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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세이

문재인이 드립니다 (2013.12.23.)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지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좌절하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분노하는

대한민국의 청춘들에게

문재인이 드립니다

시련 앞에 당당해지는 법을

우리가 꿈꾸는 세상으로 다가가는 법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표지)





성공으로 얻는 것이 51이라면, 실패로 얻는 것은 49입니다.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모든 것을 얻습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최악의 실패가 있다면,

그것은 실패가 두려워 시작하지도 않는 것뿐입니다.


(p21)


 

 


서울의 봄


1980년 서울의 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그동안 제적당했던 수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복학했습니다. 저도 복학이 되어 5년만에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사법고시를 치르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국이 너무도 위태로워 뒤에 물러나 있을 수 없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커다란 물결에 합류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고시공부를 하고, 한편으로는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결국 저는 구속되었습니다. 사법고시를 치렀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구치소에서 3주 남짓 지냈을 때 아내가 찾아왔습니다. 아내는 울면서 제가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했습니다. 제적과 강제징집, 복학과 구속으로 이어지던 제 삶이 바닥까지 내려앉았다고 생각했을 때 아내는 제게 봄소식을 전해 준 것입니다.


누구도 내일을 알 수 없습니다. 희망이라는 말은 내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 말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포기하지 않으면 내일은 달라집니다. 분명한 것은 열정과 노력을 배신하는 내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봄은 옵니다.


(p27)



나를 사랑하라


내 노력이 부족해 취업이 안되는 것은 아닌가?

내 스펙이 너무 보잘것없는 것은 아닌가?


자신을 달달 볶으며 자책하지 마십시요. 모든 것을 내 능력 탓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 그 어떤 세대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전 세대들이 유교적 가치, 가부장적 문화에 갇혀 가질 수 없던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치열하게 인생을 고민하고 밤낮없이 노력하는 자세도 훌륭합니다. 그러니 지금의 청년실업 같은 문제들은 청년 자신의 책임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있습니다. 청년들이 자기자신을 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존감을 갖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입니다. 내가 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때,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십시오. 남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열등감이 느껴질수록 스스로에게 칭찬이라는 선물을 주십시오. 우리 청년들은 칭찬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실패해 넘어지고 맨땅에 뒹굴어도 나를 사랑하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어도 내 자신을 깊이 사랑하면 언젠가는 길이 보입니다. 그때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나 걸어가면 됩니다. 인생에서 첫 번째 할 일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p29)


말하기와 듣기


저는 말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단 한 번도 손을 들고 대답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해서 심호흡을 크게 하곤합니다. 그런 제가 평생을 변호사로 살았습니다. 말 못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변가가 될 리 없는데, 30년 가까이 말로 남을 변호하는 일을 했으니 제가 생각해도 신기한 노릇입니다.


저는 말을 잘하는 변호사는 아니었습니다. 열정적으로 웅변하고 제 주장을 펼치는 재주는 제게 없습니다. 대신 저는 남이 하는 말을 열심히 듣는 일은 잘 했습니다. 말을 찾는 것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했습니다. 입 대신 귀를 여니 길이 보였습니다. 굳이 많은 말로 변호하지 않아도, 화려한 말솜씨로 좌중을 사로잡지 않아도 진심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조언과 격려가 아니라,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입니다. 남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풀릴 것입니다.


(p31)


→ 힘든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조언과 격려가 아니라,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입니다...

남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풀릴 것입니다.




외로움에 가장 좋은 약


시인 정호승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사람은 본래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외로움은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친구가 가장 좋은 약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새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친구들이 그 일을 해줄 것입니다.


시작은 이렇게 해 보십시오.

친구에게 내 외로움을 치유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친구의 외로움을 치유해 주는 것입ㄴ디ㅏ.

그 친구도 외로울 테니까요.


외로움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앞으로 나갈 힘이 생깁니다.


