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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2013.3.6.~12.)

 


이 책은 언제 샀더라?^^; 까마득한 예전에 산 것 같다.

 

처음으로 읽은 장하준의 책.

 

2010년에 출간되었다.

 

저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

 

한마디로 석학.

 

책 앞쪽에 이 책을 읽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나온다.

 

나는 그냥 순서대로 읽었다.

 

 

 

서론

 

세계경제의 위기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다.(p12)

 

정부 소유의 기업과 금융 기관들을 민영화하고, 금융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를 없앴으며, 국제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한편 소득세를 인하하고 복지 지출을 줄였다. 이 정책을 신봉하는 사람들도 이런 조처들 때문에 사회가 더 불평등해지는 것과 같은 단기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더 역동적이고 부유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했다.(p12-13)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이론가들이 진실이라고 팔아 온 사실들이 꼭 이기적인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라도 허술한 추측과 왜곡된 시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p14)

 

나는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그저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p14)

 

2008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우리는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전문가들 몫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날마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 온갖 종류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식품 공장, 정육점, 식당 등의 위생 기준이 어때야 한다는 것은 전염병 환자가 아니어도 모두 아는 사실이 아닌가. 경제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중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나면 상세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 한 가지 전제 조건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씌어 놓은 장밋빛 색안경을 벗어 달라는 것이다. 이 색안경을 쓰고 보면 온 세상이 단순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이제 이 안경을 벗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 보자.(p14-15)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 특히 규칙을 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에 따라 일어나는 일들의 방향과 결과도 결정이 된다.(p16)

 

이 책의 목적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데에 있다.(p17)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대부분 단순하지 않은 것들이다. 사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이 문제들에는 단순한 해법이 없다는 것 자체가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런 문제들을 직시하지 않으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경제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해서 사회에 이바지하기는커녕 우리 자신의 권익마저도 제대로 지켜 낼 수 없을 것이다.(p18)

 

 

 

Thing 01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자유 시장처럼 보이는 시장이 있다면 이는 단지 그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규제를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p22)

 

우선 무엇을 사고팔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가 있다. ... 마약, 장기, 투표권, 공직, 판결, 대학 입학 자격, 총기, , 의약품 인간을 사고 파는 거래(노예)...(p23)

 

시장에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도 있다. ... 오늘날에는 아동 노동을 규제하여 아동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같이 사람들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에는 면허가 필요하다. (p23)

 

거래에 관련된 조건 또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가격에도 규제가 따른다.

 

우리가 받는 임금은 모두 근본적으로 정치적 결정이다.(이민 정책)

 

20세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미국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은 60시간 정도였다. 그 당시(더 정확히 말하면 1905) 미국은 제빵 노동자들의 하루 노동 시간을 10시간으로 제한한 뉴욕 주의 법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린 나라였다. “제빵 노동자들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했다.”라는 근거로 말이다.

이렇게 볼 때 공정 무역을 둘러싼 논쟁은 본질적으로 도덕적 가치 판단이나 정치적 결정에 관한 문제이지 통상적인 의미의 경제학적 논쟁은 아니다.(p26-27)

 

어떤 정책이 자유 시장 자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 불가피한 국가 개입인지 아닌지는 견해 문제인 것이다.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규정된 자유 시장의 경계라는 것은 없다.

특정 시장을 구분하는 신성불가침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경계를 변경하고자 하는 시도 역시 그 경계를 지키고자 하는 시도만큼 정당한 것이다. 실제로 자본주의 역사 자체도 시장의 경계를 둘러싸고 벌어진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였다.(p29)

 

시장의 경계가 모호하며 객관적으로 결정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p30)

 

따라서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 규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그 규제를 통해 보호될 권리들을 부정한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 무론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논리는 순전히 정치적인 반면에 자신들의 논리는 객관적인 경제학적 진실이라고 우기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이 반대하는 사람들만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p30-31)

 

 

 

 

 

 

 

 

Thing 0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하면 안 된다

 

 

주주들이 법적으로는 기업의 주인일지는 몰라도 그들은 기업의 이해 당사자 중에서 가장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고, 따라서 기업의 장기 전망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이다.(p33)

 

처음에는 공동 자본 회사(joint-stock company)라고 불리던 유한 책임 회사16세기에 유럽에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업가들은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사업을 해야 했다. 무한 책임(unlimited liability)하에서는 사업하다 진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빚을 다 갚지 못할 경우에는 채무자 형무소에 가야 했다. 결국 개인 재산 뿐 아니라 신체적 자유까지도 잃을 수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16세기에 발명은 되었지만 19세기 중반까지는 유한 책임 회사를 세우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유한 회사를 설립하려면 왕실이나 정부에서 특별 허가를 받아야 했다. 또 회사를 100퍼센트 소유하지 않고 유한 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경영자는 리스크를 100퍼센트 자기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위험한 사업을 하리라는 것이 당시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마찬가지로 유한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는 리스크의 한도가 각자의 투자액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고용한 전문 경영인을 감시하는 데 소홀하리라는 것이 중론이었다.(p34)

 

이런 이유로 유럽 국가들은 규모가 크고 리스크가 높으면서 국익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유한 회사의 설립 인가를 내주었다. 160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그 최대 라이벌인 영국 동인도회사, 1721년 투기 붐을 일으켜 유한 책임 제도의 인상을 오랫동안 망쳐 놓은 그 악명 높은 영국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가 대표적인 예이다.(p34-35)

 

그러던 중 19세기 중반 철도나 철강, 화학 공업 같은 대규모 산업이 등장하면서 유한 책임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제철 공장이나 철도 회사를 단독으로 설립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p35)

 

유한 회사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우려를 낳았던 경영상의 인센티브 문제, 즉 다른 사람의 자금으로 경영하는 경영자는 리스크를 과도하게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는 처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유한 책임 제도 초기에는 많은 대기업을 헨리포드나 토머스에디슨, 앤드루 카네기와 같이 상당한 지분을 소유한 카리스마 넘치는 기업가들이 경영하고 있었다. 주식의 100퍼센트를 소유하지 않는 한 유한 책임 하에서는 소유 경영자들도 리스크를 과도하게 떠안을 가능성이 있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회사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들 스스로에게도 손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 대다수는 비상한 능력과 비전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런 만큼 유한 책임을 믿고 과도하게 위험한 결정을 내렸더라도 그 결과는 회사를 100퍼센트 소유하고 있는 경영자들이 모든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내린 의사 결정보다도 더 나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p37)

 

198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성배가 발견되었다. 바로 주주 가치 극대화 원칙이었다. 이것은 주주들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안겨 주느냐에 따라 전문 경영인들의 보수를 정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주들의 몫을 크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임금이나 투자, 재고, 중간 관리자 등의 비용을 무자비하게 삭감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다음에 그 수익 중에서 최대한 많은 부분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 형태로 주주들에게 분배해야 한다. 경영자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익과 주주들의 이익을 동일시하도록 경영자들의 보수 가운데 스톡옵션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p39)

