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안

거꾸로, 희망이다 (2013.12.21.-23.)

 


2009년에 쓰여진 책.

12명의 강의 내용과 강의 후 질의응답 내용을 담은 책이다.

 

작년 12월 달에 공부가 안되고 안되고 안되서 또 몸도 아파서 이참에 쉬자 싶을 때 가장 먼저 손에 잡았던 책.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책 안에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처음 본 사람도 있었는데 읽으며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고, 살아가며 할 일은 참 많고, 세상은 참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 김종철에게 이문재가 생태적 상상력을 묻다 - 우리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

 

 

외로운 사람, 예민한 사람, 세상이 맞지 않아서 괴로워하는 사람, 세상이 너무 미쳐 돌아가니까 이걸 혼자 힘으로 어찌할 도리도 없고 늘 고민에 빠진 그런 사람이 사실 많습니다. 흩어져 있어서 그렇지. 그런 분들이 <녹색평론>이라도 있으면 ,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하고 위로를 받잖아요. 특히 농민, 우리나라 농민들, 참 말도 안되는 대우를 받고 살아왔죠.

이게 뭐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1백 년이 넘죠. 이런 농민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런 잡지를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해왔고요. 저 자신은 농가 태생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제가 어렸을 적에 외가에서 많이 지냈는데, 우리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모두 농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농민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정확하게 제가 농민 현실을 짚고 있는지는 제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위안이 된다는 분들이 있고, <녹색평론> 때문에 아직 절망은 아니라는 분들도 있으니까 사실 이걸 중도에 그만두지 못하고 지금까지 끌어온 겁니다.

 

김종철이라는 분은 <녹생평론>의 발행인이다. 생태, 환경 운동을 하시는 분. 이쪽 분야는 모르는 게 많은데 읽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나이 들면서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했던 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때가 종종 있는데, 제 마음 깊은 곳에는 외할머니로 표상되는 어떤 가치에 대한 동경심이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십시오. 식민지 시대 겪었죠, 해방 후에는 얼마나 혼란스러웠습니까. 우리 외할머니로 표상되는 어떤 가치에 대한 동경심이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십시오. 식민지 시대 겪었죠, 해방 후에는 얼마나 혼란스러웠습니까. 우리 외할머니의 큰아들은 그 혼란 속에서 행방불명됐습니다. 지금까지도 소식을 몰라요. 거기다가 전쟁이 터졌죠. 얼마나 굶주리고,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어요. 우리 할머니만 그랬던 게 아니죠. 다들 그랬어요. 그런데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웠어요.

이게 무슨 힘인가. 이 강인한 정신과 에너지, 이게 어디서 나온걸까요. 사람 간의 관계에서 나온 힘이에요. 그때는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해도 아직 마을이라는 공동체가 살아 있었고, 그 공동체의 상호부조적인 관계망 덕분에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지금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다고 하니까 다들 왜 당황하고 죽는 소리를 내느냐 하면 공동체가 없어서예요. 공동체라는 토대가 없으면 아무리 물자가 풍부하고 높은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항상 불안해요. (p34)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비슷한 여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견딜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나 혼자 이러고 있는 것 같으면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누구에게나 공동체가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공동체를 이루며 살기가 쉽지는 않다. 직장에 따라, 자기가 가진 돈의 정도에 따라 거주 할 수 있는 곳이 다르다. 또 사람들 간의 부의 정도도 다양하다. 옛날엔 한 동네에 살면 다 비슷비슷했겠지만. 다원화된 사회 덕분에 관심사도 다양하고 취미도 다양하고 선호하는 음식조차 다양하다. 같이 살려면, 공동체를 이루려면 나의 우선순위를 포기하고 서로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가야할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못살겠다. 큰일 났다 하는 게 돈이 없어서, 직장에서 해고 당해서, 임금을 못 받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 진짜 걱정해야 될 것은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사회적 자본, 인간관계라고하는 인생살이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망가졌다는 거예요. 수십 년 동안의 고도경제성장 논리가 이걸 망가뜨렸어요.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동시에 인심도 좋아지는 그런 건 없어요. 절대로 양립이 안 돼요. 경제 성장 논리 자체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무한경쟁의 관계로 몰아붙입니다. (p39)

