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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희망을 심다 (2014.7.8.-13.)


ㅎㅎ 이책.. 중고책을 샀는데 앞면에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적혀있다.ㅎㅎ;;...

 

박원순씨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짜여진 책이다.

어린시절부터 현재(2009)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거의 회고록 같은 느낌이다. 다만, 시민운동을 하고 난 뒤의 이야기가 더 자세히 적혀 있긴하다.

영산면 어느 골짜기에서 자란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마침 지금 있는 곳이 그곳이라 왠지 모르게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

 

그는 온건하지만 혁명을 꿈꾸는 사람이다. 천천히, 서서히 바꿔내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우는 존재잖아요. 많은 혁명이, 그 혁명이 성공했다 치더라도 반동에 의해 금방 물거품이 되고, 그렇지만 동시에 혁명했던 것이 결코 완전히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역사는 발전해가잖아요. 온전한 혁명도 없고, 완전히 효과가 없는 혁명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같이 작은 혁명을 해야 된다, 우리가 그런 자세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만, 역설적으로 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는 혁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야 되는 거죠. 지속적인 열정을 다해서 혁명가의 심정으로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밤낮없이 헌신하는 노력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겉으로 혁명을 외치는 사람들은 말로만 하거든요. 그러면 세상을 바꿔내지는 못하죠.(p14)

 

 

1장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깡촌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박원순

 

경제적으로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되었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잖아요. 지금 사회적 파탄의 양상이나 조짐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혼율 1, 자살률 1, 범죄, 강간, 범죄 비율 같은 것이 굉장히 높거든요. 이런 현상들이 자꾸 생겨나는 이유가 공동체가 무너져서인데, 공동체가 바로 서면 그런 문제들은 해결된다고 봅니다. 동네 어른과 아이들의 관계도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멘토도 생겨나고, 법률이 아닌 도덕적 규율과 인심, 풍습이 생겨날 텐데요. 지금은 그런 게 다 무너져버린 거죠. 우리나라의 정치적 리더들은 미래사회를 어떻게 짜야 되는지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겁니다. 경제성장, 그것도 과거의 성장 지향주의, 성장 중심적인 비전과 궤도를 유지하면 한국 사회는 계속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서양처럼 오랜 세월 동안 구축한 합리적인 사회 시스템도 없잖아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거죠. 사기꾼이 얼마나 많습니까? 외국산을 한우로 속인다든지, 건물을 짓는데 면적을 속인다든지, 우리 사회가 많은 부분을 서로 속이고 있잖아요. 정직이나 신뢰가 중요한 사회적 자본인데 이런 게 없어진 상황에서 비효율은 말할 나위가 없죠.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p35-36)

어떤 일을 목적, 가치, 평가에 결국 돈만 있는 세상. 의심으로 인한 비용, 확인과 검증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세월호도 그렇고 찾아보자면 돈이 관련된 곳 중에 어디 제대로 하고 있는게 있을까,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있을까.

 

일본어는 대체로 읽을 수 있고, 영어도 대충할 수 있다는 것이 저한테는 대단한 축복입니다. 다른 언어로 된 책을 통해서도 지혜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요새도 화장실에 불어책을 놓고 봅니다. 2외국어로 공부를 했었는데 다 잊어버렸어요. 그 전에는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정도는 불어로 읽었거든요. 2005년 제가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있을 때 두 권으로 된 <301>라는 중국어 초급 책도 뗐어요. 젊은이들이 어학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조금만 고생하면 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죽을 고생도 아니더라고요. 대학 다닐 때 한 학기에 한 언어씩만 습득해도 훌륭하죠. 그때 공부한 것은 잘 잊어버리지 않아요. 일본어는 제가 20대에 사법연수원 다닐 때 공부했는데요. 2000년에 일본에 갔는데 말을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읽을 줄만 알았는데요. 나중에 다시 하니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젊은 시절에 언어 공부를 해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죠. 저는 그게 새로운 문명, 또 다른 우주와의 셔틀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자기 우주를 가지고 있어요. 자기가 본 만큼,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의 우주를 갖고 있는 겁니다. 그 우주는 다 다르지요. 나이가 열 살이면 벌써 의사소통이 되고, 스무 살이 되고 서른 살이 되면 인류가 지난 5,000년의 역사 동안 쌓아온 지혜를 대충 다 이해하잖아요. 너무 대단한 거지요. 그 중간 역할을 하는 매개자가 책인 것 같아요. (p47-48)

외국어 공부 열심히 하자...

 

 

2장 석 달 동안 양말 한 번 안 벗었어요 - 서울대생이 된 촌놈 박원순의 공부법

 

저는 아토피가 육체적 현상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에, 마음속에도 아토피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어릴 때 마루에서 자다보면 살랑살랑대는 바람, 따스한 햇볕, 봄여름가을겨울 자연이 수없이 변하잖아요. 숲과 나무와 풀과 작은 올챙이가 개구리로 되어가는 과정, 붕어와 메기, 미꾸라지 등등... 온 세상의 자연을 보고 자란 아이의 생태적 사회적 감수성과 도시에서 늘 인공적인 것만 보고 자란 아이와는 차원이 다르죠. 시멘트 바닥 위에서만 노는 아이들은 일상이 무미건조하고 불만이 쌓이게 마련이지요. 스트레스를 받아 폭력적이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 게 한국의 사회문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시골 생활 너무 좋다. 그냥 자연 속에 가서 있는 것 만으로 쉼이 되는 것 같다. 자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하나님이 주신 너무나 큰 선물인 것 같다.

 

그곳에서 군 단위 기관장들의 삶에 대해서 이해하게 됐어요. 경찰서장이나 군수, 농협장은 큰 기관의 장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하고는 잘 안 만나더라고요. 등기소장은 일종의 2급 기과장이거든요. 강원도 정선이니까 산림청 소속의 영림서장이 있고, 전매서장이 있고, 우체국장이 있고, 국도유지관리소장, KBS중계소장, 농산물검사소장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하고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저녁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제일 막내니까, 그때 스물세 살인가밖에 안 됐어요. 너무 재미있었고, 많이 배웠죠. 예를 들어 모심기 실적을 보고하는데, 10퍼센트밖에 안 됐는데 10퍼센트로 보고하면 그 다음날 잘린다는 겁니다. 60~70퍼센트 정도 했다고 보고하면 거짓말이 알려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좀 지나면 그런 문제는 다 없어진다는 거죠. 우리나라 통계가 그래서 엉터리라는 겁니다. 군 단위에서 위의 명령이 어떻게 전달되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생생한 장면을 본 거죠. (p81)

 

 

3장 검사 그만두고 공부하고 싶었어요 - 6개월 만에 사표 쓴 청년 검사 박원순

 

사법에 종사한다는 게, 보통 고시 합격하면 축전 보내고 잔치하는데요. 저는 애도하고 조의를 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다루고 있는 일이 성직이라는 말도 있긴 합니다만, 한 사람이나 한 가정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기도 하고, 재산이나 운명을 가르는 일일 수도 있어요. 그 일을 재미로, 권력으로 할 수 는 없다고 생각해요.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달라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하나의 성직으로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 부담스러운 자리를 떠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p97-98)

 

 

4장 구석구석에서 할 일이 쏟아지는 원순씨 - 인권변호사 박원순, 시대의 영웅을 변론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열심히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요. 이런저런 일에 잘 아는 분이, 제가 신세를 진 분이 간곡히 부택해오면 이름을 올리게 되더라고요. 제가 꼭 필요하다는데 어떡합니까. 그분들이 하는 일도 중요하고 좋은 일인데요. 참말로 미치겠습니다. 전 참여연대 있을 때부터 그랬어요. ‘운동은 집중해야 된다, 평화 군축 이런 거 절대 하지 말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벌인 일도 많잖아요. 제가 나오니까 그런 운동도 하던데, 그러면 백화점식 운동을 한다고 비판하거든요. ‘왜 이 운동은 안 하느냐?’고 비판하다가 막상 하면 참여연대는 온갖 세상일에 다 간섭하느냐고 비판해요. 이런 게 참 힘듭니다. (p133-134)

누가 칭찬합시다 캠페인을 하든가, 예능을 만들든가 해야지. 우리나라의 비판 문화는 답이 없다. 다들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가. 경쟁하는 문화 때문에 그런가. 잘하는게 있으면 칭찬하면 되는데, 칭찬은 못하고 잘못된거 비판하기만 잘하니 문제인 것 같다. 자존감의 문제? 칭찬을 듣지 못하고 자라서? 아니면 너무 귀하게 자라서? 사람 모르고 자라서? 공동체가 없어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 아무튼 어른이 되고 난 뒤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릴 때 부터의 문제.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서는 이런 것을 통일해보자고 쓴 그리 있어요. 희망제작소 웹사이트 칼럼 난에 썼는데요. 무조건 누구누구 씨로 하자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나이 어린 사람들은 오히려 제가 요청하는 대로 잘 하는데 나이 조금 든 사람은 못해요. 호칭이 중요하거든요. 나보고 우리 연구원들이 원순 씨, 그러면 굉장히 친해지지 않겠어요?(p136)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면 이름 불릴 일이 잘 없다. 직책으로 주로 불리는. 나도 그렇게 부르고. 이렇게 이름을 부르면 친근해지기도 하고 조금 더 평등하다는, 상대방도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것 같다.