 

전문 경영인들과 주주들 간에 결성된 이 비신성 동맹(unholy alliance)’은 기업의 기타 이해 당사자들을 착취한 자금으로 유지되었다.(기타 이해 당사자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비영미계 선진국일수록 이 같은 비신성 동맹의 확산이 더뎠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자리는 무자비할 정도로 줄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일단 해고당한 뒤 더 낮은 임금에 복지 혜택도 거의 없다시피 한 비노조원 자격으로 재고용되었다. 임금 인상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저임금 국가로 설비 이전이나 해외 아웃소싱을 통해, 혹은 그렇게 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억제되었고, 납품 업체와 그 종업원들은 지속적인 단가 인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p40-41)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연간 약 2.6퍼센트 증가하던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주주 자본주의 시대의 전성기라 할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연간 1.6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 행태에서 미국과 유사한 변화를 보였던 영국도 1인당 국민소득이 영국병을 앓던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연간 약 2.4퍼센트 증가했으나 정작 1990년부터 2009년까지는 1.7퍼센트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렇듯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면 (그에 따른 상류층으로의 소득 재분배 문제를 무시한다고 해도)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p41)

 

기업이 수입을 늘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용을 줄여 임금 지출을 삭감하고, 투자를 최소화하여 자본 지출을 줄이는 식으로 비용 지출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p42)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기업 이윤에서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비율이 5퍼센트를 밑돌았다. 하지만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하여 2007년에는 90퍼센트라는 놀라운 수준이 되더니, 2008년에는 물경 280퍼센트라는 터무니없는 기록을 세웠다.(p42)

 

고용삭감은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노동력 부족은 노동 강도의 강화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노동자들이 지치면 실수가 잦아져 결국 제품의 품질이 저하되면서 기업의 평판 역시 나빠진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끊임없는 해고 위협으로 인해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 노동자들이 해당 기업에 특화된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 투자를 꺼리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 잠재력을 훼손한다는 점이다.(p43)

-> 이직이 잦아지면 한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줄어들고, 관련 업무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의지도 줄어든다.

 

주주들이야말로 기업에서 가장 쉽게 손을 뗄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

노동자나 납품 업체 같은 다른 이해 당사자들은 해당 기업의 요구에 특화된 기술을 축적 했거나 설비 투자를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서 벗어나 다른 대안을 찾기가 훨씬 더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주들보다는 노동자나 납품 업체가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여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p43-44)

 

 

Thing 03 잘사는 나라에서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이민 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p47)

자국 정부의 이민 통제 정책 덕에 스웨덴의 노동자들은 인도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p51)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것은 그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 무지하고, 게으르고, 수동적이기 때문에 자기 나라가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일본 사람처럼 열심히 일하고, 독일 사람처럼 시간을 잘 지키며, 미국 사람처럼 창의적이기만 했어도 나라 전체가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가난한 나라의 평균 국민소득을 끌어내리는 것은 빈곤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 모르는게 있다. 바로 자기 나라가 못사는 이유가 빈곤층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버스 운전기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스벤이 람보다 50배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속한 스웨덴 노동 시장에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에 배가 50배가 훨씬 넘는 생산성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p55)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부자들의 불평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의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p55)

 

부자 나라의 일부 개인이 가난한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에 비해 생산성이 수백 배나 높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머리가 더 좋다거나 교육을 더 잘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제도와 물리적 인프라를 가진 경제 환경에서 살기에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세대에 축적된 집단적인 노력의 산물이다.(p55)

 

한 개인이 받는 임금그의 가치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부자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는 임금은 이민 제한 정책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이민 노동자들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부자 나라의 일부 시민들, 따라서 자신의 가치만큼 임금을 받는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 그들이 일하는 사회 경제적 시스템 덕에 그만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개인의 뛰어난 능력이나 근면성만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 신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정치성과 개인 생산성의 집단적 성격을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소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개인의 재능과 노력 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과 축적된 집단적 노력까지 적절히 고려해서 개인의 노동에 대해 보상이 행해지는 사회 말이다.(p56)

 

-> 이런 나라에서, 이런 상황에서, 이런 환경에서 사는건 내가 무언가 해서 얻은게 아니라 거저 주어진 은혜, 불로소득, 어드벤테이지이다. 항상 그것을 생각하며 감사히, 베풀며 살자.

 

Thing 0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1940년대 중반 미국 농촌전력화사업청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기세탁기와 전기다리미가 도입된 이후 17킬로그램에 달하는 빨래를 세탁하는 시간이 4시간에서 41분으로 줄어들어 거의 6분의 1로 단축되었고, 이를 다리미질 하는 데 드는 시간도 4시간 30분에서 1시간 45이 되어 5분의 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시설은 물을 긷는 데 들이는 시간을 필요 없게 만들었다. ... 가스(혹은 전기)레인지와 중앙 난방 시스템은 난방과 조리에 필요한 땔감을 구하여 불을 피우고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며 사용 후 청소하는 데 필요한 시간들을 엄청나게 줄여 주었다. ... 가전제품은 훨씬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p61)

 

여성들이 경제 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자녀 양육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자녀 수가 줄어들었다.(p62)

 

사람들이 전신 서비스나 세탁기보다 인터넷이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잘못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어쨌다는 말인가? 사람들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변화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해서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

이런 왜곡된 시각이 단지 개개인의 견해에 그친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로 말미암아 귀중한 자원이 잘못 쓰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부 선진국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 통신 기술 혁명에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제조업은 필요 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탈산업화 사회의 시대가 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제조업을 홀대하여 자국 경제를 약화시켰다.(p66)

 

기술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경제 정책을 올바르게 입안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고, 개인 차원에서는 직업 선택 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의 것에만 사로잡혀 이제는 보편화된 것들을 저평가할 경우 과거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러 가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여기서는 바로 이런 사실을 보여 주고자 일부러 보잘 것 없는 세탁기와 인터넷을 맞붙여 보았다. 일견 도발적인 이 예를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기술력이 경제 발전이나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p68)

 

 

Thing 0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정치인들과 정부 관료들은 자유 시장 경제 학자들의 논리가 쉽게 적용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시장 원리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 사리사욕을 챙기기 시작하면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별로 없다.(p73)

 

성공적인 기업들은 의심과 이기심보다는 신뢰와 충성심을 바탕으로 돌아간다.(p75)

 

사람들이 자유 시장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히 이기적으로만 행동하면 기업들,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p76)

 

이 방식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각 개인을 도덕적 주체로 신뢰함으로써 개인이 선의와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북돋운다. 노동자들에게 생산 라인 관리에 상당한 권한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 공정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 또한 장려한다. 이렇게 접근한 일본 기업들이 이루어 낸 생산성과 품질은 가히 전설적인 것이어서 이를 모방하는 타국 기업들도 많이 생겨났다. 일본 기업들은 고용인들에게서 최악의 행동을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에게서 최선의 행동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p77)

 

도덕성은 착시 현상이 아니다. 고객을 속이지 않는 상인,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쥐꼬리 월급에도 불구하고 뇌물을 받지 않는 공무원 등 사람들이 이기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은 대부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보상과 제재 장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우리가 하는 이기적이지 않는 행동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가 없다.(p80)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간의 행동 동기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늘 자기 이익만을 쫓는다면 상거래에 속임수가 만연하고, 생산 라인이 너무 느려지는 등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런 전제를 기반으로 경제 구조를 설계하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도덕적 주체로 신뢰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도덕적 행동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을 감시, 판단, 제재하는 데 엄청난 자원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사람들이 최악의 행동을 할 것이라 예상하면 결국 최악의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p80)

 

-> 사람 사는데는 원칙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겸손함이 필요한 것 같다.