(p37)




직업을 대하는 태도


저는 30년 동안 변호사로 살아왔습니다. 흔히들 변호사라고 하면 ‘사’자 직업이니 돈을 많이 벌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과 일정한 거리를 둘 줄 알아야 진짜 변호사가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경계하고 늘 내 발자국을 돌아보며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직업도 돈 버는 게 목표가 되면, 그 순간 보잘것없는 직업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잊지 않도록 자신에게 자꾸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내 입으로 말하고 내 귀로 듣고, 이 지루한 일을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의 가치와 내 소명의식이 엇박자가 나지 않습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직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직업의 격이 달라집니다. 사람의 격도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p39)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


첫눈에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투, 손짓,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외모가 빼어난 것도 아닌데도 잘생겨 보이고 미소가 지어집니다.

괜히, 아무 이유 없이 믿음이 갑니다.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그는 당신과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입니다.

평생을 함께 걸어가도 좋을 사람입니다.


그냥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p47)



원래라는 말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말은 많습니다.

전쟁, 기아, 폭력, 홍수, 독재, 핵무기, 탐욕, 저주....

하나를 더 보탠다면 저는 원래라는 말을 더하고 싶습니다.


원래 그런 거야.

성격이 원래 그래.

원래부터 못 살았어.


원래는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포기이고 게으름이고 복지부동입니다.

세상엔 원래 어려운 일도, 원래 불가능한 일도 없습니다.


(p57)



패배하지 않는 법


패배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패배합니다.

눈앞의 성공에 연연하면

순간의 이익만 따라다니는 뜨내기가 되고 맙니다.


무슨 일이든지 첫 마음을 지키십시오.

본래 가고자 했던 그 방향을 지키십시오.


지금 당장은 힘이 부족해 패배할지 모르지만

영원히 패배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패배하지 않습니다.


(p59)



내꿈을 찾는 법


유명한 영국 기업가는 100개의 꿈을 써놓고 하나씩 지워간다고 합니다. 꿈을 쓰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실천해 가는 것과 막연하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자세부터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잘 깎은 연필을 손에 쥐고 깨끗한 종이를 펼치십시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하나하나 빠뜨리지 말고 다 쓰십시오. 그리고 그 종이 곁에 늘 지우개를 놓아두십시오. 이건 정말 아니라는 판단이 드는 것만 그때그때 지우십시오. 맨 마지막에 살아남는 꿈이 당신의 꿈일 확률이 큽니다. 너무 서둘러 내 꿈은 이거다, 라고 결론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p63)



지금 어떤 꿈을 꾸고 계십니까?


어릴 적 제 꿈은 역사학자였습니다. 여행을 좋아해 세상 곳곳을 누비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어릴 때 꿈꾸던 모습과 전혀 다릅니다. 그러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를 위한 꿈보다 누군가를 위한 꿈, 우리 모두를 위한 꿈이 훨씬 행복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은 것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어서였습니다. 누군가 제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눈물 흘리면 참 뿌듯했습니다. 힘이 들어도 힘이 났습니다.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나를 돕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어떤 꿈을 꾸고 계십니까?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과 함께 하는 꿈, 모두가 함께 꿀 수 있는 꿈, 정말 행복한 꿈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제 마지막 꿈은 어머니와 함께 함경남도 흥남에 가보는 것입니다. 어머니 생전에 고향 땅을 밟게 해드리는 그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을 기다립니다. 그 날, 어머니보다 제가 더 행복할 것입니다.


(p65)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 때


거제도 피난살이 중에 태어난 저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에 시달렸습니다. 연탄 배달은 물론이고 각종 허드렛일을 도우며 자랐습니다. 제게 가난은 당연한 운명 같은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자식들 교육은 제대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신 부모님 덕분에 명문 경남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학하고부터 제 처지를 비관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친구, 용돈을 많이 받는 친구,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며 ‘왜 나만 행복하지 않을까, 왜 나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유일하게 행복했던 시간은 미친 듯 책을 읽으며 나만의 꿈을 상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어려운 현실이 오늘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현실이 지독하지 않았다면 과연 제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꾸었을가요? 현실에 만족하며 남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지는 않았을까요? 아무리 어려워도 나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좌절하지 마십시오. 현실에서 멀어졌다고 느낄 때, 그때가 한층 더 꿈에 가까워질 기회입니다.