 

자기가 필요해서 모으고, 꼼꼼히 관리하면 안 잊어버립니다. 내가 이렇게 했는데, 어떻게 잊어버립니까? 힘든 과정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분류했는데, 잊어버릴 수가 없죠. 계속 모으다 보니 집에 책이 몇 만 권 있어요. 자료도 엄청나게 불어나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처남이 하는 공장에 일부 보냈고요. 일부는 최근에 이사하면서 현대해운 조명현 대표님이라고 아름다운가게 도와주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 공장으로 보냈어요. 끌고 다니기가 불가능하니까 지금 당장 안 보는 책들은 좀 보냈죠. 제가 쓰고 싶은 책, 정리하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아요. 언젠가 그런 농담을 했는데, ‘유배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10년만 유배를 보내주면 다산 정약용만큼 글을 쓸 수 있겠다고 했거든요. 시골 그 좋은 데서 그만 쓰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정약용, 이분도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 같아요. 300권이 넘는 책을 쓰다니! (p138-139)

이정도는 수집광?! 취미생활수준..?! 자료들이 부럽네..ㅠㅠ.

 

저는 끊임없이 정리하라고 말합니다. 사람을 만나면 책 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요. 누구나 자기 경험을 정리해놓으면, 그게 설사 부족하고 일부 잘못된 것이라 해도 그 다음 사람이 한 계단 딛고 올라갈 수 있잖아요. 그것을 지적하는 일은 쉬우니까. (p141)

 

<국가보안법연구 1,2,3> 세 권 쓰고, <고문의 역사> 세 권 쓰고, <한국 인권 변론사> 쓰고 이런 것들이 제가 완결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음 사람이 그것을 기초로 해서 다음 단계로 좀 더 깊은 연구를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일차적 자료를 정리한 데 불과하거든요.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아요. 저한테 수백 권을 쓸 정도의 자료가 있다니까요. 그래서 절 유배 보내달라는 겁니다.(p141)

책을 쓰는 것, 연구하는 것, 자료를 정리하는 것의 의미. 내가 모든 걸 완성하는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되는 것.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고. 아무튼 내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꼭 학문적으로 완결될 필요도 없고 완성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부족한 부분은 있을 거고, 어차피 수정해야할 부분은 있는 것.

 

서로 관심이 조금씩 다른데요. 관점도 다르고, 분야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덴티티를 말하라면 액티비스트입니다. 활동가고 운동가죠. 아직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거죠. 정리하고 싶지만 현재의 관심과 열정과 실천에는 양보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귀양을 보내달라는 게, 귀양은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거잖아요. 저한테 선택하라면 갈 수가 없죠. (p144)

나는 정리? 활동?.. 활동이 더.. 계획하고 준비하고 움직이는게 더.. 맞는 것 같다. 진행은 아니고...

 

어쨌든 인권변론에 관한 한 본질적인 임무가 두 가지 있다고 믿었어요. 하나는 법정에서 피고인과 참석자, 가족들을 지원해주는 일과 그것을 언론에 알리는 일이 있고요. 또 하나는 역사에 남기는 일인데요. 그래서 저는 변론서 쓰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것 때문에 문필가 아닌 문필가가 됐습니다. 굉장히 설득력이 있어야 되니까 문장을 잘 다듬고 훈련하게 된 거죠.(p149)

 

 

5장 앞으로 나아간 2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 밖에서 본 한국, 밖에서 한 궁리

 

우리가 어떤 박제화된 이념을 갖는 순간 도그마에 빠지고, 심지어는 우리가 비판했던 체제적 모순이나 잘못을 우리도 함께 가지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왜냐하면 제가 다닌 나라마다 자본주의, 정치 이데올로기, 시스템이나 실천 현상이 다 다르더라고요. 다시 말씀드리면, 스웨덴의 민주주의는 이른바 사회민주주의라고 해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공공성을 크게 강조하는 사회체제를 발전시키고 있었죠. 그 당시에 제가 아는 어떤 영국 분은 남편이 스웨덴의 금융가인데, 이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네들도 골치 아프고 비판이 많다는 겁니다. 세금을 너무 많이 내니까 국민들이 반대나 비판이 나온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은행가니까 고액 봉급자일 가능성이 많죠. 그렇기는 하지만 자기 사회에 대한 자신감이나 이런 것이 전혀 없더라고요. 예상하고는 달랐는데, 어쨌든 우리가 이상으로 생각했던 사회체제 또한 그 내부에 반발도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은 데 여행을 해보면 사회보장이라는 것이 거의 사회주의 수준인 것 같아요. 심지어 선생님들이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데리고 캠프나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부모들 즐기라고, 그런 프로그램도 있더라고요. 제가 이탈리아 갔을 때 사고가 나서 일주일 이상 입원을 했는데요. 퇴원할 때 보니까 완전히 공짜예요. 병원 상황이나 서비스가 너무 좋아서 거의 호텔 수준 같았습니다. 물론 이탈리아도 북부 이탈리아와 남부 이탈리아가 다르다고 하는데요. 제가 사고가 나서 입원하고 있던 데는 북부 이탈리아인 베니스 부근이었는데, 거기는 그랬습니다. 또 영국은 의사가 월급쟁이 비슷해요. 처음에 가면 동네 의사 너댓 명 중에서 선택을 해서 진료를 받고, 그 진료 정보를 가지고 전화로 인터뷰를 할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공짜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우리가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을 너무 편협하게만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든거죠. 유럽은 거의 사회주의 수준의 자본주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다음 해에 미국에 갔잖아요.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 안 돼서 늘 불안하게 살았거든요. 그때는 수입이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애들이 열나면 불안해지는 겁니다. 미국은 자본주의라도 그런 보장성이 약한 국가고요. 우리는 더 말할 나위가 없죠. 그래서 제가 그때 우리가 자본주의다, 사회주의다, 평면적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어떤 투쟁을 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헌신을 했느냐에 따라 같은 자본주의라도 그 사회의 시스템이 굉장히 다르게 구성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굉장히 유연한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체제 하나를 가지고 거시적으로, 담론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고 좋은 사회 시스템을 가져와야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노력하고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p163-165)

 

미국에는 웨스트 로라든지 렉시스라고 하는 게 있어요. 웨스트 로는 미국의 대표적인 법령문헌정보데이터베이스고, 렉시스는 문서검색상업데이터베이스입니다. 거기는 미국의 모든 판례가 24시간만 지나면 올라옵니다. 모든 논문들이 다 있어요. <뉴욕타임스> 같은 경우 (지금은 안 그렇지만) 돈 내고 봐야 되거든요. 그런데 거기 들어가면 다 있고, 주제별로 정리가 다 되어 있어요. 변호사들은 한 번 들어갈 때 300달러를 줘야 하는데요. 법대생은 무료예요. 그런데 제가 밤새 들어가서 자료를 빼내니까 나중에는 끊어버리더라고요.(웃음) ‘당신, 보통 학생이 아닌 것 같다며 끊어버려서 다른 사람 것을 빌려서 했어요. 너무 신났죠. 너무 놀랍잖아요. 한꺼번에 제가 원하는 논문들을 다 찾을 수 있고 복사할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에서 태어나는 순간 가만히 있어도 이미 초소 100미터로 달리고 있는 겁니다. 그 사회의 트랙 자체가 초속 100미터로 달리고 있어요. 한국 사람은 혼자서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뛰어야 초속 100미터가 나오는 거고요. 사회적 지혜의 시스템이랄까, 축적된 아카이브(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 둔 정보 창고)가 우리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173-174)

 

자기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지에 달려 있어요. 한곳에 깊이 빠져서 전문가가 되거나 학자가 되기를 원한 것이라기보다 도대체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많은 지적 호기심이 발동되고 여러 주제의 책을 사서 읽게 되었어요.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차례도 보고, 조금은 읽어봐야 되잖아요. 일단 사면 너무 귀한 책인데, 어디에 둘까?’ 서고 어디에 넣어야 될지 고민하죠. 케네디에 고나한 책이면 정치 파트에 들어갈 수도 있고, 미국사에 들어갈 수도 있잖아요. F. 케니디가 <이민의 나라>라는 책도 썼어요. 그런 책은 다문화 내지는 국제 파트에 넣을지 고민하지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용에 대해 파악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디에 꽂아 놓으면 필요할 때 찾기 쉬울지 고민하다 보면 어떤 책이 어디에 꽂혀 있는지 알게 되죠. 제가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어떤 구절이 생각이 잘 안 나면 집사람한테 전화를 합니다. 마루의 어느 책꽂이 몇째 칸에 이 책을 찾아서 어디쯤 읽어봐 달라, 이렇게 얘기할 때가 종종 있어요. (p174-175)