 

 

Thing0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유 시장 경제학이 맹위를 떨치고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책이 채택된 지난 30년 사이에 세상이 더 불안정해졌다고 느끼는 원인 중 하나는 금융 위기가 더 자주, 그리고 더 심하게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

지난 30년 사이에 세상이 더 불안정해졌다는 느낌을 주는 또 하나의 원인은 이 기간에 고용이 크게 불안해졌기 때문이다.(p88-89)

 

문제는 물가 안정이 경제 안정도를 측정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물가 안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제 안정의 지표도 아니다. 사람들의 삶을 흔드는 가장 큰 사건은 일자리를 잃거나, 하는 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 혹은 금융 위기가 몰아닥쳐 집을 압류당하는 것들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물가가 오르는 것은 위 사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말해 보자. 물가상승률이 2퍼센트일 때와 4퍼센트일 때의 차이를 느낀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길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반인플레이션 투사들이 예고했던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p90-91)

 

신자유주의 정책 패키지로도 알려진 자유 지상 정책 패키지의 일련의 정책들은 낮은 인플레이션, 자유로운 자본 이동, 그리고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는 미사여구로 표현되는) 높은 고용 불안정성 등을 중시한다. 기본적으로 금융 자산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정책들이 입안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금융 자산의 수익은 대부분 명목상 고정되어 있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은 물적, 인적 자산보다 더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성질 덕분에 다른 자산에 비해 더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다. 금융 자산은 바로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본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편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금융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자들의 고용, 해고 절차를 쉽게 하면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더 쉬어져서 당장 보기 좋은 대차대조표를 만들기가 용이해지므로 기업 매매가 원활해져 높은 금융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p92)

-> 그런데 물가가 오르면 실물자산에 투자하게 된다. 당장 불필요한 물건이더라도 물가가 오를 것을 대비해 사두기도 하고. 물가가 안정되어 있으면 돈을 은행에 넣어두더라도 손해가 없고 꼭 필요한 물건만 사면 되니까 더 좋은 것 같은데. 물가와 더불어 임금이 오른다면야 상관 없지만.

 

 

Thing 0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해밀턴은 현대 미국 경제 시스템을 설계한 인물이다. ... 그는 당시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산업 같은 유치 산업들은 제 발로 설 힘을 기를 때까지 정부가 보호,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해밀턴이 내건 전략의 핵심은 역시 보호주의였다. 그가 현대의 개발도상국 재무 장관이었다면 미국 재무부로부터 이단이라며 엄청나게 비난받았을 것이고, IMF와 세계은행은 그런 나라에 대출하기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갔을지도 모른다.(p99)

 

5달러 지폐에는 남북전쟁 당시 관세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렸던 보호 무역주의자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이 등장한다. 50달러 지폐는 율리시스 그랜트가 장식하고 있다. 남북전쟁의 영웅이었던 그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자유 무역을 하라는 영국의 압력에 맞서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200년 정도 보호 무역을 해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다 취한 다음에 미국도 자유 무역을 할 것이다.”(p100)

 

당시 미국의 토지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임금을 유럽 평균보다 약 네 배 정도 주지 않으면 공장을 떠나서 농장을 차리겠다는 노동자들을 잡아 놓을 도리가 없었다. 노동자들이 이민 오기 전에 대부분 농부들이었기 때문에 농장 차린다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들이 아니었다.(p100)

-> 두둥! 지대가 0이니까 실현가능한 이야기. 지대조세제가 맞다는 걸 증명해주는 사실.

 

 

영국 또한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1720년대에서 1850년대 사이에는 가장 보호주의적인 나라 중의 하나였다.

현대 선진국들 중 유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 무역과 보조금 정책을 사용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 핀란드, 한국 등 많은 나라가 외국인 투자를 강력하게 규제했다. (p104)

 

현재 부자가 된 나라들 중에 외국인의 지적 소유권을 잘 보호해 주었던 나라도 별로 없다. 외국인의 발명품을 내국인이 자기 이름으로 특허 내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도 많았다. (p104)

 

나쁜 정책들이 사실은 당시 그 나라들의 경제 상황에 적절한 좋은 정책이었던 것이다.

... 해밀턴이 내세운 유치 산업론이 그 첫째 이유이다. 우리가 자녀들을 노동 시장에 내몰아 성인들과 경쟁하도록 하지 않고 학교에 보내는 것과 같은 논리로, 개발도상국 정부는 자국의 기업들이 도움 없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유치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둘째, 경제 발전의 초기 단계에는 미비한 운송 수단, 원활하지 못한 정보의 흐름, 큰손들이 조작하기 쉬운 작은 규모 등 여러 이유에서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말은 정부가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도 있고, 의도적으로 시장을 형성해 주어야 할 때도 있다는 의미이다. 셋째, 이런 단계에서는 정부가 국영기업들을 통해서 많은 일을 직접 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고위험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할 만한 능력 있는 민간 기업의 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p105)

 

자유무역, 자유 시장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은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 그런 정책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30년 동안 이 정책을 도입한 개발도상국들은 성장률 둔화와 수입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떠안아야 했다.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p107)

 

 

Thing 0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회사 경영을 아무리 초국적으로 한다 해도 최고 의사 결정권자들은 여전히 본국인들, 즉 소유권이 있는 나라 출신을 고용한다.(p113)

 

대다수 첨단 산업에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구개발 부문도 자국 편향이 대단히 심하다. 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은 대부분 본국에서 행해진다. 혹 연구개발의 일부를 해외로 옮기는 경우에도 극도로 지역편향을 보인다.(p113-114)

 

자유 시장 경재학자들은 순수한 이기심 외의 모든 동기를 고려할 만한 가치도 없는 것으로 일축해 버리지만 도덕적동기는 실제로 존재하고, 그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p115)

 