(p69)



주말의 식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 아침이 주어지면, 서재에서 선택한 메뉴들로 식탁을 차려 보십시오. 술술 잘 넘어가는 맛도 있고 삼키기 힘든 쓴맛도 있겠지만, 가리지 않고 꼭꼭 씹어 내 것으로 만들어 보십시오.


꼭꼭 씹어 삼킨 그 모든 문장들은 한 줄 한 줄 내 몸과 마음에 흡수되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생각의 뼈대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실망과 좌절에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마음의 근육을 키워줄 것입니다. 그리고 내 인생이 비틀거리는 어느 날, 그것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서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p73)


뛰어도 뛰어도 어제와 같은 자리라고 생각될 때


대학교 선후배로 처음 만난 아내와의 연애, 아내에게는 연애는 기다림의 역사였습니다. 구속 수감, 군 입대, 고시공부로 이어지는 7년의 시간을 아내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사랑을 지켜갔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미련하다.

기다리며 허비한 청춘이 아깝다!


아내와 40여 년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저는 배웠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성실이라는 사실을, 아내가 쉽게 마음을 바꾸는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때문에 아내를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는 변함없이 성실한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좋아합니다. 일과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사랑에 있어서도 성실한 마음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축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성실을 포기하고 맙니다.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어떤 길을 가든 변함없이 성실한 것, 그것이야말로 결실을 이루는 가장 큰 무기임을 잊지 마십시오.


(p75)



→ 성실.



당신 안에는 어떤 절박함이 있습니까?


중학교 입시를 앞두고 선생님은 늦게까지 반 아이들을 공부시켰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공부를 곧잘 한다며 당신에게 과외수업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공부 좀 안다, 하는 아이들은 이미 방과 후에 선생님 댁에 모여 밤늦도록 과외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는 아예 말씀조차 드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나 혼자 할 수 있는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체육이 문제였습니다. 실기시험을 봐야 하는데, 힘이 약해 턱걸이를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 하나가 식초를 많이 먹으면 뼈가 부드러워져 쉽게 턱걸이를 할 수 있다고 귀뜸을 해주었습니다. 어머니가 집에 안 계시던 어느 날, 부엌에 들어가 몰래 식초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입에 식초를 머금은 순간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빙초산이었던 겁니다. 며칠동안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미련한 짓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빙초산을 입에 털어 넣던 그 절박한 마음이 과외 한 번 받지 않은 저를 중학교에 합격시킨 것입니다.


재능이 부족하거나 환경이 어려울 때 사람은 절박해집니다. 특히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처한 여건이 남에 비해 너무 뒤처지면 절박함이 극에 달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오히려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당신 안에는 어떤 절박함이 있습니까? 그 절박함을 에너지로 사용하십시오.


(p76-77)


→절박함..




담양 메타세콰이아길.

양산 통도사 소나무 숲길.

부산 범어사 등나무 숲길.

강화 나들길.

남산 둘레길.

월정사 전나무 숲길.

부안 내소사를 오르는 길.


수많은 아름다운 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보잘것없는 내가 누군가에게 전부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따뜻한 길.


(p81)


→지브로..집으로..



벽을 허무는 건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시입니다. 대선 출마선언을 할 때 이 시를 인용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엔 참 많은 벽들이 있습니다. 이념의 벽, 불신의 벽, 지역의 벽, 학력의 벽, 남녀의 벽, 불평등의 벽, 남북의 벽... 모두가 허물어야 할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 벽들을 주저앉게 하는 것은 망치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함께 손잡고 끝까지 기어오르면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신념입니다. 신념만 있다면 벽은 더 이상 벽이 아닙니다.


(p87)



고마움을 저축하십시오.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기치 않은 사람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고맙다는 말 말고는 고마움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때, 그럴 땐 고마운 마음을 일단 가슴 속에 저축해 두십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고마움에는 이자가 붙을 것입니다. 이자까지 차곡차곡 쌓아 두십시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순간에 당신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그때 꺼내십시오. 가슴 속에 저축해둔 고마움을 꺼내 그 사람의 손에 쥐어 주십시오. 그것이 고마움을 갚는 길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내가 받은 호의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면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친절을 베풀고 당장 대가를 바라지 마십시오. 그 사람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내게 받은 이상의 친절을 베풀 것입니다.