 

배상이 돈이 아니라 역무 방식으로 제공되는데요. 많은 경우에 곧바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장을 짓게 하고 거기에 일본 공장이 진출하는 거예요. 도로공사를 하면 일본 건설회사가 공사를 함으로써 그 돈을 도로 가져가거나 아니면 수혜국의 기술이 일본에 종속되는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근대화 정책, 경제성장 정책이 이루어지면서 한국도 일본에 예속화되잖아요. 북한의 경우에도 일본이 100억 달러 정도 제공한다는 말이 그 당시에 있었거든요. 고이즈미와 김정일의 회담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이 북한의 경제개방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일본에 종속화될 거라는 겁니다. 지금 북한이 중국의 경제지원을 받으면서 중국에 종속되고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일본도 종속시키려고 노력할 것이고요. 미국도 오바마 정부하에서 새로운 외교관계가 형성될 테고, 북한이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 분명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지원이 그냥 지원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게 되면 우리의 경제체제와 시스템으로 북한을 견인해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게 퍼주기가 절대 아니라는건데요. 사람들이 그런 이면을 잘 모르는 거죠. (p180)

 

결국 그 사회를 어떤 사회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구성원의 노력과 결단과 참여와 열정과 실천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했고요. 우리가 하나로 생각했던 자본주의 국가들, 말하자면 유럽이나 미국이 모두 달랐어요. 정치체제와 복지 시스템, 교육제도와 인권 수준, 문화예술의 분위기가 모두 달랐어요. 그것은 그 나라의 국민과 선각자들이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비전을 세우고 실천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그리고 그 과정에는 보편적 진리가 있어요. 비록 사회체제와 역사는 다르지만 구체적 제도와 시스템은 배울게 많았습니다. 그것을 가져와 우리 식으로 적용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했죠. 한국에 돌아와서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니다가 결국 참여연대를 만들게 되었어요. (p183)

 

이에 비해 참여연대는 그 안에 여러 부문, 부서를 두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종합적 시민운동이었죠. 반부패운도, 청렴운동, 선샤인프로젝트(정보공개운동),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같은 사회복지운동, 이런 것들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일을 벌여나갔죠. 그래서 참여연대 운동을 백화점식 운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어요. 너무 세분화되면 사실 힘을 잃기도 합니다. 그 당시 참여 연대는 굉장히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것은 또 다른 하나의 정부, 다시 말해 개혁과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심 엔진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사람은 적고 재정은 충분하지 않고, 언제나 늘 힘들었죠. 간사 한 명이 한 분야를 책임졌으니까요. ‘사법개혁하면 한 명이 담당했는데, 그 당시 사법부, 헌법재판소, 경찰, 검찰을 한 사람이 모두 담당하는 거예요. (웃음)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많았죠. 그래도 외부의 좋은 학자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고 엄청난 변화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합니다. (p191-192)

종합적 시민운동.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런 시민단체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방정부와 지방재계를 견제하는 단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구심점?!

 

5, 10년 있으면 오히려 못 써요.(웃음) 영국, 미국 가서 모든 게 생생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가본 적도 없고, 살아본 적도 없으니까요. 말하자면 익숙해져버리면 안 보이는 거죠. 모든 게 신기한 상태라야 새로운 것들이 보입니다. 한국 사회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갔기 때문에 더 잘 보이는 겁니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보이는 법이죠. 제가 일본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요. 쌀 박물관, 밥 박물관이 있더라고요. 아기자기하고 콘텐츠가 대단해요. 쌀 요리법을 365일 다 다르게 만들어놨어요. 정말 눈이 부시더라고요. 반드시 한국에도 그런 박물관을 만들어야 해요. 농업에 고급 콘텐츠가 쌓이면 우리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거니까 FTA도 무섭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이 수없이 일본에 가지만 그게 눈에 안 들어오는 거죠. 열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쇼핑 뭐할까, 밤에 어느 술집을 갈까, 그런 생각만 하면 당연히 안 보이죠. 일본의 어느 지자체에서는 한국 사람이나 한국 공무원은 견학이나 시찰을 안 받아요. 제대로 질문도 안 하고, 지난번에 온 사람하고 같은 질문이나 하고, 가져간 자료 또 가져가고. 저에게 농업을 부흥시킬 아이디어가 다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것을 안보는데요. 저는 다 보입니다. 우리가 들여와야 할 일본의 국도변 휴게소라든지, 산촌 유학의 법제화, 안테나 가게, 농산물 직매장, 지역 정보의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정보센터 같은 것이 다 보이죠. (p196-197)

영혼 없는 공무원?! 점점 안정적인 것만을 찾아서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앞으로 20년 뒤 공무원 사회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 사람들이 꾸려가는 우리나라 살림은 어떨까. 거의 망할거 같다. 그 사람들을 견제하고 닦달?해서 무언가를 유도하거나 아니면 내가 그 속에서 닦달하거나? 아무튼 여기도 위기.

 

저는 늘 우리는 쫀쫀한 것을 좋아해야 된다. 술 먹고 큰소리치는 사람은 존경하고, 면 서기처럼 작은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비하하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대통령이나 장관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세운 정책을 실천하는 면 서기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사람의 몸이 머리 뿐만 아니라 팔, 다리, 발 모두 소중하듯이, 그렇게 해서 우리가 치밀해질 수 있는 만큼 치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세해져야 합니다. 큰 틀에서 패기만만한 것도 중요하지만 미세한 부분을 그려내고, 고려하고,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실수가 큰 것을 망칠 수 있어요. 저는 작은 결점이라도 발견되면 무조건 다시 해오라고 말합니다. 미세한 결점이 큰 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기길 요구합니다. 그래서 저하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아주 학을 뗍니다. 여기서 병나서 그만두든지, 아니면 그때 일 하나는 제대로 배웠다고 얘기하든지, 둘 중에 선택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좋은 일 한다고 해서 어영부영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얘기하죠. (p200)

완전 동의! 좋은 일 한다고, 가치 있는 일 한다고 그 일이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좋은 일한다고 봐주는건 없다. 치열하게 해야 한다. 독해야 한다.

 

미국 군사고문단의 보고서에 이 야심만만한 청년장교들이 부패한 정치세력에 대항해서 정치적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예고했습니다. 쿠데타를 지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군대 문화가 그 시대에는 가장 합리적이고 체계적이었어요. 그러니까 쿠데타가 일어난 겁니다. 박정희가 아니어도 일어날 가능성은 있었다고 봅니다. 이후 근대화 정책을 펼칠 때 우수한 관료들이 많았어요. 이른바 차트 문화로 대변되는 효율적인 문화가 있었어요. 그런데 세계적인 기업이 생겨나면서 기업이 가장 앞서 있어요. 시민사회가 한국 사회의 비전을 만들어내고 리드하는 존재가 되려면 그 모든 영역을 뛰어넘는 가장 우수한 통찰력과 추진력과 전문성을 가져야 합니다. 전문성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일 필요는 없어요. 전문가를 모으는 것도 큰 역량이니까요. 우리가 그 능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시민사회운동의 존재 이유 상당 부분 사라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해야 합니다. 참여연대 간사들한테 늘 이런 말을 했어요.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에 싸우며 건설하자고 했는데, 우리는 연구하며 운동하자고 했습니다. 공부와 연구를 중단하는 순간 사회를 향해서 말할 수 있는 목소리를 상실한다고 생각합니다. (p201)

당시 군인은 엘리트 집단. 사회를 이끌어 갈만한 능력이 있었다.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공무원 세계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돈 때문에 일을 하는 조직도 결국 효율성이 떨어진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기업 내 문화가 갈등을 조장할지도 모른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평사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배워서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공부와 연구를 중단하는 순간 사회를 향해 말할 수 있는 목소리를 상실한다.’는 말. 물론 공부와 연구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만큼의 효율적이고, 흠없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사회는 움직이지 않을거고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 있을거고 세상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 공부하고 연구하는건 대안문화를 만들려면, 다르게 살려고 하면, 그냥 가만히 지내지 않으려면 꼭 해야하는 것 같다. 공부와 연구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탓인가 모르겠다만 책을 읽는다, 공부한다, 연구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모를 거부감과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 같다.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해야하는.. 마치 쓴 약을 억지로 먹는 어린 아이의 심정? 그런데 공부와 연구는 본래 그런게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고민하고 때로 옳은 길을 찾아보고 그 가운데 그나마 나은 길을 선택하고 현실의 생활 방식을 바꾸어 보는 것 그게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와 연구가 아닐까. 또 내가 생각하는 공부이고. 과학쪽에서 이야기하는 공부는 조금 다르려나 모르겠다만 제도가 사회나 역사 철학 등에 대한 공부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공부를 해야한다. 가만히 있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지는게 아니라 바닷물에 휩쓸리듯 대세에,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따라 살게 된다. 어쩌면 그건 크리스찬으로서의 삶을 살지 않는게 될 수 있고, 하나님을 떠나 사는게 될 수 있고, 주되심을 인정하지 않는게 될 수 있고 죄의 한 모습일 수 있다. 공부하지 않는 게으름은 그런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장 맥주 구걸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대한민국 안 걸리는 데가 없는 박변 주소록과 참여연대