 

물질생활이 풍부했더라면 우리 외할머니가 살던 그 마을의 인간관계가 윤택했을 리 없죠. 개인이 가진 게 많으면, 지금 서울의 중산층처럼 이웃 간에 교류가 일절 있을 수가 없죠. 뭐 때문에 그러겠습니까? 필요하지 않은데. 내가 부족해야 남의 도움이 필요하잖아요. 어쩌다가 남한테 친절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행동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건 잠시입니다. 이게 지속되려면 생활 속에 실질적인 요구가 있어야 합니다. 절대적인 궁핍 상황은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물자와 서비스가 결핍된 상황이라야 사람들이 서로 돕게 되는 겁니다. (p41)

 

아쉬운게 있어야 사람을 찾는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는 제가 보기에 클린턴 3기 정부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4년 뒤 오바마가 재선된다면, 빌 클린턴 정부 8, 오바마 정부 8, 중간에 부시 8, 그리고 부시 아버지가 1990년대 초에 또 했죠. 그렇게 보면, 미국은 사실상 부시와 클린턴이라는 두 집안에서 번갈아가면서 대통령을 하는 왕조 국가가 되었어요. ... 일본도 그래요. 현재의 아소 수상, 그 전 아베 수상, 또 그 전의 고이즈미 수상, 그들 전부가 일본 정치 귀족 집안 출신이에요. 정치가가 정치가를 낳고 그 자식이 또 정치가를 낳고, 정치가 계급이란 게 생겼어요. 변형된 왕조 내지는 귀족국가, 이게 대의제 민주주의 메커니즘의 작동 결과입니다. 예외적인 사태라고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닙니다. (p45-46)

 

계층의 고착화.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한국의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간 결사체들의 활성화가 필요해요. 밑바닥 민중이 자신의 생활의 일부, 경우에 따라서는 전체를 맡길 수 있는 생협운동 같은 것이 활기를 띨 필요가 있어요. 요즘은 의료생협도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는데, 저는 교육생협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있어야해요.

지금 우리가 공정택하고 싸우는 데만 골몰해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그러면 우리 인생이 너무 초라해져요. 전망도 없어요. 미친놈들이 국제중 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어요. 물론 싸우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그게 부당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계속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싸움에 모든 걸 걸어요? 저는 그런 식으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일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깝잖아요. 지금 당장 아이들을 구출해야죠. 그러니까 우리끼리 교육생협을 만들어 자치적자립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해결하지는 거예요. 그걸 굳이 대안학교라고 부를 것도 없어요. 또 학교 건물이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 데리고 그냥 들로 바다로 농촌과 도시로 쏘다니면 되잖아요. 그게 교육이잖아요.

그리고 저는 우리 아이들 대학 보내지 말기 운동을 제안하고 싶어요. 사실 나중에 꼭 학자나 특별한 전문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는 대학 갈 필요 없습니다. 지금 대학 나오면 뭐 합니까. 취직도 안 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잖아요.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운이 좋아 정규직이 된다 해도 사십대에 정년이에요. 취직하자마자 정년이에요. 게다가 대기업에 취직해서 들어가면 그날부터 노예 생활입니다. 어떤 직장이든 갈수록 더 위계적 구조로 되어가고 있어요. 그런 모욕적인 인생을 왜 살아요? 그렇게 살기 위해서 어린 시절, 사춘기 시절을 몽땅 희생해야 해요? 그리고 부모들은 또 아이들 사교육비 대느라고 뼈가 빠지게 살아야 되고요? 너무도 어이없는 상황입니다.(p49-50)