(p91)



따뜻한 성공


모든 성공은 박수 받아야 합니다.

땀 흘리지 않고 그냥 주어지는 성공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더 큰 박수를 쳐주고 싶은 성공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 성공이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성공입니다.

나 혼자 행복한 성공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성공입니다.

따뜻한 성공입니다.


(p93)



돈을 버는 이유


어머니의 된장찌개,

아버지의 기분 좋은 휘파람 소리,

열심히 일한 뒤 흐르는 땀,

출산 후에 흘리는 엄마의 눈물,

꿀맛 같은 낮잠,

나를 가장 믿어주는 친구.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돈이면 못할 게 없다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이런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아닐까요?


(p95)


내가 선택한 길


제가 유명 로펌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부산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를 말렸습니다. 성공과 부가 보장되는 길을 마다하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무슨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길일 제 길이라는 느낌, 그 길을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저를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제 삶을 선택했고, 이제껏 그 선택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남의 의견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의 시선이 두렵거나 내 선택에 대해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이 정해준 길을 등 떠밀려 가는 삶이 행복할까요? 내 의지를 놓아버리고 가는 길이 즐거울까요? 내 길을 걸으십시오. 처음에는 과연 이 길이 맞는 길인지 불안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걸음에 조금씩 힘이 붙을 것입니다.


(p99)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


처음 구속이 되었을 때, 여자 친구였던 아내가 면회를 왔습니다. 그녀는 잘 접은 신문 한 장을 품에 안고 있었습니다. 무슨 기사일까. 신문을 펼치자 제 모교인 경남고등학교가 전국 야구대회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실려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야구를 좋아하긴 했지만,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에게 야구 소식이라니. 저는 그녀의 황당한 배려 덕분에 웃을 일 없는 그곳에서 웃고 말았습니다.


특전사 시절, 그녀가 다시 면회를 왔습니다. 이번엔 그녀의 손에 안개꽃 한다발이 들려 있었습니다. 배고프던 시절이라 군대 면회 땐 통닭이 최고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무시하고 안개꽃을 들고 나타난 것입니다. 우리는 안개꽃 한 다발을 사이에 두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특전사 동지들은 안개꽃을 한 묶음씩 나눠 들고 입맛을 쩝쩝 다시며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지만.


열 사람이 있으면 사랑하는 방식도 열 가지일 것입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하면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이라도 더 웃게 만드는 배려. 이것이 그녀가 저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녀의 방식이 최고의 사랑이라 믿습니다. 지금도.


(p107)



진짜 우정


우정은 서로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고 자주 다투기도 하면서 쌓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모습을 띤 우정도 있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짐으로써 더 깊어지는 우정도 있습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제게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친한 친구일수록 그랬습니다. 친구에게 티끌만큼도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독한 우정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있어 제가 원칙을 지키며 공직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만나면서 깊어지는 게 우정이라지만, 만나지 않아도 흐려지지 않아야 진짜 우정입니다.


(p111)


행복한 사람


책에 굶주린 학생이 있었습니다. 활자화된 읽을거리가 보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 학생이 있었습니다. 양이 차지 않으면 신문이라도 주워 읽어야 배가 차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매일 학교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의자정리까지 해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책은 어쩌면 제가 찾은 유일한 행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손에 책이 들려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은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p121)



가슴이 시키는 일


저는 그동안 정치와 거리를 둬 왔습니다. 그러나 암울한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끊임없이 정치를 권하기도 했지만 결국 결심은 제 스스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이 일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인가요? 저는 대답합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가슴이 제게 시켰기에 저는 이 일을 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사십시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십시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도 좋지만,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하십시오. 행복한 삶을 욕심 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공과 만나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입니다.


(p125)



적당히와 충분히


돌아보면 굴곡 많고 평탄치 않은 삶이었습니다.

저보다 훨씬 마음 뜨거운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평범한 변호사로 적당히 안락하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적당히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치열하게 깨졌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도 세상은 제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 모든 것을 거는 자세, 이것이 저를 성장하게 했습니다.


살면서 한번쯤은 적당히가 아니라 충분히에 도전해보십시오.

