 많이 알고 올바르게 보여도 결국 권력이 없으면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으니...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조직의 무서움?^^;도 알게되고, 권력이 있으면 얼마나 더 많은 일을 손쉽게 할 수 있는지를 보다보니 더 이런 생각이 드네요.
근데 예수님은 세상의 권력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의 권세로 일하셨으니. 참^_^ 점점 더 모르겠습니다_+_+.ㅠ 기다리며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게 맞는건지.. 점점 알쏭달쏭
201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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