 

학자들의 지식은 그냥 책 속에만 있으면 먼지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 뿐이잖아요. 변호사는 법률과 소송의 기술자들이긴 한데 소재가 있어야 가공을 하지요. 운동가들은 시민들을 동원한다든지 사회의 어젠다를 만들어가는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이 삼자가 결합하면서 학자들의 죽어 있는 지식을 변호사들이 소송이라든지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끌어내고, 운동가들이 그것을 사회적 어젠다로 만들어내고, 국민을 동원하고, 그래서 이것을 하나의 구체적인 캠페인으로 연결하는 일들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유효했죠. 내셔널미니멈(국민생활최저선)운동이라고 있었는데, 그것도 사회복지학자들은 내셔널미니멈이 필요하다, 어린아이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의 여러 단계마다 이런 정도의 사회적 보장은 있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는 몰랐거든요. 예컨대 생활보호 대상자들한테 주는 돈이 너무 적어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부족한 돈이라고 보고 소송을 냈어요. 우리 헌법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것을 보장해줄 의무가 있어요. 그걸 제대로 안 했다면 헌법 위반 아닌가요? 헌법이 무슨 장식물이 아니라면 지켜야지요. 그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고, 사회복지학자들은 신나게 일을 했죠. 말하자면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해낸 거예요. 모든 게 다 그렇습니다. 소액주주운동도 법전 위에 잠자는 운동이었죠. 그것을 끌어내서 법정에서 문제가 되게 만들었어요. 1년에 한 번씩 하는 주주총회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겁니다. 경제학자들이 그것을 지원하고, 변호사들이 법적 쟁점으로 전환시키고, 국내외 언론의 주목과 관심을 유도해내고, 그렇게 해서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낸 거죠. (p209-210)

 

예컨대 모금만 하더라도 참여연대 초기에 호프집을 여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호프집을 열어서 수익을 높이려면 맥주를 사와서는 안 되거든요. 기부를 받아야 되는데요. 찾아보니까 고등학교 선배 중에 해직기자 출신인데 어느 주류회사 상무가 한 분 계셨어요. 지인한테 소개를 받아서 갔더니 세 박스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세 박스 약속을 받아왔다고 했더니 우리 간사들이 세 박스 가지고 어떻게 행사를 치르느냐?’고 하는데 차마 또 가서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다시 수소문을 해보니 그 회사 전무가 학교 선배였어요. 찾아가서 얘기했더니 다섯 박스를 주겠다고 해서 그것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더니 그거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박스의 개념이 우리랑 달랐던 거죠. 그래서 행사하고 보니까 오히려 맥주가 많이 남았어요. 그때 그 재벌회사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맥주 구걸까지 하게 된 내 신세가 참 초라하더라고요. 하지만 한신 장군이 동네 부랑자의 바짓가랑이에 들어가서 기꺼이 굴욕을 감수했듯이 제 한 몸 작은 굴욕을 느낀들 세상을 바꿀 수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생각으로 다녔죠. (웃음)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하실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렇죠. 제 일이었다면 그냥 굶고 말았겠죠.(p215-216)

 

제가 원만하고 이상적인 리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의식이랄까, 성취의식이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뭘 하나 시작하면 끝장을 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 간사들을 굉장히 괴롭히고, 못살게 굽니다. 때로는 본의 아니게 저 때문에 마음의 상처도 입고 그랬을 겁니다. 그러고 나면 저도 후회스럽죠. 진심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며 메일도 보내고, 밥도 사고 그러는데요. 양면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적당히 가자고 하면 일이 안 되거든요. 저는 늘 이렇게 얘기합니다. 여기서 평생 일을 안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디 가더라도 일 하나는 제대로 배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거지요. 그렇다고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공무원 다루듯이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함께 가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이 양자의 요구 속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는 않은데요. 무던히 참아주고, 함께해준 이 친구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고맙지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혼자 다할 수 는 없는 일이잖아요. 구체적으로 꾸려나가고 실천하고 사람들을 모아내는 실질적인 일은 전부 간사들의 몫입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일 수 있어요. 그것을 구체적으로 모빌라이즈(동원, 결집)하고 조직하고 형성해가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이지요. 참여연대 이태호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는 내가 얘기하면 다섯 장짜리로 딱 요약해서 바로 가져와요. 파워포인트 만들거나 글 쓰는 솜씨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는 당시 야심만만한 젊은 활동가 그룹, 예컨대 방금 말씀드린 이태호, 김기식, 김민영, 이승희, 박원석 이런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어요. 희망제작소에도 그런 사람이 여러 명 있는데요. 3년 지나고, 5년 지나면 누구라도 유능한 사람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요. 이 친구들이 다른 데 가면 뭔들 못해내겠습니까?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밤새 일하고, 이런 젊은이들의 희생과 열정을 엄청나게 보고 느꼈기 때문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죠. 물론 이 친구들도 여기서 근무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다른 데 가서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런데 조직의 성과나 성취가 있으면 저한테 집중적으로 돌아오게 되잖아요. 분명 저 혼자 한 일이 아닌데요. 이름없이 일했던 간사들, 자원봉사자들, 기부자들의 희생이나 열정이 없었다면 어떻게 가능했겠습니까? 시민운동은 종합예술입니다. 몸의 한 부분이 잘못되어 병이 퍼지면 죽게 되잖아요. 다 소중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원천적으로 꿈을 실천하는 열정이 함께 합쳐지지 않으면 이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이런 말도 했어요. 시민운동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못해낼 일이 없다. 제가 정부 조직으로 가면 잘할 것 같아요. 돈도 있고, 사람도 있고, 권력도 있고, 다 있잖아요. 기업도 돈이 있으니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오직 열정 하나로 움직이는 거잖아요. 오직 비전과 꿈만 있는 거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사람들인데 뭔들 못하겠습니까? (p216-218)

이런 일, 이런 직업은 어떨까. 현장에서 이런 저런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 앞으로는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실력으로 먹고 사는 세상이 될텐데 발전 없는 공무원보다는 쓸데 없는 일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하는 공무원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운동이라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인데, 남들이 다 하고 있고, 100퍼센트 동의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할 일이 없습니다. 운동은 언제나 마이너리티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마이너리티로만 머무른다면 그것도 곤란하죠. 선비나 학자들은 주장만 하면 되지만 활동가는 실천을 통해서 머조리티(절대 다수)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운동이죠. 참여연대가 초기에는 사람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운동을 했지만 나중에는 보편적으로 인정해주는 운동이 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참여연대에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은 새롭게 스스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맛있고 좋은 음식도 계속 밥상에 올라와 있으면 지겹고 맛이 없어집니다. 끊임없이 새롭게, 같은 김치라도 다르게, 정 안되면 그릇이라도 다르게, 내놓는 방식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운동에는 늘 새로움이 있어야 해요. 세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는데 운동만 그대로면 안 되지요. (p232-233)

세상은 바뀌는데 운동은 그래도 있으면 안된다는 말. 정말 동의. 끊임없이 지겹지 않게, 새로운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발전해가고 변화해 가야하는 게 운동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배우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 아닐까.

 

참여연대가 촛불집회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방식이 달랐어야 된다는 거죠. 참여연대는 법률적 방식이나 다른 여러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원인이 됐던 쇠고기 협상에 관련된 여러 자료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한다든지, 아니면 드러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든지, 문제가 있는 공직자들에 대한 탄핵이나 해임운동을 벌인다든지, 불법사항에 대해 고발이나 가처분을 제기한다든지, 대중적 캠페인을 한다든지, 참여연대가 재야단체와는 다른 방식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운동 전체가 더 성공적일 수 있습니다. 시위나 집회만으로 가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참여연대가 안 해도 다른 민중조직들이 이미 하고 있었고, 자발적 시민들이 많이 나와 있었잖아요. 그러면 참여연대는 자기 역할을 못한 것이 되는 거죠. (p242)

 

매일 국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서 결국 6개월 만에 국세청이 항복을 했죠. 언론이 신기하니까 이 1인 시위를 대서특필했어요. 만 명이 모인 것보다 더 효과가 컸죠. 운동은 이렇게 재미있고 신선해야 됩니다. 앞서 제가 반찬 얘기했잖아요. 재미없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고 늘 말하는데요. 그런 재미와 창의성이 시민들을 모으고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주고 영향을 주는 거죠. 집회조차도 축제와 재미를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243)

 