 

완전 아예 다르게 살기.. 도전! 도전?!..^^;

 

 

몇몇 사람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세상 문제가 해결이 되겠느냐. 제가 강연할 때마다 매번 되풀이되는 질문입니다. 그 걱정은 하지 마세요. 우리 개개인은 국가나 사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변하겠느냐 하는 것은 건방진 생각인지도 몰라요. 나 혼자서든 친구들과 함께든 그 길이 옳다 싶으면 잡념 없이 가 보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해서 사회 전체가 바뀌면 좋고 안 바뀐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도리 없는 거죠. 내 힘, 내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인데 어떻게 할 겁니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자주적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저 사람들 사는 거 재밌네 하면서 동참하는 사람도 생길지 모르죠. 강요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p57-58)

 

내가 뭘하든 세상이 바뀌겠나. 그냥 열심히 사는거지.

 

 

지금 귀농자들이 제일 힘든 게 뭐냐면 같이 귀농한 동료들과의 관계예요. 처음 1~2년은 의기투합해서 잘 돌아갔는데, 같이 좀 오래 살다 보니까 결점이 눈에 들어오거든. 자기는 열심히 하는데 제 잇속만 채우는 얌체 같은 사람도 있단 말예요. 반드시 있죠. 그런 이기적인 사람 없으면 이 세상에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러나 어떻게 합니까. 그게 삶인데. 그냥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사실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게 사람 관계예요. 또 제일 즐거운 것도 사람 관계예요. (p67-68)

 

 

2장 정혜신에게 김어준이 위기의 심리를 묻다 -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나와 내가 아닌 것의 경계를 묻는다

 

정신과에서 상담을 할 때, 일대일로도 하고, 치유자는 한 사람인데 여러 사람이 그룹 상담을 하기도 해요. 과외 할 때처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은 독선생 데려다가 하고, 돈이 없으면 여럿이 하는 건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건 아니에요. 일대일에서 느낄 수 없었던 걸 그룹으로 상담했을 때 알 수도 있거든요. 그룹 상담의 가장 강력하고 보편적인 치유 효과가 뭐냐면, 정신분석학 용어로 유니버설리제이션(universalization), 굳이 번역을 하자면 일반화, 보편화 쯤 되겠네요. ‘아하,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만 힘들었던 게 아니었구나하는 깨달음이 그 사람을 위로하고, 마음의 고통을 치유합니다.

사람은 남들을 보고 어떤 일의 전모를 파악하거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 경우가 참 많아요. 이게 핵심 과정이란 거죠. 일의 전모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본능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강력합니다. 다른 사람을 들여다보고, 사실은 내 고통이 하나도 줄지 않았는데도, 위로를 받고 내가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갖게 됩니다. (p101-105)

 

문득,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힘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항하기 쉽지 않은 이런 것들에 걸려서 존재 그 자체로 다가가기가 상당히 어렵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엄마를 돌아가시지 않게 하려고 책 백 페이지를 꼬박꼬박 읽는 어린아이처럼, 우리도 혹시 이렇게만 하면 행복해질 것 같아서 무언가에 열심히 몰입했는데, 그게 전혀 본질적이지 않은 그런 방향은 아닌가 한번쯤 짚어봐야 될 것 같아요. 크게는 경제만 회복하면 만사가 잘되리라고 여기는 사람들한테 먼저 얘기를 해줘야 되겠지만, 우리 안에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사실은 찬찬히 되짚어 봐야 된다는 거죠.

제 주변에는 요즘 학원 다니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어떤 분은 공연 연출을 하는 게 꿈인데, 당장 취직이 어렵다고 학원을 열심히 다녀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더니, 그다음에는 또 무슨 설비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학원에 다니더라고요. 공부를 하거나 열심히 학원을 다니는 걸 폄하하려는 건 아니에요. 혹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본질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가, 불안을 회피할 목적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중은 아닌가, 한번 생각해봐야 돼요.