세상을 떠나며 “이만하면 됐다”고 말한 철학자 칸트처럼.


(p135)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는 욕심 때문입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얻을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당신이 누군가를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할 수 있듯, 사람들도 누군가를 이유 없이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미워하고 싫어한다 해도 너무 깊게 고민하거나 너무 많이 아파하지 마십시오. 세상 사람의 절반이 당신을 싫어한다 해도 안타까워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믿음을 주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p139)



청춘과의 대화


한 청춘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영어도 잘하고 외모도 썩 괜찮은데 취업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면접은 커녕 서류도 통과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에 반해 친구는 자기보다 대학 간판도 영어 실력도 부족한데 좋은 곳에 취직했다는 것입니다. 도통 그 이유를 몰라 화까지 난다고 했습니다.


면접관이 아니기에 저도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에게는 간절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부족하니 눈을 더 부릅떠야겠다는 마음, 이곳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 열정을 이 자리에서 다 쏟아붓겠다는 마음.....


반면에 제게 고민을 털어놓은 친구는 자신이 부족한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 간절함이 부족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이 기업 인사 담당자의 눈에도 보인 게 아닐까요? 일에서 성과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료는 간절함입니다.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할 때, 그 길은 내 길이 됩니다.(p141)



행복을 기다리기 전에


대학만 가면 좋겠다!

취업만 하면 참 행복해질 텐데!

결혼만 하면 소원이 없겠어!


처음엔 대학만 들어가면 원이 없을 것 같은 사람도,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 때문에, 취업에 성공하면 결혼 때문에, 결혼하면 집 때문에, 아이 교육 때문에 충분히 행복을 즐기지 못합니다. 늘 다음 행복을 기다리느라 오늘 찾아 온 행복에 기뻐하고 감사할 여유가 없습니다.


행복할 때 행복해 하십시오. 행복한 표정을 미루지 마십시오. 늘 다음 행복만 기다리는 사람은 평생 행복한 표정 한 번 짓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내일 보다는 오늘 행복해지십시오.


(p143)



위축되는 이유


남의 시선을 자꾸 신경 쓰기 때문입니다.

실패자체보다 내 실패를 남들이 어떻게 볼까에 더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실패하고 넘어져 상처를 입더라도 내가 나를 사랑하면 길이 보입니다.

스스로 위축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힘입니다.


스스로를 격려해 주십시오.


(p147)




불행 끝에 붙어있는 것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판사를 지망했습니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도 많지 않아서, 희망자 전원이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학시절 유신반대 시위전력 때문에 판사임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연수원 성적이 차석이었고, 수료식에서 법무부장관상까지 받은 제게는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습니다.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제 앞에 놓은 불행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 불행의 끝이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바로 노무현이라는 소중한 사람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만약 판사가 되었다면 그를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100퍼센트 불행이란 없을지도 모릅니다. 불행의 끝자락을 잘 살펴보면 거기에 행운의 매듭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자, 가슴을 펴고 내 앞에 놓인 운명을 당당하게 받아들이십시오.


(p149)



때로는 지식보다 직관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짖궃은 학생 하나가 물었습니다


사랑과 우정은 어떻게 구분합니까?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빙그레 웃으며 답했습니다.


그냥 아는 거지요.


살다 보면 지식과 논리로 찾은 답보다

근거는 없지만 마음이 가는 쪽이 옳을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머리 싸매고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직관에 맡겨 보는 건 어떨까요.


정답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멋진 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p151)



지금 혼자라면


혼자이신가요?

외로우세요?

힘드십니까?


하지만 지금이 내 인생의 문제를

남의 도움 없이 해결하는

첫 번째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혼자는 자립이며 독립입니다.

외로움도 기회입니다.


(p155)



손해 봐서 억울하십니까?


손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손해를 보는 순간엔 억울한 생각도 들고 아까운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긴 시간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히는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때로는 손해를 보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니 손해를 입을 땐 너무 상심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아, 이번엔 내가 술래구나! 그리고 때를 기다리십시오. 늘 술래만 하란 법은 없으니까요.