경영진의 개인적 감정에 더해 기업도 종종 자신이 자라 온국가에 역사적 의무를 갖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공공자금의 지원을 받는다. 이런 지원은 주로 초기 발달 단계에 더 많이 이루어지지만 꼭 초기에만 행해지는 것도 아니다.(p115)

 

Thing 0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생산품의 가격이 낮아진 것은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이 서비스업 분야보다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이다. ...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이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힘들다. 또 서비스 상품은 교역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에 기초한 경제는 수출 능력이 떨어진다. 수출에서 얻는 수입이 적으면 해외에서 선진 기술을 사들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경제 성장의 속도도 느려진다.(p125)

 

탈산업화가 되어 간다고 느끼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은 착시 현상때문이다. 실제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단지 통계 처리의 변화 때문에 탈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 부문의 기업 안에서 이루어지던 단체 급식, 청소, 기술 지원 등의 기능이 아웃소싱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급식, 청소, 기술 지원 등은 사실 그 자체로는 서비스에 속하지만 제조업 기업 안에서 이루어질 때에는 제조업의 실적으로 잡힌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들이 아웃소싱(청소 전문 회사가 제철소 밖에 설립되어 제철소에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되면 실제 서비스의 양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서비스 부문의 국민소득은 증가하고 제조업 부문의 국민소득은 감소한다.(p130)

->!!!아 이런 이유였구나.

 

우리가 소득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제조업 제품보다 서비스 구입에 사용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소비하는 서비스의 양이 계속 늘어나고 제조업 제품의 양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라 서비스의 가격이 제조업 제품의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점점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p131)

 

제조업 제품의 상대가격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 서비스업에 비해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 빨리 향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부문의 생산물이 서비스 부문의 생산물(서비스 제공)보다 더 빨리 늘어나기 때문에 서비스 가격에 비해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기계화나 화학 처리 공정을 도입하기가 훨씬 쉬운 만큼 서비스업에 비해 생산성을 올리기도 쉽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비스는 그 성격상 생산성을 올리기가 어렵다.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쉽게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p132-133)

 

탈산업화 현상은 제조업 부문의 급속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부자 나라의 국민들은 고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탈산업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직 탈산업 사회를 공언할 정도로 줄어들지는 않았다.(p134)

 

어떤 나라의 경제에서 서비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때 이 나라 경제 정반의 생산성 향상은 느려질 것이다. 서비스 부문은 산업의 속성상 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이는 국민 경제 전체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p135-136)

 

탈산업화 현상은 국제수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서비스 부문은 제조업보다 수출이 어렵고, 따라서 외화를 벌어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서비스의 교역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어느 곳으로든 운송 가능한 제조업 제품과는 달리 대부분의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서비스 소비자가 같은 공간에 있어야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교역 가능성이 낮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면서 뉴욕에 있는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하거나 그의 멀리를 잘라 줄 방법을 발명해 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물론 이발사나 청소부 같은 서비스 공급자가 고객이 사는 나라로 이주할 수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이는 대개 이민을 의미하는데, 이민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엄격하게 제한한다. (p136)

 

가난한 나라가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서비스 부문은 본질적으로 제조업 부문보다 생산성 증가 속도가 느리다. 물론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처럼 생산성이 향상될 잠재력이 큰 부문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식 기반 서비스업은 주로 제조 업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이런 서비스업들을 발전시키기가 상당히 어렵다. 결국 처음부터 서비스 산업에 기반을 두고 경제 개발을 추진할 경우 제조업에 기반을 둔 경우에 비해 장기적인 생산성 증가율이 훨씬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p139)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나라마다 다른 비교역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반영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국제 달러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특정 통화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일련의 공통적인 소비품을 얼마나 살 수 있는 지를 측정하는 방법구매력 평가지수(PPP)라는 개념에 근거를 둔 이 가상 통화를 이용하면 서로 다른 나라의 소득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 생활수준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 나라의 소득을 국제 달러로 환산해 보면 잘사는 나라의 소득은 시장 환율로 계산한 소득보다 더 낮아지는 반면에 가난한 나라의 소득은 더 높아진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이 서비스이고, 잘사는 나라에서는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시장 환율로 표시한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46040달러이지만 구매력 평가지수로 표시한 소득은 45850달러 내외였다. 독일은 시장 환율 소득은 38860달러이지만 구매력 평가지수 소득은 33820달러여서 15퍼센트 차이를 보였다. .. 덴마크의 경우는 54910달러 대 36740달러로 거의 50퍼센트나 차이가 났다. 반면 2007년 중국의 소득은 2360달러에서 5370 달러로 두 배 이상, 인도는 950달러에서 2740달러로 세 배 이상 뛰는 야상을 보였다.

...

국제 달러로 표시된 소득은 시장 환율 소득보다 한 나라의 생활수준을 짐작하는 데 더 나은 지표가 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나라의 소득을 국제 달러로 계산하면 미국은 다시 거의 정상 자리를 차지한다.(p147-148)

 

소득 분배가 불평등한 나라일수록 평균 소득으로 그 나라 국민의 삶을 짐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

구매력 평가지수 소득이 시장 환율 소득과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나라의 높은 생활수준이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방증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잘사는 나라일수록 구매력 평가지수 소득이 시장 환율 소득보다 낮거나, 나라에 따라서 엄청나게 낮게 나타나는 것이 정상이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두 지표 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서비스 임금이 싸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는 값싼 노동력이 가난한 나라로부터 이민이라는 형태로 계속 유입된다. 이들 중 많은 수가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에 임금은 한층 더 싸진다. 미국인 노동자라 하더라도 직업 안정성이 낮고 복지 수당 등 사회적 지원이 약하기 때문에 비슷한 소득 수준의 유럽 노동자들에 비해 기댈 데가 별로 없다. 따라서 미국 노동자들, 특히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지 않은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들은 유럽에 비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을 참아 내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에서 택시를 타거나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다른 부자 나라에 비해 훨씬 싼 것이다. 고객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택시 기사나 웨이트리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p149-150)

 

미국식 경제 모델을 지지하는 주장은 미국인의 생활 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이 세계에서 생활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한 나라의 평균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따지는 것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 생활수준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소위 말하는 미국의 우월성은 상당히 빛을 잃고 만다. 미국은 소득 불균형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을 짐작하는데 평균 소득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 이 사실은 다른 부자 나라들에 비해 훨씬 열등한 미국의 보건 및 범죄 관련 지표에 잘 드러난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인들의 구매력은 또 다른 미국인들,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미국인들의 빈곤과 불안정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또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 비해 노동 시간이 상당히 더 길다. 같은 시간을 일해서 생기는 돈은 구매력을 기준으로 해도 유럽 여러 나라에 뒤진다. 이런데도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생활수준이 더 높다는 주장을 한다면 반론의 여지가 많다.