요즘은 학문에 뜻이 없으면서도 필요에 의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젊은이들이 많다죠. 이 경우도 혹시 나도 모르게 뭔가를 자꾸 유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저는 일단 다 멈추자는 얘기를 여러분께 드리고 싶어요. 있는 그대로 불안을 직면해보자. 정말 뭐가 불안한지 들여다보는 과정 없이는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p117-118)

 

 

생각 안에서 결론을 내려고 하면 결코 끝이 나지 않아요. 그러니까 지금 젊은 시기에, 뭐 나이 들어서도 내가 원하는 것, 찾는 것을 만나기가 쉽지 않죠. 맞는 답을 탁 정확하게 찍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쪽이든지 빨리 결정을 내려서 그냥 가보고, 아니면 돌아오고요. 그래서 다시 다른 쪽으로 가보고 말이죠. 감각으로 체험하다 보면 명확해지고 단순 명료해져 누가 복잡하게 야기해도 흔들리지 않고 그냥 내가 느낄 수 있는 건데, 머리 안에서 사고로 해결하려면 절대로 결론이 나지 않죠.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가보시는 게 정답입니다. . 아니면 말고죠. 기회는 얼마든지 있죠. 그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사람이 가장 건강하고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p139)

 

아님 말고. 쫄지 말고 _

 

 

3장 김수행에게 정태인이 자본의 미래를 묻다 - 세계 공황의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갈 길은 어디인가

 

 

 

4장 조한혜정에게 우석훈이 문화적 상상력을 묻다 - 상상력은 어떻게 해서 생기나?

 

대학생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나는 소모성 건전지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러니까 엄청난 경쟁 속에서 낙오되면 죽는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선행학습을 하는 신자유주의 세대가 생겨난 겁니다. 똑똑한 친구들은 대기업에 가면 몇 년 있다가 버려질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스스로 자가 충전할 수 있는 충전지가 될 수 있을까 고심하느라 머리가 아주 복잡하죠.

그래서 요즘 청년들은 연애도 잘 안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주식을 사랑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고 보는 것이죠. 애인을 돌보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한두 번 해본 후에는 연애를 끊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더군요.

아까 말했지만 노동 강도가 점점 강해지면서 일 자체가 전혀 즐겁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고 지금 사십대까지만 해도 사회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나름 즐겁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삼십대 세대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죠. ‘우리가 왜 이렇게 일을 해야 하나이런 회의를 느끼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깊이 하게 돼요.

기러기 아빠가 굉장히 많이 늘어나는데, 저는 처음에 여성 파워가 세져서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좀더 인터뷰를 해보니까 영어를 못해서 회사에서 너무 구박을 받았다는 식으로 아버지들이 여러 가지 한이 맺혀서 우리 아이한테는 더 좋은 삶의 기회를 주겠다며 자발적 기러기 아빠가 된 케이스가 꽤 있더라구요. 가족을 마지막 남은 보루라고 생각하는 가족주의가 다시 부상하는 것이고, 또 자녀가 삶의 의미를 주는 존재이자 아낌없이 줄 수 있는 마지막 존재가 된 것입니다. (p224-225)

 

 

요새 사람들이 핀란드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는 핀란드의 록 콘서트장에서 환대의 원리를 보았습니다. 대형 천막극장에 사람들이 비싼 관람료를 주고 들어가요. 그런데 음악 소리는 극장 밖으로 흘러 나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그 옆에서 맥주 마시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예전에 우리가 잔치할 때 누구든지 담장 너머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런 환대의 정신이 없으면, 자기는 돈을 냈는데, 누군가 돈을 내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크게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난리를 피우게 됩니다. (p230)

 

 

저는 문화나 예술 영역에 기대를 걸어요. 아직 문화나 예술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바꾼다면 예술가들이 바꿀 것 같습니다. 그게 유일한 가능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가와 십대, 이십대의 일부에 힘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잘 만나면 좋은 일이 벌어질 수 있겠죠. 지금은 좌파나 우파 이런 이야기들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여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말하는 문화의 시대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p240)

 

그러고보면 연예인들 이야기는 잘 듣는 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문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것 같다.