(p163)



박수치는 인생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과 칭찬 속에서 박수 받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친구의 성공에 1퍼센트의 사심이나 질투 없이 진심을 다해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조급해자지 않으며,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여유 있고 넉넉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런 멋진 자세로 박수를 칠 수 있다면, 박수치는 인생도 꽤 근사한 인생일 것입니다.



(p169)



끝은 시작입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을 때 누군가 말했습니다.

고생하셨다고 이제 다 끝났다고.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끝은 시작이라고.


막차가 끊어진다 해도 다음날 아침 첫차가 옵니다.

가계 문을 닫는다 해도 날이 밝으면 다시 문을 엽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 그때 가장 먼저 시작하십시오.


(p181)



참 근사한 일


음악을 듣는데도 체력이 필요하나 봅니다. 분명 젊은 시절 즐겨 듣던 음악인데, 나이가 드니 템포 빠른 음악을 들으면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자연스럽게 클래식이 편안해집니다. 음악과 작곡가를 연결 지으려 하지도 않고, 연주자나 제목을 맞추려 하지도 않고 그냥 틀어놓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저 먼 옛날의 누군가가 2012년의 나에게 위안을 준다는 것, 참 근사하지 않습니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세상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촘촘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참 신기한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백년 후쯤에 핀란드 어느 마을에 사는 소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하루하루를 함부로 살 수 없는 이유입니다.


(p191)



좋은사람


실력 있는 사람이 좋습니까?

책임감 강한 사람이 좋습니까?

추진력 있는 사람이 좋습니까?

소통 잘하는 사람이 좋습니ᄁᆞ?

빈큼없는 사람이 좋습니까?

융통성 있는 사람이 좋습니ᄁᆞ?


다 좋지만 그래도 저는

변함없이 꾸준한 사람이 좋습니다.


(p195)



마음에 굳은살 박기


사법고시를 앞두고 전남 대흥사에 들어가 공부를 했습니다. 매일 공부할 목표를 정해두고 이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멀리서 친구가 찾아와 밤새 술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집 생각에 마음이 뒤숭숭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쳐야 한다고.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책상 앞에 앉아있는 동안 엉덩이와 허벅지에 굳은살이 박이었습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절를 보고 머리가 좋다고 했습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굳은살이 박인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당장이라도 절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살을 부비고 싶은 마음과 싸운 시간들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도 굳은살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누구나 꿈이 있고 목표가 있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지만 또 누구나 지칠 때가 있습니다.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 이렇게 생각해보십시오. 나는 지금 여리고 약한 내 마음에 한 겹 한 겹 굳은살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꿈과 목표를 이루게 하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닙니다. 마음에 굳은살이 단단해질수록 꿈과의 거리도 가까워집니다.


(p196)



 

선택의 이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합니다.


왜 그런 선택을 하시지요?

고맙잖아요.


(p201)




오늘을 사는 법


데모.

구속.

제적.

군대.

낭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아버지의 눈에 비쳤을 제 모습입니다. 어느 하나도 아버지를 편안하게 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불효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아쉬움과 죄송함이 진하게 밀려옵니다. 가난 속에서 어렵게 아들을 대학에 보냈는데, 아들은 아무것도 보여드리지 못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지금도 다섯 개의 모습 중 어느 하나로 저를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더 이상 아버지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기회조차 없다는 것, 그것이 더 아픕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할 내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어렵겠지만 표정도 바뀌고 행동도 바뀔 것입니다.


(p202)



미남에 대한 정의


저는 자랄 때 제가 잘 생겼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체구도 작고 행색도 늘 초라했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호감이 간다. 인상이 좋다는 말을 조금씩 듣게 된 것은 나이 들고 변호사를 시작한 후부터였습니다. 면도와 빗질만 겨우 하고 출근하면 하루 종일 거울 한번 들여다보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몇날며칠 밤새는 일이 허다했으니 꾀죄죄한 몰골이 볼품없었을 텐데도 사람들은 저더러 멋있다고 했습니다. 그 즈음 고맙다는 말, 당신을 믿는다는 말도 종종 듣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분한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당시 제가 그 사람들을 돕는 입장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진짜 잘생긴 얼굴은 영화배우 같은 미남이 아니라, 신뢰감을 주는 얼굴이 아닐까. 믿을 수 있는 얼굴, 진심이 묻어 있는 얼굴,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는 얼굴이 아닐까.