앞서 참여연대 미션이라는 게 민주주의 제도나 한국 사회의 개혁을 제도화하는 것, 공고화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변하든지, 정책을 변화시키든지, 법률을 바꾸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그 방법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 거죠. 우리가 좋은 법안을 만들어야 돼요. 이런 게 없이 그저 고치라고 하면 말이 안 되잖아요. 구체적으로 우리가 대안을 만들어놓은 다음에 해라’, 안 하는 것은 나쁜 것이니까 공격을 해대는 거죠. 온갖 다양한 형태로. 1인 시위도 했고, 성명서 발표도 했고, 부패 족보에 올리겠다고 협박도 했어요.(웃음)(p245)

 

언론이나 기자들도 100퍼센트 활용했습니다. 그것은 참여연대뿐만 아니라 아름다운재단도 마찬가지고요. 여기 오면 뭔가 기삿거리가 있다는 신뢰를 준 거죠. 우리는 스토리텔링을 해놓고 있거든요. 기부자나 배분받은 사람 중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어떤 기막힌 사람들이 있는지 적어놓았다가 관심을 가지는 기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거죠. 보통 다른 재단들은 그런 것을 잘 못해요. 그런데 스토리를 만들려면 기부자들과 친해져야 하잖아요. 기부자 한 사람 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잘 알고 있으면 기자들한테 이런 사례도 있다고 추천해줄 수도 있잖아요. 그게 결국은 기부자와의 피드백에 기초하고 있는 거죠. 그것은 참여연대도 마찬가지인데요. 참여연대는 굉장히 다양한 정책적 대안들이 있기 때문에 기자들이 참여연대에 늘 전화하는 겁니다. 그중 의미 있는 것을 기사화하는 거고요. 서로 윈윈 관계인 거죠.(p246)

그러고보면 기자들은 늘 기사에 목마를 것 같다. 항상 특종기사? 유명한 기사들만 접하다보면 기자들이 쓸 내용이 참 많겠다 싶었는데, 대학가를 생각해보니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급 들었다.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큰 문제가 생겼을 때만 신문이 찍히는게 아니니까, 그때만 잡지가 만들어지는게 아니니까. 기자들은 항상 새로운 이슈에 목마를 것 같다. 그들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이야기를 미리 만들어 놓고 있는 것.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이런면에서 기자 마인드, 언론인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실력이 있으면, 먹을 거리가 있으면 알아서 사람이 찾아오는 것 같은.

 

말씀드린 것처럼 희망제작소는 법률을 공익 수호와 사회 발전의 무기로 삼았습니다. 민사소송과 가처분, 각종 손해배상청구, 행정소송, 헌법소원, 형사고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했죠. 예컨대 지하철 연착이 계속되고 사과 방송마저 없었어요. 사회적 서비스를 잘하겠다는 지하철공사가 계약과 약속을 위반한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 몇 사람을 원고로 삼아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해서 10만원씩 받아냈죠.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민을 생각하는 지하철이 되라는 경고이자 요구였죠. 말을 안 들으면 소송을 할 수밖에 없죠. (p255)

 

한번은 이 아무개 변호사님이 보자고 해서 나갔더니 그 당시 고건 서울시장이 나왔더라고요. 얘기를 하다보니까 우리가 이분을 상대로 판공비 공개 청구 소송을 한 것이 있어요. 시장님이 쓴 판공비 중에서 누구하고 밥 먹었는지 밝히라고 했거든요. 물론 그분은 프라이버시 아니냐, 다른 것은 다 공개하겠다. 하지만 사람 이름은 공개 못하겠다.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이기도 하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시장님 개인 돈으로 밥을 샀으면 모르겠는데, 적어도 시 예산으로 먹은 거니까 공개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고등법원에서 이기고, 대법원에 가서 졌어요. 그런데 이분이 나중에 총리가 된 다음에 훈령으로 내려 보내서 판공비를다 공개하게 됐죠. 아무튼 그때 이분이 소송을 취하해달라는 겁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간사들한테 시장님이 이거 해달라고 했는데, 좀 생각해봐라는 소리를 어떻게 합니까? 제가 볼 때 중요한 판례를 하나 만들수도 있는건데요. 저도 공개를 해야 된다고 보는 입장이거든요. 비록 사장님의 요구가 정당해도 이런 얘기가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좀 해봐야 되지 않겠어라는 의견 정도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소송이 끝까지 갔습니다. 참여연대는 늘 이런 식이었어요. (p256)

 

우리 같은 경우 채용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굉장히 후회하는 때도 가끔 있는데요. 어쨌든 한번 맺어지면 그 사람을 데리고 가야지, 그만두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죠. 자기가 도저히 안 돼서 그만두는 사람들은 있죠. 아무튼 일반 기업과 달리 쉽지 않습니다. 평가도 쉽지 않고요. 평가에 따른 보상도 그렇고요. 일 잘한다고 월급을 많이 줄 수도 없잖아요. 상품권 정도는 줄 수 있지만, 능력이나 공헌에 따라 보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두 함께 가는 겁니다. 이게 시민사회의 장점이기도 하면서 단점이기도 하면서 단점이기도 하지요. 이익집단이라기보다는 공동체로서의 의미가 훨씬 더 강하니까요. (p257)

 

능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열정이 있는 사람이면 우리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능력은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요. 여기는 능력이 없으면 안 되는 구조예요. 그렇다고 우리가 직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을 제대로 하기도 힘들죠. 아름다운 가게 할 떄는 기업에 파견시켜서 식스시그마라든지 관리프로그램을 익혀 오게 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업무를 통하여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죠. 하나의 업무를 5년동안 열심히 계속하면 나름대로 유능한 간사가 되는 것 같아요. (p258)

 

참여연대가 제가 나온다고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다만 제가 나가면 약화될 수는 있지 않을까 조금 걱정은 했어요. 그렇지만 그거야 후배들이 고민해야 할 바죠.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영구 집권을 하는 겁니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이 권력욕 때문에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거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을 10여 년 했으니 자기만큼 잘할 수 있는 인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웠겠죠. 깨끗하게 물러나서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p264-265)

맞다 참.. 이런 조직일수록, 누가 뭐라는 사람 없고 뚜렷한 규정이 없을수록, 사람들에 의해서 사람이 세워지고 자리가 채워지는 곳일수록 이럴 우려가 많을 것 같다. 어느자리든 오래 있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나는 그 자리에 계속 있음으로 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자기 계발을 더디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에 더욱더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내가 잘나서 뛰어나서라기보다 그냥 그렇게 해 온 관성 때문에, 그게 편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게으름의 문제가 손을 뻗치고 있는 게 아닐까. 기존의 자리와 역할에 머물러 있기 보다 새로운 역할에 들어갈 때 서로에게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꾸준히 한 자리를 지키는 것의 매력, 의미, 가치는 높은 자리(권위나 권한이 많은 자리)에 있을 땐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정도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어디서 뭘하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자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한 사람에게 주는게 좋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어떤 쪽이든 리더가 된다는 것은 비판도 함께 따르는 것 같아요. 아무리 잘해도 비판받을 요소는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비판이 없었나요. 비판 정도가 아니라 목숨까지 잃었잖아요. 관용하고 성찰하는 태도가 굉장한 덕목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집사람도 저한테는 반대자거든요. 원칙적인 일에는 언제나 동의하지만 작은 일에 대해서는 늘 지적해주는 사람인데요. 들을 때는 화가 나거든요. 아무리 부부사이지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걱정하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고, 또 그게 들어보면 바른 소리가 상당 부분 있어요. 당장 그렇게 움직이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이 있거든요. 세상에는 반대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p269)

 

 

7장 나눔과 봉사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 아름다운 재단의 아름다운 사람들

 

한국 사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 일변도의 분위기 속에서 유명 상표가 붙어 있는 상품, 비싸고 좋은 새 것을 입는 것을 마치 그 사람의 성공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신분의 과시라고 생각했거든요. 세상에 그것보다 더 위선적인 게 어디 있습니까. 옷 잘 입었다고 그 사람의 인격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말하자면 외관이 아니라 사람의 내용, 자신의 인격적 발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 거죠. 그래서 외형이 아닌 내실에 삶의 가치를 두는 철학적 운동이라는 겁니다. 헌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외형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운동이라고 처음부터 얘기했는데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p281-282)

옷을 입는 것. 뭔가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을 주는건 중요한 것 같다. 중요한 자질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옷이 꼭 유명상표여야 하는지, 새옷이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유명상표 옷이 태가 더 나는 것 같기는한데 그 정도 가격의 몫을 하는진 잘... 사치인 것 같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기업과 비영리단체인 시민사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능률이 있으려면 기업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기업이 좀 더 지속가능해지려면 NPO처럼 사회와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NPO가 지속가능하려면 어느 정도 기업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각자가 그런 상황에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 파트너십도 맺고, 그것을 뛰어넘어 제3의 단체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p283)

 

자기 혼자만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겠어요. 옆에 있는 사람은 굶어 죽는데, 내 앞에만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요?(p291)

점점 그게 가능해지는, 그게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이런....