 

 

문화라는 건 정말 다른 게 아닙니다. 이렇게 살지 않겠다. 좀더 다르게 살고 싶고, 내 말을 하면서 나름대로 즐겁게 나와 비슷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과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표현, 그런 의미입니다.(p243)

 

컬처메이킹. 쫌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살아가는 게 문화.

 

 

5장 박원순에게 하승창이 대안경제를 묻다 - 위기의 경제, 위기의 사회, 그 대안과 해법을 상상한다

 

참여연대는 그런 길을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대중조직으로 가자. 회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으로 가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7백명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회원이 15천 명이 되고, 적을 때는 6~7천만 원에서 많을 땐 1억 원까지 회비가 들어오니까 50~60명의 간사들이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여연대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핍박받는 조직이 되었는데도, 지금도 저렇게 큰소리 치면서 일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1만 몇 천 명의 회원이 지금까지도 계속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아름다운 재단 같은 경우에도 기업 중심으로 했다면 아마 지금 대단히 어려움에 처했을 겁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재단은 45천명 정도의 이른바 ‘1퍼센트 회원들이 있습니다. 자기 소득과 재능, 시간의 1퍼센트를 나누는 것이죠. 그런데 희망제작소는 시작한 지 몇 년 안 되었고, 회원이 겨우 천 명 정도뿐이라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뿐만 아니라 많은 단체들도 아마 힘들 것입니다. 그동안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에서 지원을 받았던 단체들은 더 위기에 처해 있을 것 같고요. 그러나 저는 언제나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더 건강해지고, 더 바닥으로 내려가고, 더 많은 회원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민운동은 그때가 참 좋았다하는 시절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말합니다. 우리 시대에 이런 운동을 한다는 것은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기분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운동이라고. 그럴 때 보람이 더 커지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p255-256)

 

독립운동...

 

아름다운 커피라는 거 있어요. 대안무역입니다. 커피를 네팔과 볼리비아에서 수입합니다. 월 매출액이 1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제가 함께 일하는 간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어떻게 한 달에 이것밖에 못 파냐. 지금 한국 커피 시장이 어느 정도인데, 1퍼센트도 점유를 못 했냐. 생각을 해봐라 커피 한 잔을 마셔서 다국적 기업가의 배를 불리느냐 아니면 가난한 제3세계 농민의 쓰린 배를 채워주느냐. 이걸 생각하면 우리가 하는 아름다운 커피 장사가 하루아침에 불붙듯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 스타벅스가 아름다운 커피 때문에 한국에서는 도저히 장사를 못해먹겠다며 철수 기자회견을 하는 그날까지 잠이 오냐.”(p279)

 

어떤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한 마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리 할머니가 갖고 있는 삶의 지혜를 찾아야죠. 예를 들어서 옻을 보세요. 옻을 장판이나 벽지에 칠하면 벌레가 절대 먹지 않습니다. 이 옻이란 물질 하나를 잘 다루는 회사가 생기면, 그 기업은 성공할 것입니다. 신약 성분이라는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껌에 들어간다고 유명한 자일리톨 같은 물질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향토의 자원 속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p281)

 

 