공자는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고, 링컨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얼굴에 살아온 인생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이제 저도 거울과 조금 더 친해져야겠습니다. 얼굴에 책임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당신도 마흔이 되기 전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얼굴 위에 증거를 남기시기 바랍니다.


(p204)



부부 사이에 있어야 할 한 가지


부부 사이에는 신뢰도 있어야 하고, 배려도 있어야 하고, 책임도 있어야 하고, 존경도 있어야 하고, 사랑도 있어야 합니다. 그 중 맨 앞에 있어야 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사랑보다 한 뼘 앞에 성실이 있어야 합니다.


(p216)


사랑은..

어쩌면 결국은 의지의 몫이라는 생각이

종종종든다.


부족한 내가, 나를 먼저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운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하려면

배려하려는 생각도, 좋아하는 마음도 있어야겠지만

하기 싫어도 하는 성실과 꾸준함도 필요한 것 같다.



외로운 시간


잠들기 전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올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아침부터 외로웠던 사람도 있었을 거라고.


(p228)




분노하라


모든 세대가 그렇습니다만, 지금 이 땅의 젊은이들도 아버지 세대에게 빚을 졌습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땀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최루탄에 맞서며 자유와 민주를 쟁취했습니다.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풍요로워졌고, 아들딸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제 젊은이들이 싸워야 할 적은 가난이나 독재처럼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는 상대가 아닙니다. 풍요의 이면에 숨은 부조리와 부패, 자유의 탈을 쓴 불평등과 불공정입니다.


내 주위의 정당하지 못함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성숙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정치의식, 사회의식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환경과 사회를 돌아보는 것에서 나옵니다. 쫄거나 주눅들지 말고 분노를 표현하고 요구해야 합니다. 


(p236)


관행을 고치려면


수갑을 풀어 주십시오

포승을 풀어 주십시오

의자에 앉게 해 주십시오.


재판받는 피고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관행에 대해 저는 이렇게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관행은 하나씩 고쳐졌습니다. 나쁜 관행, 불편한 관행은 시간이 가면 고쳐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목소리를 내야 고쳐집니다. 다음에 들려올 그 누군가의 목소리는 당신의 목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p243)



가장 가치 있는 일


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세상의 모든 축복이 아이에게 쏟아집니다.

이제 이 아이는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잘 자랄 것입니다.


또 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무도 아이의 탄생을 축복하지 않습니다.

이제 이 아이는 먹는 것, 입는 것 걱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있는 집 아이.

없는 집 아이.


이 두 아이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에 인생을 걸어보는 것.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요?





존재의 이유


나를 필요로 해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나는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의심해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나는 더 정직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나는 더 소신껏 일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미워해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내게 유익이 도비니다.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p257)


갈등 해소법


모든 사람의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 사는 곳엔 늘 갈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갈등 없는 세상을 꿈꾸기보다 갈등을 잘 조정하고 봉합하는 세상을 만드는 거싱 현실적일 것입니다.


갈등 해소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대화입니다. 그냥 대화가 아니라 많이 들어주는 대화를 해야 합니다. 갈등 당사자의 이야기를 마음을 열고 끝까지 들어줘야 거기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만약 끝까찌 남김없이 들어줘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더 들어줘야 합니다.


(p264)




손가락 빠지겠다.

책 한권을 거의 다 베껴 적었다.


내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이 사람 참.. 뭔가 소심하고 의기소침하고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고집있고 포기하지 않고 때로는 머리가 시키는 일이 아닌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기도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일희일비, 애달복달하지도 않으면서 꾸준함과 성실이 대신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함께함이 좋지만 혼자 결정하기도 하고 독립이 중요함을 알기도하는..

 책 한 권으로 사람을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말 잘 통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듯한 착각을 주었던 시간. 대화가 필요한데 대화를 할 수 없을 때 다시 보고, 또 보고 또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것 같다. 두고두고 두고두고 읽을 책. VVIP @.@



2014.1.25.