 

아름다운가게도 하나의 문화운동이고, 의식변화운동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세계 최초의 움직이는 가게예요. 예쁘게 개조한 트럭에 물건을 싣고 대학 축제나 아파트 같은 데 가서 장사를 하는 겁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가게를 내려면 돈도 많이 들고, 기동력이 필요했어요. 무엇보다도 재미있잖아요. 움직이는 가게 간사를 모집하는데, 세 명을 기억합니다. 한 명은 박하재홍이라고, 이 친구는 인사동에서 꿀타래 파는 친구예요. 꿀타래를 팔았다고 해서 1차 합격시켰고, 노래를 잘해서 2차 합격시켰습니다. 이웅술이라고 있는데, 이 친구도 가수예요. 움직이는 가게는 노래를 잘 해야 됩니다. 손님을 끌어야 되니까요. 기가 막힌 친구들이에요. 나중에 실버 라이닝이라는 언더 그라운드 싱어 조직을 만들어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또 황희조 간사라고 여성인데요. 5톤짜리 트럭을 몰고 다니며 헌 물건도 팔고 공연도 해요. 이렇게 재미있는 훌륭한 팀이 만들어졌고요. 그다음 아름다운 토요일이라고 해서 기업이나 기관에서 미리 헌 물건을 모아 수선을 한 다음에 토요일에 와서 앞치마를 두르고 명예 점장이 되어 물건도 팔고 봉사하는데요. 이런 포맷이 만들어지고 언론에도 보도가 되니까 너도 나도 참여하게 되었죠. 집집마다 있는 물건만 모으면 되니까 새로운 기부의 영역을 만들어낸 겁니다. ‘아름다운 하루라는 것이 그 뒤에 만들어졌는데 아름다운 토요일을 매일 연출하는 거지요. 어떻게 보면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낸 거지요. 새 물건 주는 것도 아니고, 직원들보고 헌 물건 내놓으라고 해서 하루 봉사하고, 앞치마 입고 사진 찍으면 신문에 나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도 있는 거죠. ‘기업 이미지 세탁해주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세탁 좀 해주면 안됩니까?(웃음) 이런 것을 자꾸 하다 보면 마음도 변화되고, 나눔에 적응도 하게 되죠. 기업문화로서 1년에 한 번 하는 행사의 의미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게 기업만이 아니고 연예인이 오기도 하고, 연예인 팬클럽도 오고, 외국 대사 부인들도 오고, 온갖 사람들이 다 있는데요. 아름다운가게는 행사가 매일 있습니다. 제가 거기 다 가려고 하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랍니다 (웃음) (p292-293)

 

자본주의, 사회주의 같이 보편적인 카테고리로 나눌 수 없는 다양성이 나라마다 있어요. 그 나라에,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 그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미국과 영국에서 1년씩 살았고, 1년의 3분의 1을 외국에서 지낼 정도로 많은 나라를 방문해봤는데요. 분위기도 보고 사람들과 얘기도 해보지만 나라마다 온도의 차이가 정말 달라요. 유럽만 하더라도 영국식 자본주의, 프랑스식 자본주의, 독일식 자본주의, 북유럽식 자본주의, 이탈리아식 자본주의 다 다르거든요. 이탈리아는 북부와 남부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요. 북부는 노던 리그라고 하는 북부동맹이 독립하려는 분위기인데요.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하고 사회복지가 잘되어 있어요. 남부는 그게 좀 엉성하죠. 그런 것을 미세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대체로 유럽보다는 훨씬 더 천민적 요소가 많은 자본주의입니다. 우리나라는 그것보다 더 심하고요. 미국만 하더라도 사회 분위기가 부자의 책임, 부자의 기부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번 돈은 저 세상에 가져가지 못하고, 자식한테 남겨주면 자식을 못쓰게 만들고 망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요. 그리고 인생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 벌어서 자기가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자기 인격의 실현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결코 부자가 자기 자식에게 전 재산을 남겨주지 않아요. 한국 사회에서 모금의 최고 걸림돌은 자식한테 몽땅 유산을 남기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이자 한 개인으로서도 가장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자식을 위하는 게 아니거든요. 자식이 그 돈을 이어받아서 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이 망하고, 자식이 망하고, 그럼으로써 본인의 삶을 통해 이룩한 엄청난 성취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겁니다.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아요.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사라지는 거죠. 그래서 만든 것이 주식회사 같은 기업 시스템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경영을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주인은 주식을 가지고 그것을 통제하거나 그 이익을 향수하는 시스템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본주의가 아닌 거죠. 본래 자본주의라는 것은 주식회사라는 것을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자본을 모으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열정을 보태고, 최적의 경영자를 채용하고, 운영해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이런 시스템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하자면 최적의 경영자를 갖지 못하는 거죠. 자신이나 자식만이 경영에 나서게 하니까 능력을 발휘하는 데 제한이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부도 한계가 있고, 우리 사회 체제로서도 한계가 있다고 보는 거죠. (p297-298)

 

무엇보다 그런 삶의 비전이나 원칙, 철학,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면 그분들이 보고 배우고 따르지 않겠습니까? 제가 먼저 실천하지 않으면 누가 따라오겠습니까?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그분들과 함께하고, 따뜻한 눈길 한 번 보내고, 손 한 번 맞잡고 따뜻한 말 한마디 보내는 것이 중요한 법이죠. 제가 이곳의 리더지만 정부의 권력이나 기업의 보상 시스템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분들의 자발적 의지가 없으면 따라오게 할 채찍도 없고, 인센티브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발적 권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때로는 어렵고, 때로는 그것 때문에 더 잘되기도 합니다. 기업이나 정부가 관료화되면 눈앞에서는 따르지만 진심으로는 따르지 않아요. 겉으로는 잘 움직이는 것 같지만 내용 면에서 보면 잘 움직이지 않죠. 우리는 겉으로는 잘 움직이는 것 같지 않지만 내용 면에서는 잘 움직인다고 봅니다. (p303-304)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마음대로 편한대로 사는게 아닌 자발성, 에너지, 열정.

 

오히려 근본부터 바꾸는 거죠. 아예 소비를 하지 않거나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죠. 그런 경우 헌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대안입니다. 헌 물건을 쓴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쉬운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전부 새것, 비싼 것, 명품만 찾았잖아요. 가난한 집이나 부잣집이나 다 마찬가지였죠. 우리 애들 자랄 때 푸부인가, 그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국 의류 브랜드인데요. 이런 것들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왔어요. 그런데 물건이 좋기만 하면 얼마든지 헌것이라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은 그런 가치에 대한 엄청난 변화죠. 우리가 표면적으로 그렇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운동이었어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운동이니까요. 사람들이 처음에 안 될거라고 예측한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사회를 바꾸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거대한 캠페인이나 도식적이고 강력한 슬로건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 운동은 구체적으로 이익을 주는 운동입니다. 우리나라 헌 옷이라는 게 새것 같아요. 아름다운 가게에서 샀다고 말만 안 하면 새것인지 헌것인지 백화점에서 샀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렇게 하기 위해 면밀한 고민을 했죠. 미국의 굿윌이나 구세군처럼 가게를 소박하고 허름하게 만들면 한국 사람들은 안 갑니다. 가게에 들어왔을 때 결코 자존심을 구기지 않을 정도의 인테리어가 필요해요. 처음부터 배려를 많이 한 겁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도록 만들려고 애를 썼지요. 지금은 아름다운가게만 아니에요. ‘행복한가게도 전국에 스물 몇 군데 매장이 생겼고요. 구세군도 열 군데 이상 만들었을 겁니다. ‘리사이클 시티라는 기업도 전국화하고 있습니다. 문화 자체가 바뀌어버린 겁니다. 이런게 중요한 것 아닌가요? 세상은 이런 식으로 조금씩 변하는 겁니다. (p306-307)

문화.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 비판하기보다 대안이 되어야 한다.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대안으로 제시한 문화적인 행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행동하다보면 익숙해지다보면 의례히 하다보면 아 이게 원래 이렇게 하는거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반복의 힘이랄까.

 

시민운동이나 비영리단체들이 좋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효율성이나 합리성이나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들을 안 해온 거죠. 그 부분을 강조한 말입니다. 사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바꿀까 하는 관점에서 보면 기업이나 정부기관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합리적인 시스템이나 체계가 바로 서야 되는 거죠. 그것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됩니다. 특히 아름다운가게처럼 기업적 요소를 가진 곳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요. 모금은 과학이고 예술이라고 했잖아요. (p310)

효율성과 합리성.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의로운 일이라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한다. 열심히 배우고 경쟁해야 한다. 저절로 되는게 아니다.