국가 간의 생활수준 격차를 간단히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중 1인당 소득, 특히 구매력 평가지수로 표시한 1인당 소득이 그나마 가장 신뢰할 만한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으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여가 시간의 질과 양, 직업의 안정성, 범죄의 공포로부터 해방, 의료 혜택, 사회 복지 등 질 좋은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을 간과하기 쉽다. 개인마다, 그리고 나라마다 이런 요소들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런 것들과 소득 수준 사이의 균형을 어떤 식으로 맞추는 것이 좋을지는 각자 정하기 나름이지만 모두가 진정으로 잘사는사회를 건설하려면 소득 이외의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p152-153)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아프리카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성장을 못하는 것이라면 역사적으로 한 번도 성장한 적이 없어야 한다. 아프리카가 최근 들어 갑자기 적도 근처로 옮겨 갔다든지, 돌연한 지진 활동으로 몇 나라가 내륙 국가로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속화되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적 장애 용인의 일부는 영향력이 약해지거나 아예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p160)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잘 성장하고 있던 아프리카 경제가 1980년대에 와서 갑자기 성장을 멈춘 현상은 이 구조적 문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혐의가 짙은 것은 당시 진행되었던 정책 방향의 극적인 변화였다.

1979년 세네갈을 필두로 해서 1970년대 말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은 세계은행과 IMF 그리고 이 기관들을 조정하는 배후의 부자 나라들이 제시한 구조 조정 프로그램의 조건으로 따라 온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반대로 이 정책들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정책들로 인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제품들이 국제 경쟁 무대에 갑자기 노출되었고, 그나마 60년대와 70년대에 가까스로 성장시켜 놓은 일부 제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p161)

 

아프리카의 저성장이 기후 탓이라고 하는 것은 저성장의 원인과 증상을 혼동하는 것이다. 나쁜 기후가 저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의 결과로 나쁜 기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p165)

 

지리적 조건을 지적하면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내륙 국가라는 점을 거론한다. 그렇다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어떻게 발전했다는 말인가? ... 문제는 강을 이용한 내륙 수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의 부족이지 지리적 조건이 아니다.(p165)

 

많은 사람이 자원의 저주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을 제외하면 나머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나라들이 경제 발전을 한 것은 풍부한 천연자원이 축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p166)

 

민족적 구성이 너무 다양한 것도 여러 면에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 부자나라들이 다민족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단일 민족이어서가 아니라 국민 통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p166-167)

 

사람들은 또 낙후된 제도가 아프리카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현재 아프리카 수준의 물질적 발전 단계를 거칠 당시에는 지금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제도보다 훨씬 더 열악한 제도들을 가지고 있었다. .. 양질의 제도는 경제 성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성장의 결과물로 나타날 수 있다.(p168)

 

Thing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현대 경제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자유 시장 경제 이론에 따르면 포스코, LG, 현대 등이 거둔 성공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정부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사람들이 자기 비즈니스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놔둘 때 가장 성공한다.(p175)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 정치인들과 행정 관료들은 이윤을 극대화 하는 것보다는 권력을 극대화하는 데 더 신경 쓰고, 따라서 경제적 실효성보다는 가장 가시적이고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흰 코끼리 프로젝트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관료들은 남의 돈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경제적 성공 여부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결국 국가 이익보다는 개인의 명성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목표와 의사 결정 결과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잘못된 인센티브를 가진 상태에서 정부 관료가 비즈니스 관련 사안에 개입하면 거의 확실하게 불량주를 고를 수 밖에 없다.(p176)

 

정부가 유망주를 제대로 골라낸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동아시아 경제 기적을 이루어 낸 다른 나라들도 모두 비슷한 일을 해냈다. 약간 더 공격적인 수단이 동원되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가 사용한 유망주 고르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배워 온 것이다. 타이완 싱가포르 정부 관료들도 수단은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성공적으로 유망주를 고른 점은 한국 못지 않았다.(p178)

 

고르는 주체가 기업이 되었든 정부가 되었든 유망주는 항상 선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성공적인 경우는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서 선택했을 때이다. 민간, 정부, -정 협력 등 모든 형태의 유망주 선별에는 성공과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고, 그 정도도 다양해서 가끔은 엄청난 성공을 부르기도 하고 처참한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p183)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신분이 정해지고, 평생 그 상태로 살아야 하는 봉건적 질서는 18세기 이래로 유럽 전역에서 자유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자유주의자들은 인간은 출생 신분이 아니라 성취한 것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p188)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에 반대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짓이라고 여겼다.

...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은 부를 축적하여 경제를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금욕을 꼽았다. 노동으로 돈을 벌면, 그것으로 즉각적인 욕망을 채우기보다 투자를 해야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세계관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금욕적인 생활을 해 나가는 인격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난한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당장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그것을 소비해 버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은 잠시 재미를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경제의 투자와 성장이 지체되어 더욱 가난해진다는 것이었다.(p188-189)

 

문제는 부자들에 유리한 신자유주의 개혁이 시작된 1980년대 이래 경제 성장률이 실질적으로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p194)

 

아무리 많은 돈이 손에 들어와도 그 투자자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p194)

 

저소득 가계에 복지 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1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할 때 얻을 수 있는 경기 활성화 효과는 같은 액수의 돈을 부자들에게 감세해 줄 때보다 더 크다. 더욱이 임금이 최저 생계 수준 혹은 그 이하가 아니라면, 노동자들은 추가 소득을 자신의 교육이나 건강에 더 투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노동 생산성과 경제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 더욱이 소득 분배가 보다 평등해지면 파업이나 범죄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평화가 이루어지고 이는 다시 투자를 촉진한다. 사회적 평화가 이루어지면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생성하는 과정이 방해받을 위험이 줄어든다.(p196)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급여, 보너스, 연급, 스톡옵션을 포함해 미국 CEO들이 받는 평균 보수는 급여, 복리후생비를 합친 노동자들의 평균 보수보다 300~400배 정도 많다.(p199)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효율적이고, 그런 사람들은 자기 생산성에 걸맞는 높은 보수,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나게 높은 보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자기가 잘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들의 능력이 현재와 같은 보수 차이를 정당화할 만큼 뛰어난가 하는 것이다.(p200)

 

미국 노동자들의 보수는 1970년대 이후 실질적으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미국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개별 보수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지만 가구당 수입은 높아졌다. 그러나 이것은 점점 더 많은 가정이 맞벌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논리, 즉 모든 사람은 각자의 생산성에 따라 응당의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충실하자면 CEO 대 노동자의 보수가 30~40배에서 300~400배가 되었다는 말은 미국의 CEO들이 1960~1970년대에 비해 10배나 더 효율적이 되었다는 뜻이다.(p201)

 

시장은 비효율적인 관행을 저절로 사라지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이는 아무도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혹 오랜 세월에 걸쳐 그런 관행이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일방적인 보수 체계가 있는 동안은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끼친다.(p207-208)

 

 

Thing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개발도상국 출신이거나 그런 나라에서 한동안 살아 본 사람이라면 개발도상국이 기업가 정신을 지닌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것을 잘 안다. 가난한 나라의 거리에는 상상할 수 있는 한도 내의 모든 물건을 내다 파는 남녀노소로 가득하다. 심지어 돈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까지 살 수 있다.(p211)

 

선진국 사람들의 기업가 정신은 그들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한다. 선진국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에서, 상당수는 수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기업에서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업무를 수행한다. ...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지닌 기업가적 비전을 실행에 옮기며 평생을 보낸다.