신뢰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불신입니다. 신뢰의 문제입니다. 신뢰를 주는 자기 브랜드가 꼭 필요한 것이죠. 독일에는 소시지 브랜드가 4천개입니다. 그 브랜드라는 게 별게 아니고, 모두 농민들이 만드는 소박하고 작은 브랜드들이죠. 4천 개의 브랜드는 미국의 거대한 식품회사가 들어와도 끄떡도 않습니다. 확실한 소비자들, 고객을 찾고 있으니까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누가 자기 이름을 걸고 사기 칠 수 있겠습니까? (p282)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겁니다. 농가 민박도 그중 하나죠. ‘그린 투어리즘이라는 겁니다. 영국에 살면서 보니까 영국은 거의 대부분의 농가에서 다 그걸 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그냥 자기 먹는 대로 저녁 주고, 그다음에 시트 깨끗하게 해놓고 하룻밤 재우고, 아침을 주는 건데, 아침 별것 아닙니다. 주스 한 잔에, 우유 한 잔, 시리얼이나 빵, 그게 다예요. 그리고 한 20~30달러 받거든요. 그러면 그게 수월찮은 농가 소득이 되는거죠. 이런 것도 얼마든지 비즈니스일 수 있구요.

일본은 최근에 문부성과 농림수산성이 합의를 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무조건 1주일씩 농촌에서 살게 하는 겁니다. 어린 시절에 농촌의 원시적 생명력을 경험해야 된다는 관점에서 법제화한 거죠.

우리나라도 이미 농촌 유학이 시작되고 있어요. 이른바 산촌 유학이라는 거죠. 아이들이 도시에서 아토피에 걸리는데, 그게 육체에만 생기는 게 아닙니다. 정신적으로도 당연히 아토피가 있죠. 자살률 세계 1위라는 것이 우연히 생긴 게 아닙니다. 이런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농촌입니다. 그런 식으로 농촌을 보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p295-296)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생각보다 많구나. 정말 세상에 할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은 것 같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가,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그 꿈을 이룰 가능성이 아예 없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꿈을 이룰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지죠.

제가 아까 태극권 한다고 막 자랑했잖아요. 온 사람들이 다 알면 제가 할 수 없이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그 꿈을 이야기하고 그 꿈을 어떻게 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를 밤낮없이 고민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을 88만원 세대라고 하죠? 지금 청년들이 참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사실은, 뭐 어느, 시대고 살기 쉬웠던 시대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대학이 기능을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꿈을 심어주지 못하고 또 그렇다고 사회에 나와서 자기가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구체적 지식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가장 큰 문제는 기능의 문제라기보다는 꿈의 문제입니다. 말하자면 어떤 삶에 있어서 중심을 잡고, 뭔가 도전할 수 있고, 또 뭔가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힘조차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주지 않는 그런 교육, 그런 사회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만날 인용하는게, 경남 거창고등학교 가면, 강당 저 뒤편에 직업선택 10계명이라는 게 걸려 있어요.

첫째,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둘째, 월급이 낮은 곳으로 가라. 셋째, 승진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라. 그리고 쭉 가다가, 아홉 번째가요, 부모 형제 배우자가 말리는 곳이면 틀림없다.

역설적이지만 이만한 진리가 없어요. 레드오션에 그러니까 누구나 다 가는 데 가서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도 안 가는데 가라 이겁니다. 제가 농촌을 블루오션이라고 말하는 게 바로 아무도 안 가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죠. 시민운동이 대표적 블루오션입니다. 아무도 안 가니까요. 그런데 다 길은 있거든요. 배우자를 확실한 직장이 있는 사람으로 만나면 돼요. 그러면 절대로 굶어 죽지 않습니다.

가치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해요. 스티브 잡스가 기존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대학을 그만두었습니까?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그것을 하려고 대학까지 때려치웠잖아요. 그리고 성공했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그것을 해야죠. 물론 실패도 하게 되고 힘듭니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죠. 진짜 실패 한 번 안 하고 성공만 하는 사람은 나중에 크게 실패할 겁니다. (p297-299)

마음을 울리는 일을 찾아서 하자.

 

 

6장 서중석에게 정해구가 역사의 위기를 묻다 -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 때로 에돌아갈 뿐이다

 

 

 

2014.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