 

한국에도 이미 있죠. 사회연대은행이나 신나는 조합이 대표적 마이크로 크레딧(소액신용대출) 사업기관이죠. 아름다운재단도 아모레퍼시픽이 기부한 50억으로 가난한 싱글맘들을 위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희망제작소도 하나은행에서 100억을 받아 50명을 선정해서 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이미 고도 산업사회잖아요. 가난한 사람이 경쟁을 해서, 사업을 해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방글라데시하고는 다르죠. 거기는 정말 10달러 가지고도 사업이 가능하거든요. 대나무를 사다가 광주리를 만들어서 판다든지 하는 것이 가능한데요. 우리는 어렵죠. 그래서 저희들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어 있는 틈새를 잘 발굴해야 되고요. 이것을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서 제공하고 마케팅하는 과정들을 사회연대 방식으로 함께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자력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식당 정도인데 여기는 이미 핏빛 경쟁이잖아요. 블루오션을 많이 찾아내야 됩니다. 우리가 노력을 많이 해야죠. (p314-315)

사업. 개인 사업을 해서 대기업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부문. 어떤 것이 있을까? 동네 문구점? 세탁소? 어떤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업종을 하든 대기업이 다루기 어려운 부분을 찾아가야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윤을 지역사회와 나눈다거나? 지역 사회만의 특징이나 특성을 담고 그 사람들을 소비자로 삼아서 사업을 한다거나.

 

 

8장 한국 사회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며 - 희망을 나누는 희망제작소

 

제가 20064월부터 지금까지 다니고 있어요. 지역에 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도 하고 실정을 살피고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지역이라고 하면 많은 부분 농촌이나 중소도시가 해당될 텐데요. 너무 힘들고 어려워요. 농촌은 이미 붕괴가 됐죠. 할머니, 할아버지만 있는 농촌이 많을 정도로 급격한 고령화과 진전에 됐어요. 지금도 비어 있지만, 이분들이 10년 이내에 돌아가시고 나면 텅 비게 될 가능성이 높죠. 농업이라는 것 자체가 도시민하고 직결되어 있는 거잖아요. 농업은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 짓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동시에 농업은 단순히 우리가 말하는 1차적 생산만이 아니라 2차적 가공과 3차적 유통이 함께 결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삶의 모든 것이 농업이기도 합니다. 농업은 관광이 될 수도 있고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옻칠을 하면 천 년을 썩지 않는다고 해요. 말하자면 이런 기능에 주목하면 그것이 엄청난 과학이 될 수도 있고, 옻을 가구에 칠하면 예술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게 엄청난 공업이 될 수도 있고, 생명 산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가평에서 사회적 실험을 하시는 분은 삼베와 결합해서 장판이나 벽지를 만들기도 해요. 이렇게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농촌으로 가자고 하면 벼농사 짓고, 밭농사 짓고, 밀농사 짓는 것만 생각했어요. 시골에는 땅이 여유가 많으니까 카페도 열 수 있고, 공방도 열 수 있고, 민박도 할 수 있어요. 온갖 것들이 가능합니다. 어떻게 도시민들에게 농촌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농촌의 가능성을 만들어 농촌으로 가게 만들지 고민이 큽니다. (p326)

농촌에서 뭔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제 모델을 그분들 식으로 해석해서 그렇겠죠. 좋은 고언이라고는 생각하는데요. 제가 예컨대 참여연대의 사무처장으로 있다면 당연히 그런 비판이 마땅하고, 저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이미 그런 운동이 아닙니다. 재벌이 아니라 염라대왕하고도 협력할 수 있어요. 뭔가 새로운 변화와 창조적인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하는 거죠. 제가 월급을 정부로부터 받지 않는 공무원이고, 동시에 우리 사회에 전례가 없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CEO이기도 합니다. 농업을 살리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옛날 에드보커시 운동 방식은 맞지 않습니다. 아주 다른 일이지요. 아름다운 재단이나 아름다운가게만 하더라도 이미 역할이 다르잖아요. 부자의 돈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부자들을 부추겨서 그들이 돈을 많이 내게 만들어야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또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바뀌도록 해야 합니다. 서 있는 지점과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과 참여연대가 재벌개혁을 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겠습니까?(p329-330)

진짜 맞는말.

 

너무 다양해서 다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요. 방금 말씀드렸듯이 지구연구공부사업이라고 해서 지역 활동가들이 스스로 자기 경험을 정리해보도록 하는 게 있고요. 이것은 개인으로서도 좋은 일이지만, 그 사례를 다른 지역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지식의 공유 과정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지자체 공무원들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공공디자인이라든지,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든지, 창의혁신이라든지 지역 공무원에 대한 교육 문제라든지, 이런 것에 관해서 지자체별로 주제별로 연중 내내 하고 있어요. CEO인 시장, 군수, 구청장이 굉장히 중요해요. 이분들의 비전과 콘텐츠가 결국 그 지역사회, 그 도시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이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좋은시장학교 같은 것도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고요. 해외연수도 갑니다. 공무원들이 해외연수를 건성으로, 외유성 관광으로 다녀와서 언론과 시민들의 지탄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희망제작소에서 빡센여행사라고 해서 사전답사와 꼼꼼한 현지방문과 시찰을 통해 확실하게 배우고 돌아올 수 있는 프로제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일본 희망제작소 같은 네트워크가 독일, 영국 등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여행을 주선하고 추진하는 데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치재정이라든지, 재난관리라든지, 조례라든지 평소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에서의 연구 내지는 세미나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네 번째는 이런 경험들을 다양한 세미나와 좌담 형식으로 묶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3선 시장, 그러니까 세 번 시장을 지낸 분들을 모셔서 귀한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강의를 한다든지, 그런 강좌 시리즈가 많죠. 다섯 번째는 그런 결과물들을 계속 묶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좋은 사례들도 번역해서 뿌리 총서라는 형식으로 계속 만들어내고 있어요. 여섯 번째는 농촌희망본부를 만들어 농촌의 여러 프로젝트라든지, 연구보고서를 낸다는지, 강연이라든지, 이런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 기관이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을, 큰 일들을 우리가 이미 하고 있습니다. (p332-334)

이렇게 한 경험이 있으니 시장의 자리에서도 잘 할 수밖에;

 

 

9장 세상은 버린 만큼 얻는다 - 시민운동은 블루오션이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과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약동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뭔지를 우리가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요. 찾아내는 방법은 현장에서 실제 활동하는 여러 사람에게 다 있다고 봅니다. 재래시장의 문제는 재래시장에 가 보면 다 있습니다. 답이 거기 있어요. 그런 노력을 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정치인들도, 언론인들도, 시민사회 운동가들도 다 현장으로 가라는 겁니다. 폼 잡고 사진이나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강한 호기심과 절박한 심정과 누구의 말이라도 듣고자 하는 순수함과 겸손함과 열정으로 가서, 귀를 크게 열고 들으면 다 들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시대적인 통찰력을 가진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학자적인 면밀함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역에 가서 4년째 현장 얘기를 귀 기울여 들었잖아요.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니까 농업이라든지, 지역경제, 지방행정, 지역의 현안에 대해 저 나름대로 현실에 대한 이해력, 통찰력 그리고 비전과 해답이 생겼어요.(웃음) 물론 그것은 어찌보면 제 것이라기보다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는 그분들의 것이죠.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대안을 생각하는 분들의 얘기를 끊임없이 들으면서, 이해하고 함께 공유하게 된 생각들입니다. 과거에 농업을 고민하던 NGO들이 별로 없었죠. 또한 중앙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을 고민하는 NGO들도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게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들입니까? 이런 것들을 놓치고 있었잖아요. 청년실업의 문제라든지, 경제운동도 그렇습니다. 참여연대는 비판적이고 네거티브한 운동을 했잖아요. 포지티브하게 새로운 대안경제를 일으키고자 하는 이런 운동은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비어 있는 구석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한국 사회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다양한 영역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데, 다들 놓치고 있는 것들이죠. 그것을 찾아내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배분하는 것이 희망제작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350-351)

탁상공론은 정말 쓸모없음을 날마다 느끼고 있다. 실제로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어떤 어려움이 없는지, 이렇게 하는게 괜찮은지, 어떤 면에서 바뀌어야하는지, 이게 어떤 면에서 좋은지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지역 유권자들이 뭉쳐서 당신은 이렇게 해야 돼라고 한목소리로 정확히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이 표로 연결되기만 한다면 여의도를 다 움직일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각 지역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조직화하고, 주민들의 열망을 담아내는 어젠다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동네에서 실천해내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노력하자는 거죠. 그러려면 지역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되고, 지역주민들을 설득해야 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게 하는, 그래서 그것이 표로 연결된다고 하는 신뢰를 주면 그 다음에는 정치인들이 안 움직일 수가 없지요. 지금 우리나라 정치의 폐해라는 것이 결국은 공천 과정에서 누구의 공천을 받느냐에 따라 좌우되잖아요. 그러니까 자연히 그 사람에게 충성을 하게 되는 거죠. 충성을 바쳐야 될 대상이 계파의 보스나 정당의 당직자가 아니라 국민이라고 한다면, 그 지역주민이라고 한다면 달라지지 않겠어요? 지역주민이라고 하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주인인데, 주인 노릇을 못하고 있는 거죠. 어느 정치인이 국민이 주인이라고 믿습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의 이념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역운동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운동은 따지고 보면 헌법 제1조 실천운동입니다. (p352-353)