결론은 선진국 사람들보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더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p211-212)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그곳에 사는 개개인의 기업가적 에너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야말로 기업가적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들이다. 부자 나라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기업가적 에너지를 집단적 기업가 정신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p219)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이루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다른 무엇보다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들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또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해 준 과학 인프라, 크고 복잡한 조직을 갖춘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 회사법 및 기타 상거래 관련 법률, 이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고용한 엔지니어, 경영진, 노동자 등을 양산한 교육 시스템, 회사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던 금융 시스템, 새로 개발한 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특허법과 저작권법 등이 모두 그 예이다.(p220)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웅적인 기업같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p222)

 

 

Thing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사이먼은 우리의 합리성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 사이먼에 따르면 우리는 합리적이되고자 노력하지만 합리적으로 되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는 심각한 제약이 있다. 이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여 우리의 제한된 지적 능력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사이먼은 주장한다.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중요한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우리 능력의 한계이다. 우리가 처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볼 때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는데도 정작 인간의 의사 결정 능력은 그리 향상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사이먼의 이론이 옳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p231)

 

우리 중 대다수는 너무 많은 의사 결정을 너무 자주 해야 할 필요가 없도록,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우리 삶에 규칙적 일과(routines)’를 도입한다. 물론 몸 상태나 처리해야 할 일에 따라 수면 시간과 아침 식사 메뉴가 달라져야 하지만, 적어도 주중에는 대부분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며 아침 식사로 비슷한 메뉴를 먹지 않는가.

-> 와 새로운 발견. 규칙적인 생활, 틀에 박힌 생활에 이런 유용함이 있었다. 무엇을 하든, 무엇을 결정하든 상관없지만 자유이지만 너무 많은 의사 결정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 규칙적으로 사는 것. POGS를 짜고 적어도 세 달 동안은 그렇게 살아보는 것. 이런 유익이 있었구나. 몰랐네.

 

사이먼의 이론을 가지고 설명하면 현실에서 정부 규제가 유용한 이유는, 정부가 피규제자보다 관련 상황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규제의 효용성은 행위의 복잡성을 제한해서 피규제자들이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 우리는 이른바 금융 혁신을 통해 모든 것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우리의 의사 결정 능력은 이런 복잡성에 압도당해 버렸다.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온 복잡한 금융 상품들은 해당 상품의 전문가가 아니면 금융 전문가들마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상품의 전문가마저 많은 경우 그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자기 회사의 사업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금융 회사의 최고 경영진도 거의 없었다. 금융 감독 당국 역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온전히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고는 이제야 핵심적 의사 결정권자들의 입에서 이에 관한 고백들이 때로는 자발적으로 때로는 떠밀려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 유사한 금융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금융 시장에서는 행위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금융 상품의 경우 우리가 해당 상품의 내용과 다른 금융 부문 및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면 발행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 복잡성으로 인해 심지어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마저 그 내용과 영향을 알지 못하는 상당수의 파생 금융 상품은 폐기되어 마땅하다는 이야기이다.(p235)

-> 복잡한 절차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절차가 너무 많으니, 규정이 너무 많으니 지금 내가 이 절차를 왜 밟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무의식중에 따라가게 된다. 내가하는 이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른 채 기계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은.

 

일부러 제한적인 규칙을 만들어 우리의 선택을 의도적으로 한정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의 환경을 단순화시키지 않는 한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으로는 세상의 복잡성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 우리에게 규제가 필요한 이유, 정부가 당사자인 경제 주체들보다 관련 상황을 반드시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규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제한된 정신적 능력에 대한 겸허한 인정인 것이다.(p236)

-> 어디서 읽었더라? 08년 금융위기는 인간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Thing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인류가 전체적으로 지닌 지식의 양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아니 대다수의 사람이 과거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듯은 아니다. 사실 많은 업종에서 평범한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의 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기계화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p244-245)

 

-> 동의 100% 일을 할 때 그리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그냥 한글 읽을 줄 알고 이해할 줄 알면 일반 행정일은 못할 일이 없는 것 같다.

 

1996년까지도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은 16퍼센트로 OECD 평균 34퍼센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p246)

 

가령 국민의 50퍼센트가 대학 진학을 한다면 대학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능력 분포도의 아래쪽 절반에 속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일하는 데에 하등의 쓸모가 없는 것을 배우면서 시간 낭비를 하게 되리라는 걸 잘 알면서도 대학을 가게 된다. 저마다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면 고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대학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어 대학 진학률이 더 높아지면 대학을 가야 하는 압박은 한층 증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현상은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이제 모든 사람이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그 중에서 돋보이려면 석사, 심지어 박사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학위들을 밟는 과정에서 앞으로 하는 일의 생산성을 올릴 내용을 배우게 될 확률은 아주 작을 테지만 말이다.(p248)

 

이 나라들의 고등 교육 현실은 영화관에서 화면을 더 잘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한 사람이 서기 시작하면 그 뒷사람도 따라서 서게 되고, 그러다가 일정 비율 이상의 사람들이 서면 결국 모두가 서서 영화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말이다. 영화관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화면을 더 잘 볼 수도 없으면서 앉아서 보지도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p249)

 

어린이들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교육 너머로 눈길을 돌려 제대로 된 제도와 조직을 건설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진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p250)

 

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 활동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유는 많은 경우 규제가 실제로 기업 활동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단기적으로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는 기업 활동에 제재를 가해 모든 기업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공유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도 있다. 예를 들어 과밀한 어류 약식을 규제하면 개별 양식업자의 이윤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모든 어류 양식업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해야 하는 수질을 보호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어린이들을 고용하면 개별 기업의 임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동 나동이 확산되면 아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발육을 저해해서 장기적으로는 노동력의 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은행들 모두를 돕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p260-261)

 

Thing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거대 기업이 지배하는 경제 영역이 점점 더 확대되어 왔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계획에 따라 운영되는 영역이 사실상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추정 방법에 따라 다소차이는 있겠으나 오늘날 국제 무역량 가운데 3분의 1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 초국적 기업 내부의 거래, 즉 여러 나라에 분산된 본사와 자회사들 간의 거래로 추산된다. ... 아무런 편견이 없는 화성인이 지구로 와서 우리 경제를 관찰한다면 과연 지구인들이 시장 경제 시스템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이먼은 그 화성인이 그렇지 않다는 답을 할 것이라 말한다. 그 화성인은 지구인들이 조직된 경제 내에생활한다고 결론지을 것이다. 지구 경제 활동의 태반이 서로 다른 기업들 사이의 시장 거래를 통해서가 아니라 기업(조직) 내부에서 조정되며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p274)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천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생계비 지원을 받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에서는 무료 급식을 통해 밥을 굶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p277)

 

인간은 진공 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각자 처한 사회 경제적 환경은 개인의 성취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심지어 환경은 개인이 무엇을 성취하기를 원하는지에까지도 제약을 가할 수 있다. 환경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들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영국의 노동자 계층 출신 학생들은 대학에 갈 생각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은 자기한테 안 어울리는 곳이라는 이유에서이다. (p284-285)

 

이제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고의적으로 막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학비가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한다. 무상 교육이 제공되는 나라에서조차 가난한 집 아이들은 자기 잠재력에 상관없이 학업 성적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집에서 밥을 못 먹고 와서 학교에서 점심을 거르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수업 시간에 집중을 하기가 힘들 테니 학업 성적이 어떨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p285)

 

어른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결과의 균등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실직 상태에 있으면 다시 일자리를 얻기가 극도로 힘들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애초에 일자리를 잃은 것도 온전히 그 사람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전망이 있어 보여 선택한 직장이 갑자기 외국과의 경쟁으로 심한 타격을 받아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도 많다. 1960년대에 미국 철강 회사나 영국 조선 회사에 들어간 사람들 중에 1990년대 초가 되면 일본이나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자기가 몸담은 산업이 초토화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실 이런 현상은 피해를 입은 노동자뿐 아니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다.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심한 고통을 당하고 역사의 폐기물 취급을 받는 것은 정말 공정한가?

물론 이상적인 자유 시장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이런 일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실직한 미국 철강 노동자와 영국의 조선 노동자는 성장 산업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강 노동자 중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된 사람은 몇 명이나 되고, 조선 노동자였다가 투자 은행가로 변신한 사람은 도대체 몇이나 되는가?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p286-287)

 

 

 

 

Thing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한국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고용 불안이 높아지면 젊은이들은 의사나 법률가처럼 안정된 직종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에는 재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린다.(p295)

 

직업 안정성이 낮으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할지는 몰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문제가 있다.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면 대성할지 모를 유망한 청년들이 모두 해부학 교실에서 씨름을 하고 있다. 적절한 재교육을 받으면 생명공학과 같은 유망 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미국 노동자들이 자동차 산업 같은 사양 산업에서 악착같이 일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는 단지 피할 수 없는 대세를 약간 지연시키는 것일 뿐이다.(p296)

 

노동자들에게 제2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복지 정책은 노동자를 위한 파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파산법이 기업가들로 하여금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감수하게 해 주는 것처럼, 복지 정책은 노동자들이 변화에 더 개방적이고, 그에 따른 위험을 더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를 갖도록 해 준다. 2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첫 번째 직업을 선택할 때 더 대담해질 수 있고, 후에 직업을 바꾸어야 할 때에도 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p297)

 

차를 빨리 몰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없다면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라도 심각한 사고를 낼까 두려워 시속 40~50킬로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큰 정부가 사람들을 변화에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p300)

 

Thing 22 금융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금융부문은 건물과 기계같은 비유동성 자산을 대출금, 주식 등의 유동성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기업이 성장하고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p313)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의 속도 차이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실물 경제와 완전히 함께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금융의 존재 가치는 실물 경제보다 빨리 움직이는데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문제는 금융이 지나치게 빨리 움직여 실물 경제에서 탈선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발전의 궁극적 원천인 (기계 설비 등) 물리적 자본과 인적 자본, 조직 혁신 등에 기업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식으로 금융 시스템이라는 회로의 배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p314-315)

Thing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험에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경제 정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학 전문 지식이 아니라 전반적인 지적 능력이라는 점이다. 대학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실용성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경제 정책 입안에 가장 관련이 많은 분야, 즉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보다 그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가장 유능한 경제 정책 입안자가 될 확률이 크다는 말이 된다. 그것이 법학이 되었든 공학이 되었든 심지어 경제학이 되었든 나라에 따라 가장 인기있는 분야에 가장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 것 아닌가(p319)

 

늘 합리적이지만은 않으며 다양한 행동 동기를 지닌 개인들이 모여 시장, 기업, 정부, 네트워크 등을 통해 복잡한 조직을 이루고 사는 것이 현대 경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자유 시장 경제 원칙을 가지고 경제를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해가 간다. 성공한 기업, 정부, 국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자본주의를 자유 시장 경제학에서처럼 단순히 보는 대신 자본주의의 세세하고 미묘한 차이를 놓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p325)

 

결론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첫째, ... 자본주의를 하되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자유 시장주의라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에 대한 맹목적 사랑에서 눈을 떠, 더 잘 규제된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p329)

 

둘째, 인간의 합리성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는 인식 위에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면 우리의 객관적 사고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한다. 흔히 투명성만 높이면 대규모 금융 위기가 또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의 부족이기 때문이다.(p330

 

-> 과학에 대한 맹신이 1,2차 세계 대전을 불러왔듯이...

 

셋째, 인간이 이기심 없는 천사가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나쁜 면보다 좋은 면을 발휘하게 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는 인간이 착한일을 하게 하려면 금전적인 보상을 하거나 벌칙으로 위협해향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비대칭적으로 적용되어 부자는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이 약속되어야 더 열심히 일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될 것을 두려워해야 더 열심히 일한다는 이상한 주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p331)

 

넷째, 사람들이 항상 받아 마땅한만큼 보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은 개인적 자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자기 나라의 경제 시스템과 선진국의 이민 정책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진정한 기회의 평등을 누리지 못해 가난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기회의 평등만 제대로 보장되면 가난한 사람은 가난해 마땅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정도 결과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특히 모든 아이가 최소한의 영양과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면 시장이 제공하는 기회의 평등 정도로는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없다.(p332-333)

 

다섯째, 물건 만들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탈산업화 지식 사회는 신화에 불과하고, 제조업은 지금도 경제에 필수적이다.(p334)

 

지식 경제라는 개념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우리는 결국 물질적인 존재로 아이디어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더욱이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늘 지식 경제 속에서 살아 왔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나라가 잘사는지 못사는지를 궁극적으로 결정해 온 것은 우월한 지식을 소유했는지 여부이지 물리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다수 나라들이 점점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옛날보다 물건을 덜 소비한다고 느끼는 것은 제조업체들의 생산성이 대단히 향상하여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조업 제품이 싸졌기 때문이다.(p334-335)

 

탈산업화 지식 경제라는 신화는 여러 가지 잘못된 투자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정규 교육과정과 인터넷의 확산 필요성이 과도하게 강조되었다. 그러나 정규 교육 과정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대단히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인터넷의 확산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p335)

 

여섯째,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이 더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대 경제가 생산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금융 산업이 필수적이다. 금융 부문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바로 투자를 하고 나서부터 그 투자가 결실을 맺을 때까지의 시차를 메워주는 것이다. 금융은 그 속성상 빨리 움직일 수 없는 실물 자산에 유동성을 부여함으로써 자원을 신속하게 재배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 동안 금융은 배보다 더 큰 배꼽이 되어 버렸다. 금융 자유화로 돈의 이동이 쉬워졌고, 심지어 국경도 손쉽게 넘나들 수 있게 되면서 금융 투자자들은 더 참을성이 없어져 즉각적인 이윤을 원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기업과 정부는 장기적인 전망이 어떻든 간에 빨리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책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금융 투자자들은 돈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에 대한 협상 카드로 활용해서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금융 소득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도 금융을 더 불안정하게 하고 고용 불안 또한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p336)

 

일곱째,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가 필요하다.