 

말씀드린 것처럼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심에 있는 NGO 외에 특히 주변부에 있는 NGO, 특히 정부에 의존하는 단체들은 굉장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죠. 그러나 그것이 가지는 효과는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런 것들이 정부로서도 타격이 되니까요.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사회가 이미 됐다는 겁니다. 심지어 비판적 기능조차도 정부로서는 약이 되잖아요.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고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사회의 건전한 비판 세력을 약으로 사용할 때 좋은 요소가 되잖아요. 예방 위주의 효율성이잖아요. 일이 터진 다음에 막는 것보다 예방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죠. 만약 그런 것이 사라진다면 정부로서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것은 정부의 책임이고 정부의 손해죠. 촛불시위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소통에 실패한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요. 그 약속의 배반, 소통의 실패는 더 큰 위기를 가져올 거라고 봅니다. 시민사회의 리더들도 좋은 기회라고 스스로 결의를 다지고, 새로운 영역을 찾아내고, 자립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해야겠죠.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때도 했잖아요. 지금은 대안적 언론들도 많이 있고, 다양한 루트가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위축된다면 어차피 처음부터 건강하지 못했던 조직이라고 봅니다. (p358)

 

저는 정치라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과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야죠. 다만 제가 걱정하는 것은 아직 시민사회도 허약한데 사람들이 다 정치 쪽으로 가버리면 시민사회는 누가 지키느냐는 겁니다. 그런 고민 때문에 얘기하는 것이고요. 시민운동이야말로 공공적 리더가 되는 굉장히 좋은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역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특히 지역정치, 지방정치야말로 생활정치거든요.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적 교육이라든지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든지, 또는 지역경제를 일으켜 세우고, 마을의 리더들을 키워내고, 붕괴된 구도심과 마을을 복원하는 모든 과정들이 지역운동, 더 나아가 지방정치 연장선상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이 가서 봉사도 하고, 여러 공공적 경험을 쌓아서 훈련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시의회 의원이 되고 시장, 군수로 가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p364)

 

옛날에 시민이 어떤 지배의 대상, 통치의 대상으로서 존재하던 시대, 독재정권 시대나 과거 봉건제 시대에는 권리도 없고, 의무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라는 사회는 그야말로 우리 헌법 제1조가 말하듯이 국민이 주권자이잖아요. 헌법 자체에서 엄청난 권력을 부여한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 권력을 행사할 의무가 있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국민들, 시민들의 의무가 사실 엄청나게 커진 겁니다. 주권자로서 나라와 사회의 미래까지 방향을 결정짓는 이런 중요한 직책을 부여받았는데요.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게 아닌가 생각하는거죠. (p370)

 

우리가 재벌개혁이나 정치개혁, 부패방지 이런 노력을 하면서도 동시에 작은권리찾기운동이라든지 시민권운동이라든지, 삶의 질을 위한 국민생활최저선운동, 이런 것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참여연대는 정파적인 운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을 겁니다. 제가 이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는데요. 용산에 있을 때 어떤 분이 억울한 것을 여기 가서 호소하면 되는 조직이 있다고 해서 몇 개월을 걸려서 찾아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온 국민의 보호기관으로 인식을 어쨌든 만들어냈잖아요. 마찬가지로 전교조도 그것이 자족적인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정당하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들에게 전교조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조직이고, 전교조 교사들이야말로 그런 훌륭한 교육자들인데, 저기 생채기를 내는 사람은 도대체 뭐냐?’라는 옹호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교조도 그런 면에서는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 고민해볼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p373-374)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내 편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사람은 옳은 것에도 반응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것에도 반응한다.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해야 한다!?

 

 

10장 일하다 과로사하는게 꿈입니다. - 즐겁게, 신나게 일하는 사회

 

사람은 누구나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못난 사람도 저 사람이 제대로 된 일을 하는구나,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것을 다 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디 가서 합시다라고 해서 뭐가 된다기보다는 어쩌면 만나지 않고 얘기하지 않아도 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게 아닌가 싶고요. 그 핵심은 바로 자신이 하는 일의 내용과 비전과 본인의 헌신과 열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태여 거기다 좀 더 보탠다면 그런 성심과 성의를 드러내는 여러 노력들을 해야겠지요. (p386)

많은 말, 그럴듯한 말보다 내가 진심으로 움직이고,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저한테 뿐만 아니고요. 주변에도 웬만하면 쓰라고 하고 북돋고, 압박하는데요. 말하자면 인류의 문명이라는 것이 결국 지식과 경험과 지혜의 축적이잖아요. 인간이 각자 누구나 다른 경험을 하고 지혜를 쌓는 거잖아요. 그것이 설사 좀 부족하고 잘못된 거라도 좋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서도 많이 배우거든요. 나는 쓸데없는 인생을 살았다. 의미가 별로 없다고 하는 사람의 경험조차도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뉴욕에서 뉴저지 일대의 초기 이민 시절에 산파가 기록한 일기가 책으로 나왔어요. 그 책을 보면 당시의 보건이라든지 의료, 심지어 교통문제까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거든요. 저도 그 책을 읽어봤는데요. 의미 없는 기록은 없습니다. 일본 훗카이도에 우수산이라는 산이 있어요. 그 당시는 태평양 전쟁 말기라 지진과 화산에 대해 정부가 기록을 못했어요. 그런데 동네 주민들이 오늘은 불길이 오르다가 말았다. 그다음 날은 어떻게 됐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해둔 것이 있어요. 그것이 공식기록을 보완하고도 남았다는 겁니다. 지진은 상황과 현상을 잘 기록해야 그다음 예측이 가능하다고 해요. 저는 그래서 웬만한 것은 모두 다 공적 기록으로 남기라고 말합니다. 그것을 정리해서 책을 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종이 낭비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옛날부터 기록을 해왔고, 기록이 엄청난 역할을 했고, 기록을 잘한 민족이 잘산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그런 면에서는 앞서 간 나라고요. 조선 시대의 왕조실록 같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규모입니까? 일본에 갈 때마다 큰 서점에 들르는데요. 끊임없이 책이 나옵니다. 사건 하나가 일어나면 반드시 그것을 정리하는 책이 몇 권 나와요. 저는 그것을 한 시대의 정리력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정리력이라는 말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질문력이라든지 이런 표현을 일본 사람들이 좋아해요. 제가 신조어를 만든다면 정리력이라고 하고 싶은데요. 한 시대의 과제를, 한 사건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정리 안 하고 넘어가면 또 그 일이 반복되거든요. (p396-397)

 

사상체계가 정립되고 나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현장을 먼저 가보라고 하고 싶어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많은 경우에 정리가 됩니다. 책상머리에서 하는 정리는 사상누각이에요. 현장 속에서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허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p416)

 

정말 좋은 글..

아니 글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삶의 이야기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 같다.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경험하며 배우는 것,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 좀 부족하더라도 함께가야한다는 생각, 농촌의 중요성, 지방의 중요성, 이론이나 사상적 입장보다 그 과정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중요하다는 생각, 평범한 국민이 중요하다는 상식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마인드, 좋은 일 한다고 대충대충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외국에서 배울 것들이 너무 많다, 운동(movement)은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 사람들의 삶의 방식(문화)를 조금씩 바꿔가는게 중요하다는 이야기, 외국어의 중요성, 정리의 중요성, 기록의 중요성, 한 조직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시간은 최소화해야한다는 생각, 의롭고 옳다는 것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는게 중요하다는 것.

좋은 이야기, 생각에 많이 공감하고 또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인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였다는 걸 알게되서 뭔가 모를 위로도 얻는다. 특히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이랑, 여러 정보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여기서 살아보니 알겠는 농촌생활의 중요성. 아무튼 완전 공감.

 

그래서 결론?은 또다시, 나는 어떻게 살까?!

참여연대나 희망제작소 등의 사이트를 살펴봐야겠다. 나는 뭘할까.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농촌에서 사는 것도 좋은 것 같고, 이래저래 엄청 바쁘게 지내는 것도 할 수 있고, 어떤 사건이나 행사 후에 의미나 가치 그리고 배경 등을 정리하는 건 완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기획한 것들을 현실에 옮기는데도 빠짐없이, 빈틈없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월급 쫌 못 받아도 당분간은 살 수 있도록 국민의 세금을 받아뒀기 때문에 괜찮다. 평생 가난하게 사는 것도 괜찮고. 결혼을 포기하는 것도 괜찮고. 아무튼 여러 조건이 맞는? 직업인 것 같다. 전부다 하려는 것보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게 더 재밌어 보이는건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2014.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