 

정부는 풍요롭고 평등하며 안정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야한다.(p337)

 

여덟째, 세계 경제 시스템은 개발도상국들을 불공평하게우대해야 한다.(p339)

 

자국 시장 보호, 외국인 투자 규제, 지적 재산권 등에서 개발도상국에 더 관대한 체제가 필요하다. (p340)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IMG_20130313_085846.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193pixel, 세로 1454pixel

 

책의 맨 앞장에 쓰인 글이다.

언젠가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이 이뤄질 날이 올까?

 

이렇게 잘 정리된 책일 줄 몰랐네. 이해하기도 쉬우면서도 금방 동의가 되는 내용들이다.

경제.. 돈이라는게 사람의 생활과 (엄청!!)밀접한 이야기이긴 한데, 이론대로, 책에서 이야기하는대로 흘러가진 않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도 막상 적용하면 안 되고 고쳐야 할 부분도 있겠지?! 그렇지만 이런 마인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해 보인다. 틀릴 수 있지만,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하는 것은 멈춰서는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책을 읽긴 읽었는데 무엇을 해야할까? ‘는 무엇을 해야할까? 모든 시장에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있다. 탈산업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제조업은 여전히 중요하다. 과도한 교육은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의 결과의 평등을 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필요하다. 각자가 적성에 맺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시스템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으니 항상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겸손해야 한다. 일한만큼 적당한 봉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잘 사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과 여러 제도들 덕분에 잘 사는 것이다. 아프리카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감사하네.

근데 진짜 이런 세상이 가능할까? 진짜 노예 해방급의 사건일 것 같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과연 이 말이 다 맞는 말일까??! 이런 세상이 되면 좋겠고, 이렇게 바뀌어 갔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되면 어쩌지? 책에서 제시하는 수치들이 완전하지 않고, 반박가능한 것들이면 어쩌지? 책 내용이 너무 단정적이어서, 재반박 하는 내용은 담지 않아서 이런 생각이 드나보다.

. 그런거면 어쩔 수 없지. 내가 몰랐던 거니까.

그건 그때가서 고민하는걸로.

 

구조와 제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늘 이래왔던 거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있으면 아무것도 안될 것 같다. 다른 방법이 있고, 바꿀 수 있고, 이건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필요한 것 같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중에는 내가 그 전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당연하다고 가르쳤던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물론 정치인들도 뉴스도 기사도 당연하다고 이야기했던 것들. 언젠가부터 성장 vs 분배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지만 그건 하나의 정치적 갈등 정도로만 이해했었는데 어쩌면 기득권층의 욕심이 탐욕이 원인인 것 같다. 공산주의의 방법이 옳다는 게 아니라, 가진 사람들(기득권층)은 당연히 더 가지려한다. 사람은 이기적이니까. 이 간단한 명제를 잊지 말고 살아야지. ‘권리를 위한 투쟁이 떠오르네. 법의 목적은 평화이지만, 평화를 쟁취하는 수단은 투쟁이다. 경제 제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의 목적은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풍요로운 세상을 쟁취하는 수단은 투쟁이다. 언론, 교육 등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투쟁하고 이야기하고 듣고 말하고 읽어서 스스로 찾아서 아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보다 정의로운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는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이루어질 텐데, 그 방법이 유일해 보이는데 과연 가능할까? 그 기득권층에 내가 속하더라도 배신하지 말자. 양심.. 그래서 삭개오의 이야기가 복음인 것 같다. 그런 날이 온다면, 예수님을 통해 그런 세상이 온다면.. 오겠지.

내가 이미 가진 기득권을 포기하고 내어 놓는 걸 해야겠다. 돈을 내어놓고, 시간을 내어 놓고, 에너지를 내어놓고. 내가 좀 더 일하고 먹을 거 사주는 걸로 보상하고. 그렇게.. 해야지. 사실 이거부터 쉽진 않다만은 해야지_ 당당하게 걷기

이 책 어딘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잘사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높은 임금을 받는 건 국가가 이민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여러 기업가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사회에 제반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의 나된 것은 은혜이지 다른 무엇이 아닌 것 같다. 겸손히, 감사히, 베풀며 살자.

 

어릴 때(90년대. 어릴 때라 명확히 기억나진 않지만)를 돌이켜 보면 확실히 살기 어려워졌다. 그땐 마음껏?^^; 먹었는데, 여기 저기 여행도 다녔고 부족함 없이 지냈었는데. 아빠만 돈을 벌었었지만 그땐 그 공무원 월급으로(아마 6) 살만 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 월급(아마 200~250)으로 그때처럼 살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맞벌이를 해야 그정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이에 물가(특히 의...비용)가 많이 올랐겠지. 그리고 월급은 조금 올랐겠지_ 그러면 그 사이에 비는 돈은 다 어디로 들어간건지 이거 참.. Where are you?

 

2013.3.14.

 

 

 

[f.b 책공망]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서울대(학사)-캠브리지(석사)-캠브리지(박사)-캠브리지(교수)

를 거친 경제학자 장하준의 책입니다.

 

시장경제에 대해 잘못생각하고 있는 23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경제 교과서에서 말해주지 않는 23가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류 경제학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반박합니다.

 

교육문제, 임금 문제, 복지 문제, 빈부격차, 아프리카의 빈곤문제 등..이 나옵니다.

 

경제이야기인데 경제 문제로 보이지 않고 우리 사는 문제로 보이는 건 그만큼 경제()문제가 우리 생활에 밀접하기 때문이겠죠?!

 

경제 신문이나 경제 관련 기사를 보면 무슨말인지 모를 때가 태반입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경제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ㅎㅎ

 

..

우리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정의롭고, 약자를 배려하는 곳_ 하나님 나라가 되는데

경제학도 한 몫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경제학자가 쓴 책인데, 저런 유수한 대학을 나온 사람인데 글을 참 쉽게 쓴 것 같습니다.

부담없이 모두들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